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강남 금싸라기 '한전땅' 쟁탈전

삼성이냐 현대차냐…4조 베팅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 삼성동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서다. 한전은 전남 나주로 이사를 떠나면서, 삼성동 부지를 팔기로 했다. 재계 ‘큰 손’들은 너도나도 이 금싸라기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라 불리는 이곳. 삼성동 167번지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까. 승부를 가를 변수를 짚어봤다.

코엑스로 유명한 서울 삼성동. 주변에 백화점과 특급호텔 등이 들어서 있는 서울 최대 상권이다. 이 노른자위 땅에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 본사 부지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 한전은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삼성동 본사 매각을 완료해야한다.

알토란 땅
투자 저울질 

현재 삼성동 한전 부지는 축구장(약 7000㎡) 11배 넓이인 7만9342㎡(2만4000평) 규모에 달한다. 지상 2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 본관과 지상 5층, 지하 3층의 별관, 지상 4층 건물의 후생관이 ㄷ자 형태로 지어졌다.

부지 면적만 따지면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의 3배, 여의도 LG트윈타워의 6배 안팎이다. 현재 국내 최고 123층 높이 빌딩을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 부지와 비슷한 규모다. 공시지가로는 1조4837억원, 시세로는 3조∼4조원대에 이른다. 서울 강남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 이다.

그동안 한전은 자체개발을 비롯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자산유동화(ABS),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매각 방식을 검토했지만, 최근 단순 매각 방식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땅 값을 가장 높게 써내는 매입자에게 부지를 처분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래전부터 한전 부지에 눈독을 들여온 후보 기업들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다. 우선 국내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땅을 놓고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삼성동 167번지 운명은?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채비를 갖췄다. 지난 2011년께 한전 부지 인근에 위치한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5㎡)와 건물(연면적 1만9564.1㎡)을 2328억원에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삼성은 당시 한전 부지, 감정원 부지 등을 포함해 삼성동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타운 건설을 구상했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동’이란 지명이 그룹명과 같은 점도 삼성 그룹에 매력적이다. 지난해 5월 당시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본사 인근 지하철 역명과 발음이 같은 삼성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는 삼성그룹이 한전 부지까지 통째로 매입해 통합 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 측은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도 아직 구체적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적극적이다. 현대차 양재동 본사는 과거부터 ‘회사의 철학을 알 수 없는 오피스 건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전 부지는 양재동 본사 부지보다 3배 이상 넓은 만큼, 이런 수모를 씻어낼 수 있는 최적격 장소이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성수동 뚝섬 인근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초고층 빌딩을 짓는 청사진을 마련해왔다. 그룹 전 계열사를 입주시키고 3만여명의 직원을 한곳에 모으는 한편,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기능도 통합한다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처럼 자동차 테마파크 등도 함께 짓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을 내놓으면서 무산됐다. 서울시가 50층·200m 이상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한 도심·부도심 범위에서 뚝섬 부지가 최종적으로 빠진 탓이다. 8년 가까이 공을 들여온 ‘뚝섬 프로젝트’가 폐기되면서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뛰어들고 있다. 이만한 규모의 부지를 찾기 힘들뿐더러, 강남권의 교통 요지인 점도 매력 포인트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 폭스바겐이나 BMW, 일본 도요타와 같이 전시장 또는 박물관을 갖추고 도심에 있는 새로운 본사 단지를 신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한전 부지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미국 회사들도 ‘눈독’
인허가 쥔 서울시 선택 주목

여기에 해외자본의 출연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녹지그룹,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외국 기업도 한전 부지 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은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녹지그룹은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9억달러(1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녹지그룹은 제주헬스케어타운 77만8000㎡부지에 관광휴양시설과 의료서비스시설 등이 복합된 휴양거주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사업권 인수를 추진하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시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녹지그룹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해외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회사다. 3조원에 이르는 한전 부지를 단독으로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카지노그룹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도 한진 부지 매입 경쟁에 가세했다. 샌즈 측은 최근 한전 부지에 카지노, 전시ㆍ컨벤션을 포함한 복합전시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서울시 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자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한전 측도 해외 자본 매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외 자본들이 어떤 전략카드를 내밀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라는 상징성이 강해 외국계 기업이 이 부지를 매입하는 일은 국민 정서에 반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주목

한전 본사 별관에 위치한 지하 변전소(삼성변전소)도 부지 매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전소 처리 문제가 생각처럼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변전소는 1985년 한전 사옥 준공과 함께 지하 2층 깊이에 3924㎡(1천189평) 규모로 설치됐다. 154kV 지하복합변전소로 삼성동 일대 6035호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본사 부지를 팔아야 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이 변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선 지하 2층보다 더 깊은 곳으로 변전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코엑스 지하와 연계 개발 때는 아예 다른 곳에 대체 변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1초라도 전기 공급이 끊겨선 안 돼서다. 전문가들은 지하를 더 파고들어가든, 대체 변전소를 마련하든 그 비용은 부지 매각대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변전소를 시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들이 검토됐으나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존치키로 했다”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6ㆍ4 지방선거’ 결과다.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전 부지 개발 범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재정악화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어려움 등을 토로하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대규모 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박 시장은 당초 뜻을 고수해오다 지난 1일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총 7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이다.

또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을 통해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부지 면적의 40% 내외를 공공기여(토지, 기반시설, 설치비용)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개발계획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개발계획이 수정 되거나 전폭 재논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은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 시내 30여곳에 대한 대형 개발 사업을 허가할 뜻을 내비치며 박 시장과의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올 상반기 중
매각 공고


이번 한전 본사 부지 매각은 감정절차를 거친 후 올 상반기 중으로 매각공고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전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구체화되면서 해당 부지 매매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갖가지 변수가 자리하고 있어 부지 매각은 여전히 가변적”이라며 “이르면 이달 안에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삼성동 일대 개발 밑그림이 그려졌다”며 “한전부지 개발 가시화가 이런 흐름에 가속도를 붙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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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