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폐지> 오락가락 정책 논란

뒷말에 휩쓸려 ‘이랬다 저랬다 요랬다’

[일요시사=경제2부] 앞으로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도 공인인증서 없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사항에 따라 정부가 공인인증서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에게만 해당됐지만 내국인 역차별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내국인도 공인인증서 없이 쇼핑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정부의 속전속결 결정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책 없이 여론에 휩쓸려 오락가락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후속 대책 마련에 정부는 분주한 분위기다.

정부의 공인인증서 폐지는 ‘천송이 코트’에서 불거졌다. 국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배우들이 입었던 의상을 구입하려는 외국인 수요자가 늘어났다.

배우 전지현이 입었던 ‘천송이 코트’를 구입하기 위해 외국인들은 국내 쇼핑몰을 찾았다. 그러나 대부분 까다로운 공인인증 절차에 걸려 ‘천송이 코트’를 구입하지 못했다.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30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방법이 없는 외국인이나 해외 쇼핑객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줏대없는 정부

이 같은 소식은 박근혜 대통령의 귀에도 들어갔다. 지난 20일 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회의에서는 드라마 <별그대>의 ‘천송이 코트’가 화제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는데 이 드라마를 본 수많은 중국 시청자가 극중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의상과 패션잡화 등을 사기 위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결제하기 위해 요구하는 공인인증서 때문에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도 “한류 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천송이 코트’를 중국에서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이유는 바로 액티브X 때문”이라며 “액티브X는 본인확인, 결제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하는 한국만 사용하는 특이한 규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이 한국 사이트에서 의류 등 각종 제품을 공인인증서 없이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쳤다. 이후 내국인들은 역차별 논란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천송이 코트를 사러 이민이라도 가야겠다”, “차라리 외국인으로 태어날 걸 한국에 잘못 태어났다” 등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여론의 몰매에 정부는 즉각 내국인에게도 공인인증서 없이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정을 번복했다.
그러나 파장은 끝나지 않을 분위기다. 내국인들은 정부의 방침에 “근본부터 바로 잡을 생각은 안하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인인증서를 폐지했다”며 “보안성 떨어지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 인증 없이 인터넷 구매 제도화
내국인 역차별 비난 여론에 즉각 시정

오래전부터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는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그동안 공인인증서 관련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5월에도 공인인증서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률개정안이 제출됐다. 당시 국회에서는 공인인증서 존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정무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폐지하자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주장하는 공인인증서 제도의 문제점으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강제성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공인인증 의무사용 국가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라 30만원 이상 결제 시 반드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안 프로그램인 액티브X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크다.

액티브X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술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한국은 MS윈도우와 익스플로러 의존도가 80% 수준에 달할 정도로 높다. 따라서 대부분 온라인 사이트에는 금융 결제 시 보안을 위해 액티브X 설치를 요구한다. 액티브X를 설치한 후에는 공인인증서를 다운 받아야 한다. 구글 ‘크롬’, '파이어폭스' 등의 브라우저에서는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없어 국내 온라인 사이트에서 결제가 불가능하다.
 

보안 취약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인인증서는 저장 매체가 제한되지 않아 개인용 컴퓨터나 이동식 메모리(USB) 장치 등 다양한 매체에 저장·복사를 할 수 있다. 해킹에 따른 유출이나 분실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액티브X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도 스스로 보안 취약 등의 이유로 제한적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그동안 공인인증서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외면 받아왔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공인인증서 폐지가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공인인증서를 폐지하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 듣지도 않더니 대통령이 중국인들 천송이 코트 사게 하자고 한 마디 하니까 바로 폐지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며 “이렇게 급하게 폐지하고 대안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빠른 결정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규제완화에 급급해 대안이 약하다는 평가다.

오희국 한국정보보호학회 회장은 보안부터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대안 없이 무작정 공인인증서부터 폐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라며 “외국은 공인인증서를 요구하지 않지만 부정방지 시스템이 강력하다”고 제시했다.

외국은 온라인 쇼핑몰에 엑티브X나 공인인증서를 깔지 않더라도 쉽게 결제가 가능하다. 미국은 전자자금이체법(EFTA)에 따라 금융사고는 전적으로 기업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회사 돈이 걸려있기 때문에 그만큼 보안에 투자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에서 금융사고가 적게 일어나는 이유다.

그는 “근본적인 원인은 복잡한 액티브X에 있는데 공인인증서부터 폐지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공인인증서 자체 폐지 여부가 아닌 개인만의 고유 서명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체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인인증서 자체의 폐지가 아닌 ‘공인인증서 강제사용 규정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부연이다.

이러한 우려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액티브X가 필요없는 공인인증서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개선책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성명을 통해 “액티브X 없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기술 개발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정부가 보안업체와 경쟁하는 것인가"라며 “정부의 공인인증서 개선책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정부는 공인인증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할 때까지 대책 마련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급조된 미봉책”

금융당국은 이번 공인인증서 폐지 결정에 대해 대안 없이 급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공인인증서에 대한 개선안을 검토해왔다”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공인인증서 대체 수단을 찾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다만 정부는 비자 마스터 카드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용카드 번호 등을 입력하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으로 결제한 뒤 자동응답(ARS)으로 인증하는 등 보안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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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