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 KT ENS 대출사기 '후폭풍'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금융사건만 터지면 배후엔 '금감원'

[일요시사=경제2팀] 금융감독원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금감원 팀장급 간부가 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자랑이었던 KT ENS사기대출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팀장급 간부가 KT ENS 1조8000억원대 사기 대출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금감원 간부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의 금감원

서울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과정은 이렇다. 금감원 자본조사1국 소속 김모 팀장은 금감원이 KT ENS 사기대출 조사에 착수한 1월29일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조사 내용을 전해줬다. 이틀 뒤에는 강남의 한 식당에서 협력업체 대표들과 만나 공모를 꾸몄다. 핵심용의자인 전모 엔에스쏘울(KT ENS 협력업체) 대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4일 이미 홍콩으로 도주했다.

전 대표는 현재 남태평양에 있는 섬인 바누아투공화국에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따라서 경찰은 금감원 김 팀장이 전 대표의 도피를 돕고 사기 대출 과정에서도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팀장은 2005년에서 2007년 금감원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특히 대구 출신인 김 팀장은 2005년부터 고향 친구인 서모 중앙티앤씨 대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 대표와 서 대표 등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과 어울리며 필리핀 골프접대를 받고 수억원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또한 김 팀장은 서 대표가 2008년 230억원에 사들인 시흥 농원의 지분 30%를 무상으로 받았다. 종적을 감췄던 서 대표는 지난달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연루된 금감원 간부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사기대출에 대한 특별검사를 지휘하던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 박모 팀장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김 팀장이 박 팀장에게 접근해 검사 정보를 빼내 서 대표 등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팀장도 금감원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박 팀장이 1월29일과 2월3일 금감원의 검사 상황을 알려준 사실은 통화기록에서 발견됐다. 1월29일은 김 팀장이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금감원 조사 내용을 전달해준 날이고, 2월3일은 전 대표가 홍콩으로 도주하기 전날이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박 팀장이 동료인 김 팀장의 요구에 따라 검사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대출사기범의 해외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김 팀장에 대해 보직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반면 내부 규정을 어긴 박 팀장은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징계위원회는 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적발로 금감원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간부 연루 정황
대출 도움 주고 해외도피 도와

특히 금감원은 내부 직원이 이번 사건 배후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그동안 금감원은 '저축은행 여신 상시감시시스템'으로 대출 사기사건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었다고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KT ENS 대출 사기사건 범인들이 금융권 여신시스템의 허점을 꿰뚫고 있었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금융 지식에 해박한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범인들은 은행이 자금이 입금된 타행 계좌를 조회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원리금 상환이 늦어질 경우 은행이 KT ENS의 자금 담당 부서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상환기일을 꼬박꼬박 지켰다. 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권 내부자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금융사가 아닌 금감원 내부 직원이 해외 골프 접대와 금품을 받고 사기 대출 핵심 용의자에게 조사내용을 알려준 것이다.
 


이전에도 금감원 직원이 비리 사건에 줄줄이 연루된 적이 있다. 3년 전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금감원 전 현직 임직원 10여명이 청탁과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저축은행의 비리를 눈감아준 것이다. 적발된 금감원 직원들은 무더기로 기소됐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금감원에 찾아가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질렀다"며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뼈를 깎는 자세로 쇄신해 국민에게 신뢰를 되찾겠다"고 쇄신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 감사 자리에 퇴직 직원을 내려 보내지 않기로 하는 강력한 자정 노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저축은행 악몽

최근에는 금감원 인사들로 채워진 카드3사(KB국민, 롯데, NH농협)의 감사가 고객정보 유출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서 "카드3사 감사가 전부 금감원 출신"이라며 "(금융사에)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로 있어서야 제대로 된 감사가 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금감원 출신의 감사인사가 폐해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2009년 이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정보유출을 했던 경우는 모두 8건이었지만 금감원은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에게 정보 공유의 혜택은 무한정 제공하면서 제재는 면책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 사기대출 주범들 호화생활

KT ENS 사기대출의 주범들이 은행에서 빼돌린 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대출 범인들이 사용한 내역은 ▲금융비용 이자 900억원 ▲명동사채 비용 200억원 ▲대출수수료 165억원 ▲회사 인수 비용 280억원 ▲회사 운영 비용 270억원 ▲양천구 목동 부동산 매입 100억원 ▲서모 중앙티앤씨 대표 말레이시아 체류 비용 230억원 등이다. 불법 대출금 미상환금 2900억원 가운데 2200억원이 이런 식으로 쓰였다.

특히 사기대출 주동자로 알려진 서 대표는 충북 충주시에 2층 규모의 최고급 별장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 대표의 별장은 건축비만 12억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내연녀에게 15억원가량의 집까지 사주는 등 부동산에 500억원 넘게 쏟아 부었다. 280억원을 들여 상장회사를 인수해 대출 수수료와 사채 이자로만 360억원을 썼다.

서 대표와 2004년부터 동업자 관계를 맺은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전모 엔에스쏘울 대표는 인천 부평에 175억원을 들여 창고를 매입해 회사 사옥으로 사용했다. 양천구 목동에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전 대표는 금감원이 내용을 발표하기 이틀 전인 4일 홍콩으로 도피했다.


서 대표와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금융감독원 김모 팀장과도 해외골프를 치러 다니고, 호화술판을 자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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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