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A공기업 ‘여직원 스캔들’ 파문

섹스 동영상에, 돈가방 들고 튀어라

[일요시사=경제1팀] A공기업이 여직원 스캔들로 울상이다. 이런저런 말썽을 일으킨 여직원들이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홍보팀 한 여성은 ‘성관계 영상’이 유출돼 회사를 발칵 뒤집어놨고, 주거복지처에 근무하던 한 직원은 억대 공금을 횡령해 파문이 일고 있다. A공기업은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는 모양새. 트러블 메이커로 등장한 ‘여직원’ 탓에 뒷목을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한 주. SNS는 한 편의 ‘성관계 영상’으로 떠들썩했다. ‘A공기업 이쁜이’라는 제목으로 명명된 동영상이 포털사이트와 모바일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간 것이다. 동영상 주인공 J씨는 지난달 말 까지만 해도 A공기업 홍보팀에 근무한 직원으로 알려졌다.

뒷목 잡은 공기업

해당 영상은 총 3편에 걸친 시리즈물로, J씨와 함께 등장하는 남성의 침대 위 성행위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공개된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 또는 음성 변조를 거치지 않고 공개돼 J씨가 옷을 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 대화를 시도하는 남성의 목소리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첫 번째 동영상은 카메라 초점이 잘 맞지 않아 해상도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영상은 J씨의 얼굴은 물론 은밀한 신체부위가 또렷하게 보일정도로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J씨의 빼어난 얼굴과 몸매다.

동영상 속 J씨는 청순한 이미지와 군살 없는 각선미는 물론 톱 탤런트를 닮은 외모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영상은 남성에 의해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J씨 역시 촬영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상은 지난 11일 불법 유해 정보로 차단되기 전까지 조횟수가 30만 건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퍼져나갔다.


문제는 영상과 함께 공개된 J씨의 신상과, 영상이 유출된 경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유포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J씨의 실명과 함께 직장과 부서 등이 모두 공개된 상황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과 유출 배경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해당 남성은 J씨의 전 남자친구로 J씨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남자친구가 영상을 유포했다.

J씨는 현재 전 남자친구와 1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라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중고 핸드폰을 되파는 과정에서 영상이 유출됐다더라’ 등의 추측성 글도 난무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A공기업 타 부서에 근무했던 여직원의 남자친구가 대놓고 이름 직장 다 까고 찍은 영상을 풀어서 여직원은 퇴사했네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확인결과 J씨는 지난해 초 A공기업 기간제 사무직으로 입사해 올 초 홍보팀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A공기업 안팎에서는 “J씨가 뛰어난 미모 덕분에 사무직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홍보팀으로 점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A공기업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던 인물이라는 전언이다.

A공기업 측은 여직원 구설로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사건 수습과 더불어 여직원과 선긋기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A공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J씨는 A공기업 소속이 아니라 인력 파견 업체 소속으로 (홍보팀에서) 한 달 가량 근무했던 직원”이라며 “3월 중하순 경부터 회사를 안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견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파견업체에서 월급을 주고 퇴사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우리 직원도 아닌데 해당 동영상 제목에 ‘A공기업 홍보팀’이라는 말이 나와  회사이미지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일명 ‘A공기업녀’ 성관계 동영상 확산
사장님 표창 받고 억대 공금 횡령녀

이어 “이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논의 중”이라며 “기사가 나가지 않았으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사명은 빼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A공기업 여직원 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관계 동영상’ 유출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억대 횡령사건까지 발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과 A공기업 등에 따르면 A공기업 인천지역본부 주거복지처에서 전세임대주택 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 K씨가 현금수납 과정에서 억대의 공금을 횡령해 A공기업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주거복지처는 서민들의 주거업무인 전세임대, 영구임대, 국민임대, 공공임대 등의 임차보증금, 월임대료 수납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K씨는 전세임대 등 업무를 담당했으며 A공기업의 계좌로 입금해야 하는 임차인의 임차보증금ㆍ월임대료 등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게 시킨 후 이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A공기업과 임차계약을 맺을 경우 임차인은 A공기업이 지정해준 가상계좌(임차인명)로 보증금 등을 입금하게 돼 있지만, K씨는 공사 신분을 신뢰하는 노년층 등 일부 임차인에게 자신의 계좌를 알려주고 입금하면 정상 처리된다고 알리고 해당 금액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임차인으로부터 직접 보증금 등을 현금으로 수령한 사실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직원은 2010년 고객만족도를 향상시켰다는 이유로 사장으로부터 표창을, 2003년엔 A공기업 인천지사장 정기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신 의원은 “A공기업을 여러 기관이 감시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 직원의 횡령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게 의문”이라며 “직접 지적하지 않았다면 외부로 알리지 않고 덮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공기업 측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직원 횡령 사실을 알리는 한편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홍보실 발칵

A공기업은 몇 년 전부터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A공기업 사장은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어가기 위해 출산장려 지원책 강화, 사내 보육시설 개선, 여직원 전용 휴게공간 설치 등 다양한 복지후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A공기업이 그동안은 여성 기업문화를 장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되레 트러블메이커로 등극한 여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곳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기 좋은 곳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