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죽어나간' 형제복지원 원장 재산 추적

생지옥서 벌어 1000억 숨겨뒀다

[일요시사=사회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활발한 입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서울과 부산에서 시민을 상대로 서명을 받으며,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발생한 형제복지원의 비극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러나 비극을 잉태한 형제복지원의 박인근은 여전한 침묵 속에 있다. 전두환정부와 결탁해 피의 대가로 돈을 불린 박인근 일가의 재산을 들여다봤다.

부산역에서 울산 방향으로 40여분을 차로 달리면 신시가지 개발이 한창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굽이진 산길을 거슬러 올라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차가운 쇠창살과 덤불 위로 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와 완벽히 격리된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형제복지원 사건
끝나지 않은 고통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실로암의집은 여전히 건재하다. 건물 외벽에는 믿음·소망·사랑이란 문구가 또렷하다. 1991년 12월16일 설립된 실로암의집에는 47명의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실로암의집을 운영하고 있는 법인은 형제복지지원재단(이하 형제재단)이다. 형제재단은 무연고 장애인과 여성·아동 등을 불법 감금해 강제노역을 시키고 구타와 고문, 성폭행, 암매장 등으로 수용인 531명의 목숨을 앗아간 '형제복지원 사건'의 당사자 박인근 원장(이하 박인근)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법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던 박인근은 출소 후 법인 이름을 재육원, 욥의마을, 형제재단 등으로 수차례 바꾸면서 복지사업과 수익사업을 병행했다.

1929년에 태어난 박인근은 2011년 4월7일까지 형제재단에서 이사로 활동하면서 사우나, 해수온천,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했다. 이후 형제재단은 박인근의 3남 박천광 이사(이하 박천광)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한 관계자는 박천광이 형제재단을 물려받은 이유에 대해 "장남과 차남은 전처의 자식이라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형제재단은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실로암의집을 운영하면서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 5년 평균 한 해 10억원의 예산이 법인 운영비, 장애인 생계급여 등을 명목으로 형제재단에 지원된다.

출소 후 법인명 바꾸면서 복지·수익사업
재산 불려 2010년 전후 자녀들에게 상속

실로암의집과는 별개로 박인근은 영리를 위한 사업체를 운영하며 돈을 굴렸다. 비교적 최근까지 형제재단은 사상해수온천과 빅월드레포츠센터라는 수익업체를 갖고 있었다.

지난 6일 발급한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형제재단은 2004년 1월 사상해수온천이 자리한 토지와 5층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하지만 사상해수온천의 지번상 토지는 2012년 12월 부산시에 압류됐고, 2013년 4월과 8월에는 각각 건물이 압류됐다. 지난해 10월2일 해당 토지와 건물은 한꺼번에 임의 경매돼 채권의 소유가 한 은행에 넘어갔다. 박천광은 이렇듯 재산을 처분하고 있었다.
 

사상해수온천은 정상 운영 중이었다. 기자는 사상해수온천의 실질 소유자인 박천광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사님은 자리에 안 계시다"는 말만 들었다. 해당 토지와 건물은 2009년 6월 100억여원의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로 사용된 전력이 있다.

빅월드레포츠센터 역시 정상 운영되고 있었다. 찜질방과 불가마, 사우나, 헬스 시설을 갖춘 빅월드레프츠센터는 2002년 1월 형제재단이 토지 및 건물을 전부 매입했다가 2011년 12월 A사로 소유권 일체가 이전됐다. A사는 노인을 상대로 한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던 법인으로 사회복지시설을 겸하고 있는 형제재단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박인근이 수사를 받을 때 일부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이 앞장서 구명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그들은 '박인근은 부산에서 좋은 일을 한 사람'이라며 '시대가 어쩔 수 없어 그랬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횡령·사기 혐의
박인근 부자 기소

2012년 9월 부산시는 법인의 재산 매각 대금을 개인용도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박인근을 형사고발했다. 당시 박인근은 법인 재산을 매각한 대금 중 36억여원을 공사비 지출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며 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14억53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형제재단은 사회복지법인이기 때문에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상 재산의 매매·증여·교환·임대·담보제공 등 처분과 관련한 사안은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박인근은 사상해수온천의 수익금 12억원가량을 유용하거나 장기차입을 명목으로 시의 허가를 받아 빌린 16억4000만원을 용도를 알 수 없는 곳에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이로부터 1년이 지나서야 사건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인근 부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하여 횡령한 돈이 18억4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지난해 12월 국고보조금 1억77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박인근 부자를 추가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생활지도원 김모씨와 형제재단도 피고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건은 지난 1월13일 법원에 접수됐다.

박인근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무자격자인 김씨를 물리치료사인 것처럼 속여 부산 기장군으로부터 1억27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박인근은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김씨를 결원이 생긴 물리치료사로 둔갑시켰다. 본래 김씨는 생활지도원으로 고용돼야 했지만 생활지도원은 정원이 초과돼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을 박인근은 악용했다. 또 박인근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에도 아들 박천광과 공모해 같은 수법으로 보조금 5000만원을 추가로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박인근 부자는 횡령과 사기사건 등에 연루된 상황이다. 그렇지만 햇수로 2년이 지났음에도 형제재단에 대한 행정·사법당국의 조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부산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형제재단의 경우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산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외부 감사를 도입하고, 법인이사 7명 중 4명을 공익이사로 선임하는 등 재단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도록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법인의 노력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법인의 모든 운영에 지자체가 간섭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곳곳에 부동산
자녀가 받았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부산시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한 관계자는 "만약 형제재단을 해산하면 요양시설을 행정기관으로 귀속시키거나 다른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운영권을 이양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까다로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형제재단이 장기차입 허가를 받을 때 부산시에서 편의를 봐준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거액을 대출받는 과정에서도 부산 지역 유력 정치권 인사가 거론될 정도로 박인근 일가와 연관한 정·관계 유착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인근은 "돈으로 여러 인사를 구워삶았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의 막대한 부가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일각에선 박인근 일가의 재산을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박인근의 재산은 2010년을 전후로 그의 자녀들에게 폭넓게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

부랑인들 모아 감금하고 강제 노역
사망 500명 등 3000여명 피해 집계
폭행고문에 성폭행…진상규명 착수

먼저 큰딸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회복지법인 신양원은 박인근이 형제재단 소유의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 일부가 흘러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인근은 지난 2008년 신양원 산하의 대안학교 신영중·고교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후 2010년 학교 운영권을 첫째 딸에게 넘겼다. 사실상 증여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첫째 딸 사위가 목사인데 거제도에 있는 교회가 박인근의 재산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골프연습장도 박인근의 재산으로 유명하다. 박인근은 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차명으로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해당 골프연습장은 박인근의 셋째 딸과 사위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인근이 둘째 사위를 위해 병원을 지어줬다는 의혹도 있다. 부산에서 울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병원은 의사 신분인 사위가 운영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박인근은 부산·울산·경주 등 동남권 곳곳에 부동산을 소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동산 중 일부는 매각을 거쳐 형제재단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됐다.

박인근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박천광 역시 대표이사에서 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형제재단은 박인근 부자의 후광이 워낙 강한 터라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재단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거둘 수 없다.

실로암의집
해결책 없나

실로암의집은 기자의 방문취재를 거부했다. 실로암의집 관계자는 "우리는 말할 것이 없다"며 "장애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설득 끝에 실로암의집과 관련한 한 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복수 제보자는 "실로암의집을 방문했을 때 교회 간판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요양시설에 특정 종교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건 불법이다. 해당 교회는 박인근 일가의 돈세탁 창구로 의심됐다.

하지만 실로암의집은 "지난 부산시 감사 때 지적 받은 뒤 지금은 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로암의집은 형제재단과 다르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로암의집이 있는 지번상 토지와 건물은 모두 가압류가 들어온 상황이다. 부산시 장애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실로암의집 시설에서 근무하는 선생님 대부분은 여자인데 실로암의집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장애인은 모두 남자"라며 "여기서 오는 고충도 헤아렸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기자는 실로암의집에서 내려오며 주위를 둘러봤다. 차도로 한참을 내려가서야 간신히 인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설에서 빠져나온다 한들 어디로도 빠져나갈 곳은 없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 무렵까지 그곳에서 살았다는 한 장애인은 "도망치면 반드시 잡혀와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다만 지금은 과거와 같은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요양인들을 대하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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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