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없는 박근혜정부 막전막후

아버지 따라잡기?…시절이 다르잖아요

[일요시사=정치팀]집권 2년차로 접어든 박근혜정부에는 꼭 필요하지만 찾아볼 수 없는 네 가지가 있다. 제대로 된 인사, 소통, 공약 이행 의지,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안 등이다. 외형상 50% 중후반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순항 중인 듯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네 가지로 인해 향후에도 순항할지는 의문이다. 역으로 이것만 보완한다면 남은 임기도 성공적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에 필요한 네 가지를 <일요시사>에서 파헤쳐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월17∼20일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를 기록했다. 취임 초 잇단 인사실패와 불통 논란에 41%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차근차근 만회해 집권 1년이 된 시점에서 대선 당시 득표율(51.6%)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집권한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김대중 전 대통령(60%)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조사방식-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대상-전국 유권자 1218명, 표본오차-95%신뢰수준에 ±2.8%p, 응답률-15%).

외형상 선전
내부는 불안

이와 같은 지지율은 지난 1년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내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식지 않은 국민의 기대와 활발한 외교 활동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남은 임기도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없는 네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근혜정부에는 '제대로 된 인사'가 없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는 '망사'에 가까웠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평이다.
정부 출범 전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해 최근까지도 고위직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낙마는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이는 제대로 된 인사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수첩을 기반으로 한 '나홀로 인사'가 만든 결과물로 알려진다.
또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주변에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공식적 루트 외 비공식 루트에서도 박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인사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는 사이 주변의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내쳐지거나 스스로 떠났다. 일례로 박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했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 내쳐졌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공약 이행과 관련해 청와대와 마찰을 빚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사·소통·공약의지·비전 부재 지적
지금까지 부족한 부분 채우면 성공?

제왕적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무한대에 가깝다. 때문에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가려 할 때 이를 바로 잡아줄 참모가 없다면 나라 전체가 잘못된 길로 가게 된다.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하려 할 때 쓴소리를 내뱉는 사람은 없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아첨꾼만 가득하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현대와 같이 다원화, 분업화, 전문화된 사회에서 1인이 모든 것을 조율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형 정치를 벗어나, 대선 때 약속했던 내각책임제 등을 통해 국무총리 및 부처 장관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통에 문제없다?
실제론 불통왕국

"소통이 없다"는 비판적 기류도 만만찮다. 과거 정권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소통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당장 전임 이명박정부와 비교해도 대국민접촉의 상징인 기자회견 횟수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6일 2014년 새해를 맞아서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내용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등 당시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이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게다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진보성향의 언론은 배제한 채 사전에 준비된 질의를 받고, 준비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국민담화에서도 질문은 받지 않은 채 40여분간 홀로 원고를 낭독한 뒤 끝냈다.
국민과 소통의 자리를 거의 마련하지도 않았고, 또 마련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진행한 셈이다.
이에 일부 참모들은 국민과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대선 1주년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한 "박 대통령의 가장 잘못된 점을 불통이라고 하는 부분이 가장 억울하다. 원칙대로 하는 데 대해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다"라는 발언은 박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국정의 동반자인 여당과도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의 지시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따르는 수직적 당·청 관계가 고착화되며 야당과 대화·타협·협상으로 정치를 이끌어가야 할 여당은 지난 1년 야당과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세월을 보냈다.
여당과도 소통이 되지 않는데 야당과의 소통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1년 내내 박 대통령은 야당과 첨예하게 맞섰다. 지난해 9월에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는 3자 회담이 가까스로 성사됐지만,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소득 없이 끝났다.
결국 국민, 여당, 야당과의 소통 부재는 "정치권에 정치가 없다"는 비판을 불렀다.
이와 같은 불통 논란이 나날이 확산되자 친박 핵심인사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지난 2월2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정치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며 "정부와 가교 역할을 담당할 정무장관직을 부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선 전후
확 바뀐 공약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복지확대를 슬로건으로 하는 이른바 좌클릭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부터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로, 복지확대는 약속보다 축소 이행 및 폐기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최근 대국민담화에서도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복지확대가 쏙 빠지자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통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이르는 동안 내놓은 여러 슬로건이 취임 후에 지켜지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대표적인 것이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큰 세 가지 줄기가 그다지 이행된 부분이 별로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쌀시장 개방은 없을 것이라는 공약을 결국 지키지 못하자 하나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을 향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한 바 있다"며 공약 후퇴 및 폐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2월20일 대한변호사협회 초청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다"고 고백했다.
공약의 내용을 잘 모르고 참모들이 써 준대로 읽다 보니 현재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지율은 순항…실상은 위태위태
준비된 대통령? 아마추어 대통령?

지난 1년 국정의 발목을 잡았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선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일관되게 말하면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선 재판 진행 중 정부가 나서 정당해산심판까지 청구하는 등 이중 잣대 논란도 제기된다.
최근에도 세세한 사건사고까지 직접 언급하는 박 대통령이 주한 중국대사관이 직접 '위조'라고 밝히며 불거진 국정원·검찰의 '서울시 간첩 공무원 사건'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불리한 것에는 입을 다물고 유리해 보이는 것만 말하는 성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거꾸로 가는
시대의 대안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안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회는 90년대 이후 극심한 양극화 현상과 두 번의 경제 위기로 인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권으로 성장 했지만 부의 편중으로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너도나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시대적 화두로 제시해 호응을 얻었지만, 당선 이후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으로 급선회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불) 비전 제시는 가까이는 임기 내내 경제성장만 외쳤지만 '허황된 꿈'으로 끝난 전임 이명박정부의 747공약(7% 성장, 4만불 소득, 7대 강국 진입)과 유사하고, 멀리는 박정희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60∼70년대 박정희정부와 똑같이 가고 있다"며 "시대가 흐르고, 시대적 요구도 바뀌었지만 아버지의 향수에 젖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에 많은 세 가지

박근혜정부에는 과거 정권에 비해 유독 많은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관료 출신이다. 청와대 비서진과 정무직 자리에는 관료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데, 특히 경제 라인은 100% 순수 관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경험보다 행정 경험을 중시하고, 상명하복이 몸에 밴 관료들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둘째는 노장이 많다. 특히 관료 출신의 60∼70대가 중용되고 있는데 청와대 김기춘(74) 비서실장을 비롯해 남재준(69) 국정원장, 김장수(66) 국가안보실장, 박흥렬(64) 경호실장, 주철기(67) 외교안보수석, 현경대(75) 민주평통수석부의장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와 관련해선 박 대통령이 20대 초반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당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따르는 참모들과 자연스럽게 지낸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는 육사 출신이다. 사실 육사 출신은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에 입성한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국가의 외교·안보·정보라인을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 인사로는 남재준 국정원장(육사 25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김관진 국방부 장관(육사 28기),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 등이 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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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