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탄' 금감원 사람들

"그동안 봐줬으니…앞으로도 봐줄게"

[일요시사=경제2팀] 국내 금융권은 관치금융으로 업계 전반을 암울하게 휘감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금융감독원 출신 모시기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저축은행 사태 때부터 지적됐던 금융당국 출신 감사 및 사외인사 선임은 여전히 반복되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거 교체된다. 최근 삼성증권은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를 감사위원으로 내정했다. 현대증권도 금감원 국장 출신을 발탁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권력기관 및 정부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회사 운영에 있어 외부 세력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거 신규 선임

최근 삼성증권은 송경철 전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장 부원장을 감사위원으로 내정했다. 송경철 전 부국장은 금감원의 전신인 증권감독원 출신으로 공시감독국, 증권검사국, 증권감독국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증권통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도 정기승 전 금감원 증권감독국 국장을 발탁했다. 정기승 전 국장은 한국은행 기획부, 저축부 등을 거쳐 금감원 뉴욕사무소장, 증권감독국장 등을 역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서 금감원 4급 이상 고위직은 퇴직 후 2년 이내에 금융사 사외이사와 감사 등으로 취업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에 선임되는 삼성증권의 송경철 내정자와 현대증권 정기승 내정자는 2년 전인 2011년 전에 금감원을 퇴임해,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이사회 결의를 마친 증권사에 포진한 금감원 출신 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들이 모두 신규 선임하거나 재선임 할 예정이다.올해에도 증권사들은 금융당국 고위관료 출신 인사로 사내외 인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권력기관 및 정부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자리에 두면 회사 운영에 있어 외부 세력을 막는 '방패막이'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10개 대형증권사 중 7개사가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고용하고 있다. 이중 삼성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모두 금감원 출신이 여전히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출신 감사는 대부분 금감원 국장 이상의 고위직으로 파악됐다. 부원장이나 부원장보처럼 임원 출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증권은 금감원 출신의 이광섭 감사위원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동부증권 역시 금감원 총무국 부국장을 지낸 김진완 현 감사위원 연임을 결정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금감원 인사들이 대거 보험사 감사 및 사외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해당 업무의 전문성을 지닌 인사보다 권력 기관 출신이 오는 게 경영상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를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메리츠금융은 전광수 전 금감원 금융감독 국장과 이명수 금감원 전 기업공시국 팀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동부화재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출신의 김선정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주총에서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강 전 개발원장은 지난 2008년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바 있다.

금융사들은 금감원 출신 인사 내정에 대해 전문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리스크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금감원 출신 인사를) 내정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도 "금감원 출신 때문이 아니라 전문성 때문에 내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비리나 금융사기범에 대한 사전 정보유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금감원 출신의 금융사 감사로의 진출이 금지됐지만, 기존부터 감사직을 수행했거나 타 기관에서 직책을 맡아온 인사들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기 때문이다.

증권·보험사 등 금융권 고위직 모시기 여전
금융사고 대비용…'방패막이' 전관예우 지적

지난 2011년 투자자들에게 최대 50조원의 피해를 안겼던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금감원 출신 인사의 전관예우 폐단에서 비롯됐다. 금융당국 고위간부 출신들이 저축은행 감사로 있으면서 금감원의 부실감사를 자행하는 심리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 학맥을 고리로 한 금감원 간부들과 일부 저축은행 고위층이 정보를 미리 빼돌렸다는 의혹이 있었다.

당시 김장호 전 금감원 부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이 일부 저축은행 경영진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금융사의 감사를 맡은 환경에서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조사나 감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감원 고위간부 출신이 기업 감사위원으로 있으면 금감원 직원들이 감사 및 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금감원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악순환 끊어야

금감원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선배들이 감사로 있다하더라도) 감독하는데 원칙대로 시행하고 있다"며 "절대 금융사 감사나 사외인사들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형 금융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금감원 인사 출신의 전관예우 문제가 거론된다. 지난 1월 정보를 유출한 카드 3사(KB국민, 롯데, NH농협)는 감사를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는 점을 두고 비판을 받고 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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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