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없는 박근혜정부 막전막후

아버지 따라잡기?…시절이 다르잖아요

[일요시사=정치팀]집권 2년차로 접어든 박근혜정부에는 꼭 필요하지만 찾아볼 수 없는 네 가지가 있다. 제대로 된 인사, 소통, 공약 이행 의지,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안 등이다. 외형상 50% 중후반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순항 중인 듯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네 가지로 인해 향후에도 순항할지는 의문이다. 역으로 이것만 보완한다면 남은 임기도 성공적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에 필요한 네 가지를 <일요시사>에서 파헤쳐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월17∼20일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를 기록했다. 취임 초 잇단 인사실패와 불통 논란에 41%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차근차근 만회해 집권 1년이 된 시점에서 대선 당시 득표율(51.6%)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집권한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김대중 전 대통령(60%)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조사방식-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대상-전국 유권자 1218명, 표본오차-95%신뢰수준에 ±2.8%p, 응답률-15%).

외형상 선전
내부는 불안

이와 같은 지지율은 지난 1년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됐던 내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식지 않은 국민의 기대와 활발한 외교 활동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남은 임기도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없는 네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근혜정부에는 '제대로 된 인사'가 없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는 '망사'에 가까웠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평이다.
정부 출범 전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해 최근까지도 고위직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낙마는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이는 제대로 된 인사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수첩을 기반으로 한 '나홀로 인사'가 만든 결과물로 알려진다.
또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주변에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공식적 루트 외 비공식 루트에서도 박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인사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는 사이 주변의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내쳐지거나 스스로 떠났다. 일례로 박 대통령 당선에 일조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했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 내쳐졌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공약 이행과 관련해 청와대와 마찰을 빚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사·소통·공약의지·비전 부재 지적
지금까지 부족한 부분 채우면 성공?

제왕적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무한대에 가깝다. 때문에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가려 할 때 이를 바로 잡아줄 참모가 없다면 나라 전체가 잘못된 길로 가게 된다.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하려 할 때 쓴소리를 내뱉는 사람은 없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아첨꾼만 가득하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현대와 같이 다원화, 분업화, 전문화된 사회에서 1인이 모든 것을 조율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형 정치를 벗어나, 대선 때 약속했던 내각책임제 등을 통해 국무총리 및 부처 장관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통에 문제없다?
실제론 불통왕국

"소통이 없다"는 비판적 기류도 만만찮다. 과거 정권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소통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당장 전임 이명박정부와 비교해도 대국민접촉의 상징인 기자회견 횟수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6일 2014년 새해를 맞아서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내용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등 당시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이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게다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진보성향의 언론은 배제한 채 사전에 준비된 질의를 받고, 준비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국민담화에서도 질문은 받지 않은 채 40여분간 홀로 원고를 낭독한 뒤 끝냈다.
국민과 소통의 자리를 거의 마련하지도 않았고, 또 마련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진행한 셈이다.
이에 일부 참모들은 국민과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대선 1주년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한 "박 대통령의 가장 잘못된 점을 불통이라고 하는 부분이 가장 억울하다. 원칙대로 하는 데 대해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다"라는 발언은 박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민과의 소통뿐 아니라 국정의 동반자인 여당과도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의 지시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따르는 수직적 당·청 관계가 고착화되며 야당과 대화·타협·협상으로 정치를 이끌어가야 할 여당은 지난 1년 야당과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세월을 보냈다.
여당과도 소통이 되지 않는데 야당과의 소통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1년 내내 박 대통령은 야당과 첨예하게 맞섰다. 지난해 9월에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는 3자 회담이 가까스로 성사됐지만,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소득 없이 끝났다.
결국 국민, 여당, 야당과의 소통 부재는 "정치권에 정치가 없다"는 비판을 불렀다.
이와 같은 불통 논란이 나날이 확산되자 친박 핵심인사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지난 2월25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정치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며 "정부와 가교 역할을 담당할 정무장관직을 부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선 전후
확 바뀐 공약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복지확대를 슬로건으로 하는 이른바 좌클릭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부터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로, 복지확대는 약속보다 축소 이행 및 폐기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최근 대국민담화에서도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복지확대가 쏙 빠지자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통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이르는 동안 내놓은 여러 슬로건이 취임 후에 지켜지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대표적인 것이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큰 세 가지 줄기가 그다지 이행된 부분이 별로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쌀시장 개방은 없을 것이라는 공약을 결국 지키지 못하자 하나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을 향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한 바 있다"며 공약 후퇴 및 폐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2월20일 대한변호사협회 초청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다"고 고백했다.
공약의 내용을 잘 모르고 참모들이 써 준대로 읽다 보니 현재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지율은 순항…실상은 위태위태
준비된 대통령? 아마추어 대통령?

지난 1년 국정의 발목을 잡았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선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일관되게 말하면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선 재판 진행 중 정부가 나서 정당해산심판까지 청구하는 등 이중 잣대 논란도 제기된다.
최근에도 세세한 사건사고까지 직접 언급하는 박 대통령이 주한 중국대사관이 직접 '위조'라고 밝히며 불거진 국정원·검찰의 '서울시 간첩 공무원 사건'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불리한 것에는 입을 다물고 유리해 보이는 것만 말하는 성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거꾸로 가는
시대의 대안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안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회는 90년대 이후 극심한 양극화 현상과 두 번의 경제 위기로 인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권으로 성장 했지만 부의 편중으로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너도나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시대적 화두로 제시해 호응을 얻었지만, 당선 이후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으로 급선회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불) 비전 제시는 가까이는 임기 내내 경제성장만 외쳤지만 '허황된 꿈'으로 끝난 전임 이명박정부의 747공약(7% 성장, 4만불 소득, 7대 강국 진입)과 유사하고, 멀리는 박정희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60∼70년대 박정희정부와 똑같이 가고 있다"며 "시대가 흐르고, 시대적 요구도 바뀌었지만 아버지의 향수에 젖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에 많은 세 가지

박근혜정부에는 과거 정권에 비해 유독 많은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관료 출신이다. 청와대 비서진과 정무직 자리에는 관료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데, 특히 경제 라인은 100% 순수 관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경험보다 행정 경험을 중시하고, 상명하복이 몸에 밴 관료들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둘째는 노장이 많다. 특히 관료 출신의 60∼70대가 중용되고 있는데 청와대 김기춘(74) 비서실장을 비롯해 남재준(69) 국정원장, 김장수(66) 국가안보실장, 박흥렬(64) 경호실장, 주철기(67) 외교안보수석, 현경대(75) 민주평통수석부의장 등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이와 관련해선 박 대통령이 20대 초반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당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따르는 참모들과 자연스럽게 지낸 경험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는 육사 출신이다. 사실 육사 출신은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에 입성한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국가의 외교·안보·정보라인을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 인사로는 남재준 국정원장(육사 25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김관진 국방부 장관(육사 28기),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 등이 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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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