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강남 금싸라기 '한전땅' 쟁탈전

삼성이냐 현대차냐…4조 베팅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 삼성동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서다. 한전은 전남 나주로 이사를 떠나면서, 삼성동 부지를 팔기로 했다. 재계 ‘큰 손’들은 너도나도 이 금싸라기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라 불리는 이곳. 삼성동 167번지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까. 승부를 가를 변수를 짚어봤다.

코엑스로 유명한 서울 삼성동. 주변에 백화점과 특급호텔 등이 들어서 있는 서울 최대 상권이다. 이 노른자위 땅에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 본사 부지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 한전은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삼성동 본사 매각을 완료해야한다.

알토란 땅
투자 저울질 

현재 삼성동 한전 부지는 축구장(약 7000㎡) 11배 넓이인 7만9342㎡(2만4000평) 규모에 달한다. 지상 2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 본관과 지상 5층, 지하 3층의 별관, 지상 4층 건물의 후생관이 ㄷ자 형태로 지어졌다.

부지 면적만 따지면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의 3배, 여의도 LG트윈타워의 6배 안팎이다. 현재 국내 최고 123층 높이 빌딩을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 부지와 비슷한 규모다. 공시지가로는 1조4837억원, 시세로는 3조∼4조원대에 이른다. 서울 강남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 이다.

그동안 한전은 자체개발을 비롯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자산유동화(ABS),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매각 방식을 검토했지만, 최근 단순 매각 방식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땅 값을 가장 높게 써내는 매입자에게 부지를 처분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래전부터 한전 부지에 눈독을 들여온 후보 기업들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다. 우선 국내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땅을 놓고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삼성동 167번지 운명은?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채비를 갖췄다. 지난 2011년께 한전 부지 인근에 위치한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5㎡)와 건물(연면적 1만9564.1㎡)을 2328억원에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삼성은 당시 한전 부지, 감정원 부지 등을 포함해 삼성동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타운 건설을 구상했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동’이란 지명이 그룹명과 같은 점도 삼성 그룹에 매력적이다. 지난해 5월 당시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본사 인근 지하철 역명과 발음이 같은 삼성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는 삼성그룹이 한전 부지까지 통째로 매입해 통합 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 측은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도 아직 구체적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적극적이다. 현대차 양재동 본사는 과거부터 ‘회사의 철학을 알 수 없는 오피스 건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전 부지는 양재동 본사 부지보다 3배 이상 넓은 만큼, 이런 수모를 씻어낼 수 있는 최적격 장소이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성수동 뚝섬 인근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초고층 빌딩을 짓는 청사진을 마련해왔다. 그룹 전 계열사를 입주시키고 3만여명의 직원을 한곳에 모으는 한편,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기능도 통합한다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처럼 자동차 테마파크 등도 함께 짓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을 내놓으면서 무산됐다. 서울시가 50층·200m 이상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한 도심·부도심 범위에서 뚝섬 부지가 최종적으로 빠진 탓이다. 8년 가까이 공을 들여온 ‘뚝섬 프로젝트’가 폐기되면서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뛰어들고 있다. 이만한 규모의 부지를 찾기 힘들뿐더러, 강남권의 교통 요지인 점도 매력 포인트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 폭스바겐이나 BMW, 일본 도요타와 같이 전시장 또는 박물관을 갖추고 도심에 있는 새로운 본사 단지를 신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한전 부지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미국 회사들도 ‘눈독’
인허가 쥔 서울시 선택 주목

여기에 해외자본의 출연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녹지그룹,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외국 기업도 한전 부지 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은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녹지그룹은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9억달러(1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녹지그룹은 제주헬스케어타운 77만8000㎡부지에 관광휴양시설과 의료서비스시설 등이 복합된 휴양거주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사업권 인수를 추진하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시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녹지그룹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해외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회사다. 3조원에 이르는 한전 부지를 단독으로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카지노그룹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도 한진 부지 매입 경쟁에 가세했다. 샌즈 측은 최근 한전 부지에 카지노, 전시ㆍ컨벤션을 포함한 복합전시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서울시 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자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한전 측도 해외 자본 매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외 자본들이 어떤 전략카드를 내밀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라는 상징성이 강해 외국계 기업이 이 부지를 매입하는 일은 국민 정서에 반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주목

한전 본사 별관에 위치한 지하 변전소(삼성변전소)도 부지 매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전소 처리 문제가 생각처럼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변전소는 1985년 한전 사옥 준공과 함께 지하 2층 깊이에 3924㎡(1천189평) 규모로 설치됐다. 154kV 지하복합변전소로 삼성동 일대 6035호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본사 부지를 팔아야 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이 변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선 지하 2층보다 더 깊은 곳으로 변전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코엑스 지하와 연계 개발 때는 아예 다른 곳에 대체 변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1초라도 전기 공급이 끊겨선 안 돼서다. 전문가들은 지하를 더 파고들어가든, 대체 변전소를 마련하든 그 비용은 부지 매각대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변전소를 시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들이 검토됐으나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존치키로 했다”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6ㆍ4 지방선거’ 결과다.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전 부지 개발 범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재정악화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어려움 등을 토로하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대규모 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박 시장은 당초 뜻을 고수해오다 지난 1일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총 7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이다.

또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을 통해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부지 면적의 40% 내외를 공공기여(토지, 기반시설, 설치비용)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개발계획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개발계획이 수정 되거나 전폭 재논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은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 시내 30여곳에 대한 대형 개발 사업을 허가할 뜻을 내비치며 박 시장과의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올 상반기 중
매각 공고


이번 한전 본사 부지 매각은 감정절차를 거친 후 올 상반기 중으로 매각공고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전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구체화되면서 해당 부지 매매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갖가지 변수가 자리하고 있어 부지 매각은 여전히 가변적”이라며 “이르면 이달 안에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삼성동 일대 개발 밑그림이 그려졌다”며 “한전부지 개발 가시화가 이런 흐름에 가속도를 붙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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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