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대권플랜 밑그림 공개

선 원내진입 후 세 불리기 나서나

[일요시사=정치팀]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경기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지사(62)가 7·30재·보궐선거를 통해 중앙정치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일단은 남은 임기 동안 도정을 잘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주변에선 정치일정상 재보선 등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지사가 도지사 임기를 마친 후 '정치적 무직' 상태로 3년 이상 남은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에는 공백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 지사의 향후 행보를 <일요시사>가 미리 전망해봤다.

최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6·4지방선거 못지않게 뒤이어 열리는 7·30재보선의 정치적 비중도 상당하다. 현역 의원들이 앞다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최대 20곳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재보선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재보선의 판이 '미니총선급'으로 커지며 원외에 있는 거물 정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권의 대권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지사 측도 재보선 출마를 신중히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기회의 장'

일찍이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 지사의 다음 행보는 본인이 수차례 예고한 대로 차기 대권 도전이다. 문제는 어떻게 준비를 해 나갈 것이냐다.

김 지사 측은 우선 지난 대선 경선에서 세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한 만큼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17년까지 당내 기반과 인지도를 넓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 당내 세를 넓히기 위해 중앙정치에 복귀해야 한다는 큰 틀을 세우고, 어떤 방식으로 복귀할 것이냐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지사가 중앙정치에 복귀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차기 당권주자로도 거론되는 만큼 7·14전당대회에 나서 당권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김무성·서청원 의원 등 막강한 당내 경쟁자들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다. 차선책으로는 당권을 쥔 사람들과 연합하거나 7월 또는 10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해 차근차근 세를 불리는 방법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와 운동권 시절부터 함께한 오래된 측근 그룹에서는 도지사 퇴임 후 새누리당으로 복귀해 백의종군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방안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 지사가 친박으로 똘똘 뭉친 현 여권 권력지형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김 지사는 물론 측근들도 조직을 움직일 만한 자금력, 인력이 부족해 특별한 타이틀이 없이 당내에서 세를 넓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지난 대선 경선을 전후해 김 지사 측에 합류한 또 다른 측근 그룹에서는 7월 재보선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재보선의 판이 커지며 김 지사가 나설 만한 지역구도 여러 곳 나오고 있어 이번 기회에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그룹에서는 백의종군하는 정치행보로는 당내 입지 구축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우선적으로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고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에서 여러 방안들이 제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는 재보선 출마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그는 "원내에 있지 않고서는 세 불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지역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경기지역에서 열리는 재보선에 출마해 원내에 진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2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공직선거법 53조)는 규정이 부담이다. 평택을, 수원을은 재보선이 이미 확정됐고, 현역 의원의 출마로 재보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김포, 수원병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선거법상 이들 지역에 출마할 경우 김 지사는 4월1일까지 도직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중앙정치 복귀 구상…서울 출마설 솔솔
미니총선급 7·30재보선 '기회의 장'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지난 3월24일(미 현지시간) 경기도와 찰스 랭글 미국 하원의원이 공동 주최한 'DMZ 사진전'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가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7월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있고, 그달 말 보궐선거가 있다"며 이 기회들을 통한 중앙정치 진입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규정상 경기도에서 치러질 재보선에 나가려면 3월 말까지 도지사를 사퇴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김 지사는 3월23~4월1일까지 미국 동부와 남미 지역에 투자유치 및 교류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해외출장을 떠난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도 경기지역 재보선 출마는 어렵다. 그러나 경기지역 외에서 열리는 재보선에는 '선거 120일 전 사퇴'라는 선거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김 지사 측 일각에서는 서울지역 출마설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2심까지 유죄 판결(징역 10개월, 추징금 1억1000만원)을 받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 서대문을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을이 재보선 지역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동작을은 서울시장 출마 이후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정 의원의 지역구여서 이 지역에 김 지사가 등판해 정 의원의 득표율을 넘어서는 득표력을 기록하며 당선될 경우 단숨에 가장 강력한 여권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지사를 잘 아는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지사가 차기 대권을 생각한다면 7월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나와야 한다"며 "단숨에 주목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동작을에서 정 의원보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동작을' 주목

다만 서울지역 출마는 특별한 연고가 없기 때문에 출마 명분이 약하다는 점과 상대후보에 따라 당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 측 한 관계자는 "중앙정치무대 복귀라는 큰 틀의 행보에 대해서는 측근들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구체적 방안은 김 지사가 정치적 상황과 흐름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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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