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핏줄' 친조카 성폭행 백태

짐승만도 못한 삼촌들

[일요시사=사회팀] 친조카 자매를 성폭행해 임신시키고 출산까지 하게 한 삼촌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또 며칠 간격으로 친형이 죽은 틈을 타 조카를 강간한 인면수심의 삼촌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꽃다운 10대 조카를 노린 이들의 짐승만도 못한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강도·감금·폭행 등 여러 종류의 강력범죄가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범죄는 성폭력이다. 살인에 버금가는 악질 범죄의 대명사인 성폭력은 분노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흔히 성폭력하면 흉악한 얼굴을 한 괴한이 혼자 다니는 여성을 덮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는 사람이
더욱 무섭다

지난 1월16일 여성가족부는 전국 만 19세 이상 64세 미만 남녀 3500명을 조사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의 피해 정도가 심할수록 가해자는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간의 경우는 가해자의 60.1%가 피해자의 지인(친족 포함)이었다. 강간미수 역시 피해자의 61.4%가 가해자와 안면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와 가까웠던 애인, 동네사람, 학교 선후배, 직장상사 및 동료 등은 순간의 욕정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이처럼 성폭력은 범행 전 피해자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상당수 가해자가 된다. 때문에 피해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조카자매 삼촌 성폭행으로 임신
10대 언니·동생 나란히 출산


특히 피해자와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런 피해 사실조차 숨기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지난 23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김씨에게 신상정보 10년 공개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함께 선고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던 김씨는 경합범으로 모두 18년을 감옥에서 살게 됐다.

김씨는 당시 10대였던 친조카 자매를 상습 성폭행한 중범죄자다. 이들 자매는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각각 아이를 출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의 범행으로 나이 어린 친조카가 임신해 출산까지 하고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고통과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좌절감의 크기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김씨의 죄는 마땅히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조카인데
성노리개로

미혼인 김씨는 충북 음성에 있는 친형 집에서 2011년부터 더부살이를 했다. 친형 부부는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는데 자연스레 김씨는 조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악마'가 됐다.  2011년 11월 김씨는 당시 15살이던 A양을 무참히 성폭행했다. A양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누구도 김씨의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 김씨의 범행은 한 달 새 3차례나 반복됐다.

김씨의 악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A양의 동생도 성폭행했다. 동생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A양에게 그랬던 것처럼 동생을 2차례 더 성폭행했다.


김씨의 범행 이후 이들 자매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범행으로부터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A양과 동생의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김씨의 범행은 A양의 학교 담임교사에 의해 드러났다. A양의 배가 불러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교사가 A양과 면담을 한 것이다. 발견 당시 A양은 임신 8개월이었다. 손을 쓰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던 것. 뒤늦게 확인한 A양의 동생 역시 만삭의 몸이었다. A양이 먼저 원치 않는 출산을 했고, 동생은 A양의 뒤를 이어 아이를 낳았다.

형수 일간 사이 몹쓸짓
친형 죽은 뒤 또다시…

어린 나이에 출산의 고통까지 겪은 자매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양의 동생은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동생의 건강을 고려해 A양의 사건만 먼저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건을 심리한 청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촌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그 사회적 비난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후 검찰은 동생의 진술을 확보해 김씨를 한 번 더 기소했다.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선 김씨는 징역 8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김씨는 모두 18년을 복역하게 됐다.

친조카를 성노리개로 삼은 '못된 삼촌'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구에서는 친형의 어린 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대구지검 형사3부(이태형 부장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B(4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2013년까지 경북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친조카(현재 11세)를 4차례 성폭행하고, 1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B씨는 지난해 초 친형(피해아동 아버지)이 숨진 뒤에도 조카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다문화가정을 꾸린 친형과 형수,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중 형 내외가 집을 비운 사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B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구속을 피하기 위해 알코올중독자 행세를 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B씨의 위장 입원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경찰은 사건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대구지검 형사3부 소속 최성겸 검사는 B씨의 입원 경위를 수상쩍게 여겨 직접 정신병원으로 찾아갔다. 이어 B씨가 가짜 환자임을 밝히고, B씨를 구속했다.

검찰이 B씨를 구속한 날, 바로 옆 재판장에선 어린 조카딸 자매를 강제추행한 이모(58)씨가 중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최월영)는 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58)씨에게 징역 8년과 함께 신상정보공개 10년, 전자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수년간 같이 살던 10대 초반의 조카자매를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대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위협과 함께 조카 자매의 신체 특정부위를 만지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잃은 뒤 함께 생활하던 어린 조카딸을 수차례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시도를 했고 동생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는 등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주체 못한 욕정
살인까지 저질러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는 삼촌이 조카를 범하는 친족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이란 이유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족은 없는 것만도 못한 악의 굴레다. 또 남의 가족사란 이유로 주변에서 쉬쉬하는 사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다시 살펴보면 모든 피해자 중 1.1%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즉 성폭력 피해자의 100명 중 99명은 수사기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또다시 범죄에 노출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 1월13일 이혼한 전처의 10대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모(48)씨에게 강간살인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오씨는 1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2월22일 오후 8시께 진천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전처의 조카 C(17)양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온 C양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오씨는 C양이 완강히 저항하자 이성을 잃었고, C양이 도망가려 하자 뒤쫓아가 살해했다. 만취 상태였던 오씨는 조카를 죽인 뒤에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끝까지 추행하는 등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정신감정서와 범행 당시 만취해 있었던 정황을 종합해보면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나 그런 상황에서 저지른 성범죄도 감경사유에서 제외하는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감형하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오씨는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감형을 위해 노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 잃은 자매 특정 부위 만지작
전처 조카가 저항하자 목 졸라 살해

욕정에 눈 먼 삼촌들 때문에 꽃다운 10대 소녀들은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물론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었다. 또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딸과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동안 가슴에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불행히도 친족 간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찰 집계 기준 1994년 121건으로 보고됐던 친족 강간은 2008년 293건, 2010년 369건을 거쳐 2012년에는 520건으로 늘었다. 직계가족이 저지른 성폭행도 적지 않겠지만 삼촌에 의한 성범죄 역시 친족 성범죄의 한 축을 이룬다.

대다수 피해자
아동과 청소년

친족 강간의 대다수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이다. 가해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저항력이 약한 아동·청소년이 성욕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친족 성범죄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친족 간 성범죄는 물증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전의 일이라 수사기관 입장에서 이를 끄집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친족 성범죄를 외부로 드러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덮어두기만 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주변에서 능동적인 대처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은 물리적 저항이 없어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에 비춰봤을 때 적극적인 신고와 사법당국의 엄중한 대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카 성폭행한 삼촌
단지 "사랑해서" 무죄?

10대 조카와 성관계를 맺은 20대 삼촌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임선지)는 미성년자인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남모(2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5촌 당숙이던 남씨를 이성으로 좋아했다는 조카 D양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D양은 1·2심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좋아하는 배우를 닮은 삼촌을 좋아했고, 성관계도 싫지 않았다. 과거에 자해를 한 행위도 삼촌에게 여자친구가 있어서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서운했기 때문이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이어 "가출을 자주 해서 부모님에게 혼날까봐 무서워서 처음 경찰에 진술할 때 삼촌의 핑계를 댄 것"이라고 번복 경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D양의 진술을 받아들이는 한편 1심에서 남씨가 제출한 자백 취지의 반성문에 대해 '어린 조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된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는 남씨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남씨에 대한 의존관계나 그 밖의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진술을 허위로 번복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남씨가 합의 하에 (조카와)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씨는 지난 2012년 여름부터 자신의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조카(당시 13세)를 성폭행하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