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③전남 나주-염색장 정관채

‘손끝 예술’쪽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56)씨는 쪽 염색의 대가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나주시 다시면 샛골에서는 예부터 목화를 많이 재배했다. 영산강 변에는 쪽이 많았다. 강이 범람하는 경우가 많아 벼 대체 작물로 쪽을 심었다. 영산강 하류는 바다와 가까워 쪽 염료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매염제 소석회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소석회는 굴이나 꼬막 껍데기를 1000℃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 만든다. 쪽 염색이 발달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샛골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쪽 염료를 생산했다.

사라진 우리 ‘쪽빛’ 되찾아
마을 사람들의 삶 고스란히

쪽 염색은 한국전쟁 이후 사라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전통 쪽물 재현을 시작으로 1980년 이후 다시 쪽 염색이 점차 보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염색장’ 정관채씨가 있다.
쪽 염료를 만들고 쪽 염색을 하는 일은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3~4월에 쪽 씨앗을 파종하고, 7~8월에 수확한다. 쪽을 항아리에 넣고 잠기도록 물을 붓는다. 2~3일 지나면 물이 옥색을 띤다. 쪽을 건지고 소석회를 넣어 산화 처리를 하면 남색 거품이 생기면서 옥색 물이 청색으로 변한다. 색소는 불용성 인디고가 되며 가라앉는다. 인디고 색소가 침전되고 남은 맑은 물을 따라낸다. 이때 남은 것을 진흙 같은 쪽이라고 해서 니람(泥藍)이라고 부른다. 니람은 항아리에 담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전통을 잇는
‘장인의 숨결’'

인디고는 불용성이므로 염색하기 위해서는 환원형으로 만들어 수용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쪽을 환원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해야 한다. 니람과 알칼리성인 잿물을 준비한다. 잿물은 콩대, 쪽 등을 태운 재를 시루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만든다. 용기에 잿물과 니람을 넣고 섞는다. 이때 잿물은 니람의 3~5배가 되도록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액의 표면에 청색 거품 같은 것이 생기는데, 염색이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쪽물이 준비됐으니 염색할 천을 준비한다. 천은 염색하기 전에 세탁하거나 끓는 물에 담가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쪽물에 넣고 3~5분 뒤 꺼낸다. 공기 중에서 황록색이 청색으로 변한다. 수용성인 쪽물이 산소와 접촉하면서 다시 불용성이 되기 때문이다. 발색은 공기 중에 노출하는 방법과 쪽물에서 꺼낸 천을 곧바로 물에 넣는 방법이 있다. 진하게 염색하고자 할 때는 반복해서 염색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염색된 천을 물에 씻는다. 완전히 염색되지 않고 천에 붙어 있는 쪽 색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잿물을 빼지 않으면 쉽게 탈색되므로 주의한다. 잿물을 빼려면 염색한 천을 30분 정도 삶았다가 헹궈서 햇볕에 말리고, 물에 하루 정도 담가둔다. 이후 햇볕에 밀리고 다시 하루 정도 물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린다. 이렇게 2~5회 반복하면 잿물이 빠진다. 빙초산 등을 희석한 물에 쪽 염색한 천을 담갔다가 세탁하여 잿물을 빼는 방법도 있다. 잿물 빼기가 끝나면 중성세제로 세탁한 뒤 사용한다.


염색장 정관채씨가 태어나기 전부터 샛골을 비롯한 나주 일대에서 이런 일을 해왔다. 태어난 곳의 자연환경과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를 쪽 염색의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한 셈이다. 젊은 시절 미술을 전공하면서 쪽 염색에 인생을 걸었다. 한국전쟁 이후 끊어진 쪽 염색의 맥을 이은 것이다. 손톱에 쪽물 빠질 날 없던 그는 2001년 9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는 다시평야 한쪽에 있는 전수관은 쪽 염색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과 쪽 염색 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방방곡곡
나주 돌아보기

나주 일대에 있는 여행지를 돌아본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나주목이던 나주는 ‘전라도의 천년 수도’라는 별칭이 있다. 나주읍성의 동·서·남문을 복원했고, 북문은 현재 터를 발굴 중이다. 4km 정도 되는 나주읍성을 한 바퀴 돌며 사대문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일제강점기에 나주읍성의 문루와 성벽이 대부분 훼철되었다. 나주읍성을 돌아보고 100년 전통의 곰탕을 맛본다.

영산포등대를 구경한 다음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 유람에 오른다. 영산강은 전남 담양에서 발원하여 나주를 지나 목포까지 122km를 흐른다. 영산강이 품은 영산포는 조선시대 전세(田稅)를 보관하던 영산창이 있던 곳이다. 조선 중종 때 전남 영광 법성창이 생기기까지 영산창은 남부지방의 전세를 모았다가 한양으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했고, 뱃길이 시작되는 영산포구는 사람들과 주변 지역 산물이 모이는 곳이었다.
영산교 부근에 전국적으로 알려진 영산포 홍어거리가 있다. 황포돛배를 타고 나서 영산포 홍어 맛을 본다. 홍어삼합이 가장 유명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보리애국을 따라올 게 없다.

나주 시내와 영산포에서 좀 멀지만, 불회사와 명하쪽빛마을도 돌아볼 만하다. 불회사는 덕룡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찰인데, 백제 침류왕 때 인도 스님 마라난타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불회사 대웅전은 보물 1310호, 대웅전 안에 있는 건칠비로자나불좌상은 보물 1545호다. 보물도 보물이지만 불회사는 절이 자리 잡은 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웅전 뒤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을 돌아보자.

명하쪽빛마을은 쪽 염색으로 유명한데, 염색과 함께 생활사박물관을 만들어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생활사박물관은 건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평범한 집이다. 예부터 쓰던 물건과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나주읍성→완사천→영산포 황포돛배→백호문학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영상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나주읍성→완사천→영산포 황포돛배→백호문학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영상테마파크
· 둘째 날 : 명하쪽빛마을→삼봉 정도전 선생 유배지→죽산보→불회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나주문화관광 http://tour.naju.go.kr
·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h ttp://cafe.daum.net/jungindigo
· 불회사 www.bulhoesa.org
· 나주영상테마파크 www.najuthemepark.com
·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 www.naturaldyeing.or.kr


문의 전화
· 나주시청 문화관광과 061)339-8592
·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061)332-5359
· 나주영상테마파크  061)335-7008
· 황포돛배 선착장  061)332-1755
·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 불회사  061)337-3440
· 명하쪽빛마을  061)336-555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나주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10~18:35)운행, 4시간 소요.
· 나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0번 버스(나주·회진 방향)를 타고 정가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이 있다.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광주(05:30~다음 날 01:00 수시 운행, 3시간 30분 소요)까지 이동한 뒤 나주로 가는 방법도 있다.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나주시외버스터미널 061)333-3226~8
기차>·서울-나주 : 용산역에서 KTX 하루 4회(07:23~18:20) 운행, 3시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무안광주고속도로 나주 IC→노안삼도로에서 나주 방향→영산로→다시면→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


숙박 정보
·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 나주시 금성관길, 061)332-6565, www.najumoksanaea.com
· 나주스퀘어모텔 : 나주시 선창길, 061)333-0927
· 대주모텔 : 나주시 삼영1길, 061)333-1180

 
식당 정보
· 홍어1번지 : 홍어정식·보리애국, 나주시 영산3길, 061)332-7444, www.nskates.com
· 나주곰탕 하얀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4292, http://cityfood.co.kr/h9/najugomtang4
· 노안곰탕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2053


주변 볼거리
백호문학관, 삼봉 정도전 선생 유배지, 죽산보, 나주영상테마파크, 한국천연염색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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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