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새누리당 '비리전력자' 컷오프 통과 실태

"비리전력쯤이야…" 과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 파기 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자의 비리전력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공천 잡음에 당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은 비리혐의자 공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보좌관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에 대한 안팎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임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 사태는 민주당의 공천 갈등을 촉발시켰다. 반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 '비리전력자 공천 배제' 등의 원칙을 내세우며 정치쇄신 아젠다를 선점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관용 경북지사
비리종합세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요즈음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작은 흠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여야는 앞다퉈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인사는 후보 자격에 제한을 둔다는 기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에 대한 컷오프 결과를 두고 도덕성, 범죄전력 여부에 대한 공정하고 면밀한 심사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측근비리,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비리 의혹이 짙은 후보들이 컷오프 통과자로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경선에서는 3선 연임을 위해 지난달 27일 경북지사직을 내려놓고 후보로 나선 김관용 예비후보의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경선이 파행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 예비후보가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아들 병역비리, 측근비리, 논문표절 등 세 가지다.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병역비리 의혹은 김 예비후보가 구미시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1997년 10월 그의 부인 김모씨가 당시로서는 거금에 해당하는 2500만원을 모 병원 사무장과 의사에게 주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을 받은 사무장과 의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지난 2002년 1월 징역형과 함께 추징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만 김씨는 공소시효(배임증재 혐의는 공소시효 3년)가 지나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혹은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제기된 이후 선거 때마다 불거졌지만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예비후보 측은 "만약 병역법을 위반했다면 검찰과 병무청이 재검신청과 관련한 법집행을 했어야 하는데 안했다"며 "국립대 병원인 경북대병원에서도 면제사유로 진단받은 병명과 같은 아토피성 천식 판정을 받았고, 검찰이 지정해 준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도 동일한 진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측근비리 의혹은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사실로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의 측근인 이 전 칠곡부군수는 도청이전추진단장 시절인 지난 2011년 대우건설로부터 5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9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에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4억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북의 숙원사업인 도청이전(대구→경북 안동)을 위한 신청사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거액의 뇌물사건에 최종책임자인 김 예비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표절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경쟁자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과 박승호 전 청와대 행정관에 따르면 김 예비후보가 지난 2001년 영남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성봉·이형근 연구원이 1988년 공동집필한 정책연구보고서 수십 페이지를 복제 수준으로 베꼈다.


김관용, 아들 병역·측근비리·논문표절 '얼룩'
서병수, 인사청탁 뇌물·측근비리…1심서 '유죄'

이에 대해 권오을·박승호 예비후보는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예비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논문표절, 측근 뇌물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이 없다면 경북지사 경선은 없다"며 진실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경선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김 예비후보를 겨냥해 "즉각 국민과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후보 간 공세 수위가 높은 것은 김 예비후보의 비리 의혹이 심각하다는 판단과 함께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예비후보 의혹 관련) 투서가 공천위에 이미 전달됐었다"며 "하지만 당에서는 당 공헌도와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김 전 지사를 그대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 서병수
측근비리에 '곤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병수 의원의 측근비리도 최근 확인됐다. 서 의원의 측근이었던 박모 보좌관은 지난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1월24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8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판결문에 따르면 박 보좌관은 서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서 버젓이 금품을 주고받아 서 의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 의원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보좌관을 즉각 면직처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서 의원의 최측근인 보좌관이 부산시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부실을 초래한 비리의 중심에 있다"며 "서 의원도 보좌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비리전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 예천군수 공천에는 이현준 현 군수와 김학동 근혜동산중앙회 자문위원, 오창근 전 예천경찰서장이 후보 등록을 했는데, 이 중 두 후보의 비리전력이 이미 드러났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해 새누리당 당직자들에게 식당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이 예비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건축자재 생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8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이 예비후보는 재임시절 불거진 예천군 공무원 비리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예천군 공무원 A씨가 "도청 이전 지역 인근 땅을 싸게 주겠다"고 군민들을 꼬드겨 46억여원을 공금계좌로 받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예천군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이중 한 건에 대해 1심 법원은 "군청에도 5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예비후보의 책임론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초단체 선거 후보
비리전력자 '수두룩'

경남 사천시장 선거에 나서는 정만규 현 시장은 지난 2000년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은 전력과 함께 지난해에는 측근인 비서실장이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달 31일 컷오프를 통과했다. 정 예비후보의 당내 다른 경쟁자들이 이러한 비리전력을 문제 삼아 공동으로 정 예비후보의 공천배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 영도구청장 선거에 나서는 어윤태 현 구청장은 재임 중 직권남용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지만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그의 당내 경선 참여를 허용했다. 지난 2월13일 한층 강화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범죄경력은 모두 선거 공보물에 기재되지만,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셈이다.

정치쇄신 요구 역행하는 공천심사
당 공헌도, 당선 가능성만 고려?

이외에도 경북 의성군수에 나서는 김주수 예비후보는 음주 뺑소니로 벌금 1000만원을 낸 전력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김 예비후보 측은 "8년 전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반주로 술을 한잔하고 차를 빼다가 남의 차를 들이 받아 차를 옆으로 빼 놓은 적이 있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은 맞지만 뺑소니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지역구에서는 선거법위반, 음주운전, 폭력 등 전과가 있는 공천신청자가 수두룩했지만 대부분 컷오프에서 통과됐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역 국회의원
개입이 원인?

기초선거 공천에 특히 비리전력자가 더 많은 것은 지원한 후보가 많은 까닭도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천 과정에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한 의원은 지역 내 사이가 나쁜 기초단체장선거에 나서는 후보의 탈락까지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공천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은 향후 본선에서도 악재가 될 것"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공천잡음으로 예상 밖 참패를 당했던 민주통합당의 사례가 이번에는 우리에게 적용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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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