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갱신·비갱신형 암보험 전격비교

아프면 갱신형 건강하면 비갱신형

[일요시사=경제2팀] “나이가 많아서 걱정된다고요? 100세까지 보장해드립니다. 치료비가 많이 드는 암도 보장해드립니다.” “낸 보험료 다 돌려드립니다. 나중에 다 돌려받으면 큰 도움 되겠어요.”

쏟아지는 보험사의 광고를 보면 마치 보험상품이 내 인생을 보호해줄 것만 같다. 그러나 보험 상품 안에는 수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갱신형과 비갱신형 보험상품을 비교해봤다.

인천 부평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는 보험금 인상 안내 문자를 보고 짜증이 솟구쳤다. 5년 전 가입했던 보험 상품이 가입 당시 보다 2배나 올랐기 때문. 이씨는 “가입할 때는 갱신해도 별로 안 오를 것처럼 설명하더니 지금까지 너무 심하게 올렸다”며 “왜 이렇게 올랐냐고 물어보면 매번 물가 때문이라는데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알 수도 없고 완전히 속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강 따라 달라

갱신형 보험이란 일정기간이 지난 후 보험이 갱신되는 상품이다. 보장기간은 3년, 5년, 10년 등으로 기간이 끝났을 때 다시 연장하는 방식이다. 갱신형 보험의 장점은 연장 전까지 보험료가 저렴하고 가입 시 질병에 걸린다면 큰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올라간다. 보험사는 보장기간 뒤 물가와 의료수가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소득이 낮지만 추후 소득이 오를 예정이면 갱신형 보험을 고려해볼 만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오른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갱신형 상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가입 당시에는 갱신률이 10∼20%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지만 물가를 핑계로 보험료를 2배, 3배로 올려왔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사로 갈아탄다 해도 손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가입상품을 해지한다 해도 이미 사업비를 가져갔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받는 해지환급금은 원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보험사에 상품을 가입하려 해도 시간이 지난 만큼 나이를 먹고 건강도 악화돼 보험가입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50세 이상의 경우 보험가입이 제한된다. 갱신 시 재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년 보험상품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실손 가입자 수는 2009년 685만명에서 시작해 현재 약 30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가입자 수만큼 민간보험에 대한 민원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7년 8614건, 2008년 9301건, 2009년 1만2350건, 2010년 8118건, 2011년 1만2430건 등 해마다 보험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갱신형 보험상품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동 갱신형 보험 상품을 가입할 때 보험료 갱신과 관련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갱신보험료가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손해보험사들이 일방적으로 보장내용을 50%까지 축소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09년 갱신형 실손의료보험 판매 당시에는 보상한도를 1억원이라고 홍보하더니 3년 후 보상한도를 5000만원으로 줄인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이 부각되자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던 소비자들도 갱신형 상품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갱신형 상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최근에는 비갱신 보험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에도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인상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LIG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이 영업용 차량 보험료는 10% 인상하고, 업무용 차량은 3%씩 올렸다.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도 보험료를 인상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보험료를 10%씩 인상했다. 

비갱신 보험은 처음 가입 시 납입했던 보험료를 끝까지 동일하게 납입하는 방식이다. 보험보장도 변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갱신형보다는 처음 납입 보험료가 비싸지만 나중에 전체 납입보험료를 비교해 보면 일반적으로 비갱신형 보험료가 더 저렴하다는 평가다. 또한 비갱신형 보험상품은 보장기간이 80년에서 100년으로 갱신형 상품보다 길다는 장점도 있다.

[갱신형] 처음 보험료 저렴…점점 올라
[비갱신] 납입금 같지만 화폐가치 하락


갱신형 암보험 상품을 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은 최근 비갱신형 상품을 출시하거나 갱신형과 함께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대해상은 계속 받는 암보험, AIA생명은 뉴원스톱 암보험, 흥국화재는 행복을 다주는 가족사랑 통합보험 등 비갱신형 상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비갱신형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갱신형 상품에 대한 불신을 역으로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리부터 과도하게 보험료를 높여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료가 한 푼도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보험료가 비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갱신형 상품 보험료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비갱신형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하락할 경우 20년, 30년 후 받는 보험금이 실질가치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금 따져야

한 보험전문가는 건강상태에 따라 보험상품에 가입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현재 건강상태가 좋고 젊은 사람에게는 비갱신형 상품이 낫다”면서 “반대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간이 짧은 갱신형 상품이 낫다”고 조언했다. 기간 때문이다.

비갱신형 상품은 기간이 오래될수록 유리하지만, 갱신형 상품은 연장 전 보장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김 대표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려면 납입기간이 짧은 상품에 가입하라고 당부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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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