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SBS 예능 ‘애정촌 자살’ 파문

최종 선택 앞두고 극단적 선택, 왜?

[일요시사=사회팀] 사랑을 찾아 나섰던 한 여성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SBS 리얼리티 맞선 프로그램 <짝>에 출연 중이던 29살 전모씨.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녀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최종 선택을 앞둔 마지막 밤, 대체 전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망한 전씨는 SBS <짝> 출연자 중 한명이었다. <짝>은 출연자들이 합숙하면서 짝을 찾는 리얼 연애 프로그램. 10∼12명의 싱글남녀 출연자들은 ‘애정촌’이라 불리는 숙소에서 6박7일 동안 짝을 찾아나간다. 방송에서는 이들이 서로 호감 가는 짝을 찾는 과정이 상세히 다뤄진다.

제작 과정 문제는?

전씨는 지난 5일 새벽 촬영지인 제주도 서귀포시의 펜션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종 짝을 선택하는 마무리 촬영을 앞둔 마지막 밤이었다.
서귀포 경찰에 따르면 사망 전날인 4일. 외부에서 데이트를 즐긴 두 커플 외에 전씨를 포함한 나머지는 숙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전씨는 이날 15시께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고 20시에 거실에서 약간의 반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했다.
23시께 어머니와 통화하며 그날의 일과에 대해서 얘기했고 자정 넘어 5일 0시30분까지 모든 출연진이 테라스에 머물렀다. 이후 전씨는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며 1시30분께 방에 딸린 화장실에 들어간 뒤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제작진에 화장실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전씨는 이미 헤어드라이어 줄로 샤워기에 목을 맨 채 숨져있는 상태였다. 
현장에서 발견한 전씨의 수첩에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그냥 그거 말곤 할 말이 없어요.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라고 적었다. 전씨는 또 “애정촌에 와있는 동안 제작진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지만 지금 너무 힘들다. 여기서 짝이 되고 안되고가 문제가 아니라 삶에 의욕이 없다”고 썼다. 경찰 관계자는 “일기장에는 <짝>과 관련된 이야기, 호감 가는 사람에 대해 쓴 글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짝 찾던 솔로녀 촬영 마지막 날 조용히 목매
그녀에게 무슨 일이…프로그램 탓? 개인 탓?

유서까지 남겨진 자살사건이지만, 사건이 알려진 후 전씨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의문점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우선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전씨를 자살에 이르게 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다. <짝>이란 프로그램 특성 탓에 나올 수 있는 의혹이다.
<짝> 출연자들은 애정촌에 있는 기간 동안 외출과 사적인 생활을 완벽히 통제당한 채 카메라에 노출된다. 출연자들 방에 각각 소형 카메라가 2∼3대 정도 설치돼 있고, 거실에도 3∼4대의 카메라가 24시간 그들을 촬영한다. 유일하게 카메라가 없는 곳은 화장실뿐이다.
이 때문에 이성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심적 고통을 겪더라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울거나 웃거나 속상해 하는 모든 과정들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다. 전씨의 경우 녹화 초기에 3명의 남성 출연자들로부터 구애를 받는 등 큰 인기를 얻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남성 출연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과거 <짝>에 출연자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출연했던 한 남성 출연자는 “너무 갑갑해서 차를 끌고 드라이브를 나갔는데 앞뒤로 제작진의 차가 가로막아서 붙잡혔다”는 후기 글을 올렸고, 또 다른 출연자는 “방송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연자들 간의 지나친 경쟁이나 갈등으로 몰아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자신의 방송분을 선택해서 나가게 하는 권리는 출연자들에게 없다. 실제 <짝> 출연자들은 출연에 앞서 녹화되는 모든 내용을 방송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정촌에서의 생활 수칙인 ‘짝 12강령’에는 ‘애정촌의 생활은 모두 촬영되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가감 없이 방송한다’고 적시 돼 있다.
전씨도 사망하기 전 출연진과 지인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러한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측근은 “다른 출연자는 30분 (인터뷰)하는 거, 자기한테는 1시간 한다고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걱정을 했나보다”라며 “그 친구 캐릭터를 ‘비운’으로 했는지..”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측근과 나눈 SNS 대화에는 전씨가 “지금 저녁 먹는데 둘이 밖에서 이벤트한 거... 녹음해서 다 같이 있는데서 틀어놓는데 나 표정 관리 안 되고 진짜 짜증나 미치겠다 진짜”라고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다른 지인들과 나눈 SNS 메시지에는 “신경 많이 썼더니 머리 아프고 토할것 같아”, “얼른 집에 가고 싶어” 등 촬영 중에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해 병원을 다녀 온 사실도 밝혀졌다.

2라운드 공방조짐


이 밖에도 전씨는 촬영 전 신청을 취소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에는 “제작진 쪽에서 이미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팅도 마쳐서 중도에 나가는 건 어렵다고 연락했다”고 적혀있다.
전씨의 어머니는 이러한 의문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있음을 시사했다. 모친은 경찰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자세한 내용은 곧 터트리겠다”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실제 전씨는 사망 직전 모친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방송이 나가면 한국에서 못 살 것 같다”는 요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지난해 9월 결혼 상대를 정해 상견례를 했으나 결별한 뒤 <짝>에 출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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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