'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흥국생명 '스테이지 암보험'

3개월 잘 팔리다 뚝 '반짝 인기'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국내 최초로 출시한 흥국생명의 '무배당 더 드림 스테이지 암보험'이 5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흥국생명은 이 상품으로 생명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해 3개월 동안 스테이지 암보험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더 드림 스테이지 암보험'의 배타적 사용권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보험은 출혈경쟁으로 이어졌다. 다른 보험사에서 동일한 구조의 스테이지 암보험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사상품까지 쏟아지면서 ‘더 드림 스테이지 암보험’의 특색이 흐려지고 있다.

흥국생명은 ‘무배당 더 드림 스테이지 암 보험’을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스테이지 암보험은 진행단계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보장해주는 기존 암보험과 달리 암의 진행 단계별로 보험금을 보장한다. 더 드림 스테이지 암보험은 암의 진행 단계를 1기, 2기, 3기, 4기 등으로 분류한다. 가입자가 4기암이나 특정암(간암·폐암·백혈병·뇌암·골수암 등)을 진단받을 경우 최대 1억원을 지급한다.

최고 1억원 보장

다만 1기에서 3기 암 진단 가입자에게는 똑같이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한다. 1기에서 3기 암은 단계별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정암과 4기(말기) 암의 경우 최대 1억원을 보장한다. 암 진행단계가 높아질수록 치료비가 비싸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치료비가 많이 드는 특정암은 기수에 상관없이 1억원을 보장한다.

더 드림 스테이지 암보험은 1종 순수보장형과 2종 무사고축하금형으로 구성됐다. 순수보장형은 가입자가 암에 걸리지 않는다면 보장 받지 못하고 지급 금액이 없어진다. 2종 무사고축하금형도 암에 걸리지 않고 살아있으면 지급금액은 사라지지만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보험의 주계약은 사망보장이 아닌 암 진단비를 보장하는 조건이다. 최대 2500만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납입기간은 10년, 보장기간은 100세까지다. 예컨대 올해부터 보험을 가입했다면 2024년까지 납입하고 100세까지 보장된다는 뜻이다. 중복보장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보장하는 암의 종류보다 범위도 확대했다. 보통 암 보험은 일반암이나 특정한 암 몇 종류를 보장하고, 고액암은 선택사항으로 분류해 보험계약자가 원하면 특약으로 가입하는 형태다. 반면 흥국생명은 더 드림 스테이지 보험의 고액암 범위를 확장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암 보험에서 암의 종류는 고액암, 일반암, 소액암 3가지로 구분된다. 흥국생명은 간암, 폐암, 뇌암 등 췌장암 등 치료비가 많이 책정되고 생존률도 낮은 암을 고액암으로 분류했다. 일반암은 고액암과 소액암을 제외한 암으로, 보통 폐암, 위암, 유방암, 자궁암 등 발병률이 높은 암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등 치료비가 비교적 적은 종류는 소액암에 해당한다. 

보장을 받기 위한 조건은 10년 만기 갱신조건으로 운영된다. 갱신할 때 연장시점의 보험료율을 적용해 나이의 증가, 위험률의 변동 등의 이유로 보험료가 조정된다.

따라서 갱신될 경우 보험료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갱신을 통해 최대 보장받을 수 있는 기간은 100세까지다. 추가 가능한 특약으로는 암 입원금 최대 5만원, 암수술급여금 최대 300만원, 암 사망금, 2대 진단비 등이 있다.

암 진행단계별로 보험금 보장 ‘돌풍’
유사 상품들 쏟아지면서 특색 사라져

그러나 암의 병기 결과는 병원마다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컨대 한 남성이 A병원에서 간암으로 1기를 판정받았는데, B병원에서는 2기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병원 측과 짜고 암의 단계를 높이는 식으로 악용될 수 도 있다.

스테이지 암보험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흥국생명은 1기에서 4기(말기)로 넘어갈 경우에만 1억까지 보장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서 스테이지 보험의 차별성이 흐려졌다. 스테이지 보험은 질병의 중증도에 따른 보험금 지급 방식만 다를 뿐 순수 암보험과 CI보험과 보장 내용은 같다. 두 번 보장형 암보험, 계속 받는 암보험 등 유사상품들이 출시되면서 스테이지 보험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두 번 보장형 암보험 상품은 한번 암에 걸렸다가도 재발될 경우 다시 보험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계속 받는 암 보험은 보험기간 중 암이 진단되더라도 직전 암 진단 후 2년이 지났다면 재진단 시 보험 진단금을 반복 지급하는 상품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더 드림 스테이지 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암 기수에 따라 보장을 해준다는 점”이라며 “타사 상품에 대해서는 잘 몰라 (차이점을)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해 스테이지 보험 출시 당시 흥국생명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생명보험협회가 부여하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독창적인 신상품을 개발한 보험사가 일정 기간 그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도록 인정하는 제도다. 배타적 사용권이 특정 보험에 적용되면 경쟁사들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간 모방 상품을 내놓을 수 없다.

흥국생명이 스테이지 보험 상품을 출시한 지 한 달 후 동부화재가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선보였다. 동부화재 역시 암 진행단계별로 보험금을 차등적으로 최대 1억원까지 지급하는 ‘단계별로 더 받는 암보험’을 출시했다.

당시 흥국생명과 동부화재의 갈등이 배타적 사용권을 두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간의 신경전으로 번졌다. 이에 따라 배타적 사용권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흥국생명의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끝나자마자 지난1월 삼성생명은 ‘통합 스테이지 CI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 역시 비슷한 구조다.

인기 떨어져

이후 흥국생명의 더 드림 스테이지 암보험은 최근 들어 한 달에 1만건도 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상품을 출시했던 지난해 9월에는 한 달 간 가입건수만 2만4282건, 보험료는 7억5161만원에 달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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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