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③전남 나주-염색장 정관채

‘손끝 예술’쪽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56)씨는 쪽 염색의 대가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나주시 다시면 샛골에서는 예부터 목화를 많이 재배했다. 영산강 변에는 쪽이 많았다. 강이 범람하는 경우가 많아 벼 대체 작물로 쪽을 심었다. 영산강 하류는 바다와 가까워 쪽 염료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매염제 소석회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소석회는 굴이나 꼬막 껍데기를 1000℃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 만든다. 쪽 염색이 발달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샛골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쪽 염료를 생산했다.

사라진 우리 ‘쪽빛’ 되찾아
마을 사람들의 삶 고스란히

쪽 염색은 한국전쟁 이후 사라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전통 쪽물 재현을 시작으로 1980년 이후 다시 쪽 염색이 점차 보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염색장’ 정관채씨가 있다.
쪽 염료를 만들고 쪽 염색을 하는 일은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3~4월에 쪽 씨앗을 파종하고, 7~8월에 수확한다. 쪽을 항아리에 넣고 잠기도록 물을 붓는다. 2~3일 지나면 물이 옥색을 띤다. 쪽을 건지고 소석회를 넣어 산화 처리를 하면 남색 거품이 생기면서 옥색 물이 청색으로 변한다. 색소는 불용성 인디고가 되며 가라앉는다. 인디고 색소가 침전되고 남은 맑은 물을 따라낸다. 이때 남은 것을 진흙 같은 쪽이라고 해서 니람(泥藍)이라고 부른다. 니람은 항아리에 담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전통을 잇는
‘장인의 숨결’'

인디고는 불용성이므로 염색하기 위해서는 환원형으로 만들어 수용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쪽을 환원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해야 한다. 니람과 알칼리성인 잿물을 준비한다. 잿물은 콩대, 쪽 등을 태운 재를 시루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만든다. 용기에 잿물과 니람을 넣고 섞는다. 이때 잿물은 니람의 3~5배가 되도록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액의 표면에 청색 거품 같은 것이 생기는데, 염색이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쪽물이 준비됐으니 염색할 천을 준비한다. 천은 염색하기 전에 세탁하거나 끓는 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쪽물에 넣고 3~5분 뒤 꺼낸다. 공기 중에서 황록색이 청색으로 변한다. 수용성인 쪽물이 산소와 접촉하면서 다시 불용성이 되기 때문이다. 발색은 공기 중에 노출하는 방법과 쪽물에서 꺼낸 천을 곧바로 물에 넣는 방법이 있다. 진하게 염색하고자 할 때는 반복해서 염색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염색된 천을 물에 씻는다. 완전히 염색되지 않고 천에 붙어 있는 쪽 색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잿물을 빼지 않으면 쉽게 탈색되므로 주의한다. 잿물을 빼려면 염색한 천을 30분 정도 삶았다가 헹궈서 햇볕에 말리고, 물에 하루 정도 담가둔다. 이후 햇볕에 밀리고 다시 하루 정도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린다. 이렇게 2~5회 반복하면 잿물이 빠진다. 빙초산 등을 희석한 물에 쪽 염색한 천을 담갔다가 세탁하여 잿물을 빼는 방법도 있다. 잿물 빼기가 끝나면 중성세제로 세탁한 뒤 사용한다.


염색장 정관채씨가 태어나기 전부터 샛골을 비롯한 나주 일대에서 이런 일을 해왔다. 태어난 곳의 자연환경과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를 쪽 염색의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한 셈이다. 젊은 시절 미술을 전공하면서 쪽 염색에 인생을 걸었다. 한국전쟁 이후 끊어진 쪽 염색의 맥을 이은 것이다. 손톱에 쪽물 빠질 날 없던 그는 2001년 9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는 다시평야 한쪽에 있는 전수관은 쪽 염색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과 쪽 염색 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방방곡곡
나주 돌아보기

나주 일대에 있는 여행지를 돌아본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나주목이던 나주는 ‘전라도의 천년 수도’라는 별칭이 있다. 나주읍성의 동·서·남문을 복원했고, 북문은 현재 터를 발굴 중이다. 4km 정도 되는 나주읍성을 한 바퀴 돌며 사대문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일제강점기에 나주읍성의 문루와 성벽이 대부분 훼철되었다. 나주읍성을 돌아보고 100년 전통의 곰탕을 맛본다.

영산포등대를 구경한 다음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 유람에 오른다. 영산강은 전남 담양에서 발원하여 나주를 지나 목포까지 122km를 흐른다. 영산강이 품은 영산포는 조선시대 전세(田稅)를 보관하던 영산창이 있던 곳이다. 조선 중종 때 전남 영광 법성창이 생기기까지 영산창은 남부지방의 전세를 모았다가 한양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했고, 뱃길이 시작되는 영산포구는 사람들과 주변 지역 산물이 모이는 곳이었다.
영산교 부근에 전국적으로 알려진 영산포 홍어거리가 있다. 황포돛배를 타고 나서 영산포 홍어 맛을 본다. 홍어삼합이 가장 유명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보리애국을 따라올 게 없다.

나주 시내와 영산포에서 좀 멀지만, 불회사와 명하쪽빛마을도 돌아볼 만하다. 불회사는 덕룡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찰인데, 백제 침류왕 때 인도 스님 마라난타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불회사 대웅전은 보물 1310호, 대웅전 안에 있는 건칠비로자나불좌상은 보물 1545호다. 보물도 보물이지만 불회사는 절이 자리 잡은 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웅전 뒤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을 돌아보자.

명하쪽빛마을은 쪽 염색으로 유명한데, 염색과 함께 생활사박물관을 만들어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생활사박물관은 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평범한 집이다. 예부터 쓰던 물건과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나주읍성→완사천→영산포 황포돛배→백호문학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영상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나주읍성→완사천→영산포 황포돛배→백호문학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영상테마파크
· 둘째 날 : 명하쪽빛마을→삼봉 정도전 선생 유배지→죽산보→불회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나주문화관광 http://tour.naju.go.kr
·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h ttp://cafe.daum.net/jungindigo
· 불회사 www.bulhoesa.org
· 나주영상테마파크 www.najuthemepark.com
·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 www.naturaldyeing.or.kr


문의 전화
· 나주시청 문화관광과 061)339-8592
·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061)332-5359
· 나주영상테마파크  061)335-7008
· 황포돛배 선착장  061)332-1755
·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 불회사  061)337-3440
· 명하쪽빛마을  061)336-555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나주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10~18:35)운행, 4시간 소요.
· 나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0번 버스(나주·회진 방향)를 타고 정가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이 있다.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광주(05:30~다음 날 01:00 수시 운행, 3시간 30분 소요)까지 이동한 뒤 나주로 가는 방법도 있다.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나주시외버스터미널 061)333-3226~8
기차>·서울-나주 : 용산역에서 KTX 하루 4회(07:23~18:20) 운행, 3시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무안광주고속도로 나주 IC→노안삼도로에서 나주 방향→영산로→다시면→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숙박 정보
·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 나주시 금성관길, 061)332-6565, www.najumoksanaea.com
· 나주스퀘어모텔 : 나주시 선창길, 061)333-0927
· 대주모텔 : 나주시 삼영1길, 061)333-1180

 
식당 정보
· 홍어1번지 : 홍어정식·보리애국, 나주시 영산3길, 061)332-7444, www.nskates.com
· 나주곰탕 하얀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4292, http://cityfood.co.kr/h9/najugomtang4
· 노안곰탕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2053


주변 볼거리
백호문학관, 삼봉 정도전 선생 유배지, 죽산보, 나주영상테마파크, 한국천연염색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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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