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으로 간 사장들 활약상

어제 동지가 오늘 적…친정에 비수 ‘팍’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신(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너도나도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앙숙이었던 경쟁사 인력을 수혈하고 있어서다. 특히 ‘친정’을 향해 뒤통수를 제대로 날린 이적 CEO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은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친정과 피 튀기는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이적 CEO들을 모아봤다.

경쟁사로 이적해 친정 회사와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전문 CEO들이 각광받고 있다. 능력 있는 CEO들이 경쟁사에 스카우트되는 게 일반화된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식품·유통·IT업계를 중심으로 CEO들이 경쟁사로 옮겨 맹활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준비된 인재
파격 스카우트

SPC그룹은 ‘CJ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CJ 출신 권인태 부사장을 영입해,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마케팅BU(부사장)로 선임했다. 영업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진 권 부사장은 CJ그룹 지주회사인 CJ에서 전략지원 업무를 지휘해 왔다.

대구 영신고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6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CJ푸드빌 경영기획실장, CJ제일제당 영업SU장 등 영업 담당을 거쳤다. 이후 CJ그룹 전략지원팀장(부사장), 홍보실장, CRS팀장 등을 지냈다.

SPC그룹은 그동안 경쟁사인 CJ푸드빌과 CJ제일제당에서 닦아온 권 부사장의 영업 노하우를 높이 평가해 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과 CJ는 베이커리와 커피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라이벌이다. 업계는 이 점 때문에 권 부사장이 우선 계열사 마케팅을 총괄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룹의 경영전반에 관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부사장 영입 배경에 윤석춘 삼립식품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윤 사장은 CJ에서 권 부사장과 한솥밥을 먹다가 2012년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식품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윤 사장은 당시 CJ제일제당에서 식품과 영업을 두루 거친 인물로, 식품업계 생리에 대해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선사업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는 두부사업을 진두지휘했고, 이후 식품총괄본부장을 거쳐 영업까지 총괄한 바 있다.

식품·유통·IT업계 경쟁사 스카우트
영업력 강화·신사업 위해 외부 수혈

삼립식품으로 적을 옮겨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은 후에는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연결 기준)이 7849억원으로 2012년보다 31.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38억원으로 2012년 78억과 비교해 205.1%나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6월 육가공업체 알프스 식품을 인수하는 등 윤 사장의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사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3일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 사장이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자 SPC그룹이 권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며 “평소 앙숙처럼 지내는 경쟁사의 핵심 인력을 영입한 만큼 CJ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성적표
구원투수 투입

동원그룹의 선택도 파격적이다. 지난해 3월 동원F&B의 동종 업계인 대상의 대표를 지낸 박성칠 사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박 사장 스카우트 배경에는 위기에 빠진 동원F&B를 구하려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980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이후 1993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까지 삼성전자 PI(프로세스 혁신) 총괄, 2003년까지 i2테크놀로지 대표이사,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전자 SCM(공급망 관리) 및 PI, 경영혁신 총괄 등을 역임하면서 ‘혁신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박 사장이 처음 식품업계와 인연을 맺은 건 2009년이다. 대상이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 박 사장을 영입해 경영을 맡겼고, 취임 첫해 매출 1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대상은 박 사장 재임 기간인 2009∼2011년까지 영업이익은 534억원에서 943억원으로 76.6% 늘어났고, 영업이익률도 5.29%에서 6.77%로 상승했다.

위기에 빠졌던 대상을 살려낸 그는 동원F&B 사장 취임 후 온라인몰 규모를 늘리고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참치캔의 원가 구조를 개선하는 등 혁신을 주도했다.

그 노력에 실적이 화답했다. 동원F&B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매출(연결 기준)은 1조320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 올라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 이익은 52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4% 증가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박성칠 효과’라고 부를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목할 점은 마케팅비와 R&D 비용 등 쓸 때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이 같은 결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라며 “박 사장 스카우트가 곧 수익성 개선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2010년 1월 ‘진로출신 영업의 달인’인 장인수 하이트주조 사장을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발탁했다. 1993년 만해도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해온 오비맥주를 3년 만에 2위로 밀어냈던 ‘숙적’인 하이트진로의 최고 경영자를 영입한 것이다. 장 사장은 1994년 당시 오비맥주의 추락을 앞당긴 적장으로 전해진다.

샐러리맨 신화
장수 CEO

서울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고)를 졸업한 장 사장은 1980년 진로에 입사, 30년 가까이 진로(2005년 이후 하이트진로)에서 영업현장을 누빈 국내 주류업의 산증인이다. ‘정치 깡패’로 불리던 유지광의 주류 도매상을 담당하기도 하고 ‘참이슬’의 성공을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8년 하이트주조·2009년 하이트주정의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고졸’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상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성공신화는 경쟁사인 오비맥주에서도 계속됐다. 누구보다 오비맥주의 강·약점을 훤하게 꿰뚫고 있던 그는 취임 후 재고를 줄이고 공장에서 막 나온 맥주를 최대한 빨리 공급하기 위해 영업 비용을 30% 이상 늘렸다. 신선한 맥주 생산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해 시설도 개선했다.

그 결과, 취임 2년 만에 ‘맥주본가’의 명성을 되찾았다.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만년 2위에서 맥주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6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 1월 오비맥주를 인수한 세계 1위 맥주 회사 AB인베브의 카를로스 브리토 최고경영자도 “오비맥주 경영진은 지난 몇 년간 회사를 업계 선두 주자로 성장시키는 큰 성과를 이뤘다”며 장 사장을 높이 평가했다. AB인베브는 장 사장에게 오비맥주 경영을 계속 맡기기로 했다.

권인태·윤석춘…베이커리 라이벌 CJ서 이직
‘고졸신화’장인수 카스 앞세워 업계 1위 탈환
‘매직 손’박성칠 취임 첫해 매출 1조원 돌파


화장품·생활용품 업계에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돋보인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동종 업종 경쟁사인 한국P&G CEO를 지낸바 있다. 지난 2005년 LG생활건강 CEO로 영입된 후, 코카콜라음료·페이스샵·해태음료 등 11건의 인수합병을 통해 매년 최고의 실적을 실현했다.

그가 LG생활건강으로 부임한 후 회사 매출은 2005년 3·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34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36분기 연속으로 성장하며 LG그룹의 새로운 주력 기업으로 떠올랐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음료사업 등 각 사업부의 연간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0년 차병원그룹의 차바이오&디오스텍에서 개발한 인체 줄기세포 배양액 원액을 원료로 공동 개발한 생명공학 화장품 ‘오휘 더퍼스트’는 그의 대표적인 성공 작품이다. 이 제품은 매년 평균 매출이 15%씩 늘고 있는 ‘효자 상품’에 등극했다. 이러한 성과로 차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대표이사 자리를 10년 째 유지하며, 현재 LG그룹 부회장단 중 전문경영인으로는 가장 오래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삼성 출신’들이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임형규 전 사장을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부회장으로 영입했고, 서광벽 전 삼성전자 부사장도 SK하이닉스 미래기술전략총괄 사장으로 임명됐다.

자존심 싸움
새둥지서 훨훨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그룹 핵심임원이 경쟁업체에 이직하는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 탓에 경쟁사로 둥지를 옮기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뿐더러, 수년째 이어온 라이벌간 자존심 싸움이 강해 인력 이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르는 ‘경쟁사 러브콜’ 움직임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가장 경쟁력 있는 CEO는 해당 업계동향과 경쟁사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동종업계에서 경험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EO는 경쟁 업체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 영입을 원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준비된 CEO’라고 할 수 있다”며 “기존 회사의 경영 전략에 밝은 만큼 시장 대응과 전략 마련에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내부에서 수혈이 되지 않을 경우 외부를 통해서라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마지막 퍼즐 맞추기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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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