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②충북 충주-삼화대장간 야장 김명일

그 곳엔 담금질과 두드림의 연금술사가 산다

충주는 예부터 철의 으뜸 생산지였다. 고려시대 몽골에 대승을 거둔 곳도 충주지역으로, 몽골보다 월등한 철제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해진다. 충주시 무학시장 입구 누리장터에 자리한 ‘삼화대장간’은 60년 넘는 세월 동안 쇠를 녹여 철제기구들을 제작해온 야장(충북 무형문화재 13호)이 운영하는 곳이다. 올해 75세인 도지정 무형문화재 야장 김명일 선생이 직접 제작한 화로에서 쇠를 담금질하는 과정과 다양한 도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고려시대 사찰인 단호사 대웅전에 모셔진 철조여래좌상(보물 512호)은 철로 제작된 불상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전통무예 택견을 체험할 수 있는 충주시 택견전수관과 충주세계무술박물관이 있는 충주세계무술공원도 함께 돌아보자.

2005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
‘충청 모팔모’ 쇠붙이와 함께한 삶 고스란히

벌겋게 달궈진 화로 앞, 탕탕 망치질하는 소리가 마치 심장을 두드리는 듯하다. 일흔다섯 나이가 무색하게 육중한 망치를 들어 모루를 향해 내리치는 어깨에 기운이 넘친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망치를 놓지 않은 도지정 무형문화재 야장 김명일 (충북 무형문화재 13호) 선생이다.
대장간을 뜻하는 한자 풀무 야(冶), 장인을 뜻하는 장(匠)이 합쳐진 야장은 우리말로 대장장이다. 요즘은 대장간을 만나기 어렵기도 하지만, 옆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 달군 쇳덩어리로 도구를 만드는 그에게 ‘장인’이라는 호칭이 붙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작은 호미 하나를 만드는 데 20번 가까운 담금질과 1000번이 넘는 망치질이 필요하다. 손잡이를 끼우는 슴베 작업을 하고 마무리하기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기계로 찍어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노력과 시간, 정성이 더해지는 것이다.
고관대작의 안방에 걸리는 장식품도 아니고 값나가는 물건도 아니지만, 모루에 올려놓고 모양을 잡아가는 동안 눈빛에 흐트러짐이 없다. 때로는 거침없고, 때로는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러운 망치질 소리는 묵직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

풋풋한 봄
장인의 숨결 따라

요즘은 공장 기계를 통해 몇 분 만에 수십 개씩 물건들이 쏟아지지만, 김명일 선생의 삼화대장간에 똑같은 물건은 없다. 모두 하나하나 손으로 제작한 명품이기 때문이다. 호미며 낫, 칼은 물론이고 쇠스랑과 긁개 같은 농사 도구부터 소 목에 거는 도래, 문고리, 화로 같은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원래 대장간 자리에서 누리장터의 현대식 건물 안으로 들어왔지만, 그가 만들어낸 물건들은 화로와 모루 앞을 지킨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한결같이 듬직하고 믿음직스럽다.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과 상처마저 보듬어준 시간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마차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재미 삼아 풀무질을 배웠고, 1953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인근 대장간 일을 거들며 용돈을 벌고 취직도 했다. 다른 일을 하리라 마음먹고 입대했지만, 육군 무기 보급창에 배치되어 또다시 철을 녹이고 두드리며 3년을 보냈다. 야장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오는 동안 호기롭던 청년은 백발이 되었지만, 여전히 망치를 들고 모루 앞에 선다. 아버지의 마차 공장에서 사용하던 모루며 바이스 같은 도구와 연장도 함께 나이를 먹었지만, 그에게는 자랑스러운 가보다.
한때 호황을 누리던 대장간도 이제는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농번기가 되어도 사람들은 값싼 중국산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손님이 적어도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물건을 만드는 이유는 자부심 때문이다. 도지정 무형문화재 김명일 선생이 만든 농사도구를 써본 사람은 평생 단골이 된다. 몇 번 쓰면 부러지고 자루가 빠지는 중국산 제품과 달리 삼화대장간의 물건은 튼튼하기로 유명하다.

대장간에 오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망치질 체험도 하고, 앙증맞은 호미를 기념품으로 선물하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대장간을 직접 보고 쇠를 두드리는 이색적인 체험을 하기 위해 일부러 대장간에 오는 여행자도 많다.

손끝 따라 떠나는
멋의 기행

수십 년 전만 해도 삼화대장간이 있는 달천변을 따라 대장간이 많았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충주에서 생산되는 것 중 으뜸으로 철을 꼽았을 만큼 충주에는 철이 많았다고 한다. 백제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제철 유적지도 여러 곳에서 발굴되었다. 몽골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우수한 철제 무기로 아홉 번 중 여덟 번을 승리한 곳도 충주로 알려졌다. 충주 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삼화대장간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삼화대장간이 있는 달천 변에는 자유시장과 공설시장, 무학시장이 이어져 장터 나들이하기에 그만이다. 의류상과 잡화상이 주를 이루는 자유시장과 순대골목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 무학시장 사이에 공설시장까지 충주 전통시장 삼총사다.


특히 끝자리 5·10일에 서는 충주풍물시장은 달천변을 따라 350여 개 난전이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무학시장 안에 자리한 반선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던 본가로, 반 사무총장의 학창시절과 부모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 생활 모습 등을 재현했다.

고려시대 사찰 단호사에는 충주가 철의 고장임을 말해주는 철조여래좌상(보물 512호)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중건된 약사전에 모시던 철조여래좌상은 최근 신축된 대웅전으로 옮겨졌다. 흔히 보는 금불상이 아닌 검은빛 철제 불상으로, 긴 눈매와 자연스럽게 표현된 여섯 겹 옷 주름이 특징이다. 
충주시 택견전수관은 전통무예 택견(중요무형문화재 76호)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졌을 만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택견은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사전에 신청하면 품밟기, 활갯짓, 발질 등 기본 동작을 익히는 수련 체험을 할 수 있다.

세계무술공원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무술과 택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충주세계무술박물관을 중심으로 수석 공원, 돌 미로원, 야외 공연장 등이 함께 있는 복합 공원이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멋진 풍광을 만들어주는 벤치와 미니 도서관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강변길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삼화대장간→무학시장(반선재)→자유시장→충주시 택견전수관→충주세계무술박물관→단호사(철조여래좌상)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삼화대장간→무학시장(반선재)→자유시장→충주시 택견전수관→충주세계무술박물관→단호사(철조여래좌상)→숙박(계명산자연휴양림)
· 둘째 날 : 계명산자연휴양림→종댕이길 걷기→귀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충주문화관광 www.cj100.net/tour
· 충주시 택견전수관 www.taekgyeon.net


문의 전화
· 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23
· 충주시청 경제과(무학시장, 오일장 관련) 043)850-6021
· 삼화대장간 043)848-4079
· 충주시 택견전수관 043)850-7304
· 단호사 043)851-7879
· 충주세계무술박물관 043)848-848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충주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회(08:10~23: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회(09:30, 15: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충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143번 버스 승차, 무학시장 정류장 하차, 누리장터 주차장까지 도보 5분.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02)2088-2635, www.busterminal.or.kr
· 충주공용버스터미널 043)856-7000, www.cjterminal.co.kr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중원대로 따라 약 9km 이동→문화사거리에서 시청·시의회 방면 좌회전→삼원로터리에서 직진→대봉교 건너 우회전→누리장터 주차장


숙박 정보
· 필림 37.2 : 충주시 연원로, 043)842-0515 (굿스테이)
· 계명산자연휴양림 : 충주시 충주호수로, 043)850-7313, http://gmf.cj100.net
· 봉황자연휴양림 : 가금면 수룡봉황길, 043)850-7315, http://bhf.cj100.net
· 호텔 더베이스 : 충주시 호암대로, 043)848-9900, www.hotelthebase.com


식당 정보
· 금능가든횟집 : 송어·향어회, 충주시 국원대로, 043)848-5101, http://kumnung.smphone.kr
· 만나밥집 : 황태해장국, 충주시 동수2길, 043)852-9590
· 신라정 : 장어구이, 충주시 국원대로, 043)845-9591, http://cityfood.co.kr/h9/sinlajeong
· 중앙탑오리집 : 오리백숙, 가금면 중앙탑길, 043)857-5292
· 진풍가든 : 꿩 요리, 살미면 세성로, 043)851-0771


축제와 행사 정보
탄금대, 충주고구려비전시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충주 미륵대원지, 수안보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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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