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폭풍전야 내막

거짓말 거들다 딱 걸렸다

[일요시사=경제2팀] KDB대우증권은 앞으로 3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분식회계로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의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았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20억원의 기관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다. 이후 파장이 길어지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섬유업체 중국고섬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대우증권은 금융당국에 대한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을 따랐다는 점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고섬 사태는 끝났다는 입장이다.

최대 규모 징계

중국고섬은 애초에 상장해서는 안 되는 부실기업이었다. 중국고섬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의 섬유업체다.

중국고섬은 2009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2011년 1월2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중국고섬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2개월 만에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중국고섬은 거래정지 전날 싱가포르거래소에만 거래정지를 요청했고, 이후에도 상당기간 정지 사유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매매정지 하루 전인 3월21일 중국고섬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기관투자자들이 먼저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과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은 영문도 몰랐던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였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사건이 터진 후 3년간 해명이나 사과는 커녕 모든 주주총회와 공시를 수십 차례 미루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금융당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와 매출 및 주요 실적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중국고섬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마치 1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가진 것처럼 허위기재한 것이다. 심각한 현금부족 상태였던 중국고섬은 한국거래소 상장 후 국내 투자자들에게 공모자금 2100억원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중국고섬의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해당 금융사는 3년 동안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최근 증시 부진과 거래대금 급감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대우증권에 커다란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대우증권 임원 또한 3년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2010년 3분기 중국고섬의 핵심자산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계정에 대해 단순한 분석적 검토만 실시했다.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2010년 3분기 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도 입출금 통장 잔고 및 거래내역도 확인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역시 대우증권이 중국고섬의 현금잔고 확인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와 누락을 막지 못한 것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대우증권과 공동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대우증권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는 중국고섬 투자자 550명이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국고섬 공모주에 투자했던 125명에 대해 대우증권은 이들이 입은 손해액의 절반(3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감사·검토를 받지 않은 2010년 9월 재무제표는 주관사인 대우증권이 적절한 검증을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대우증권은 재무비율 분석만 했을 뿐 예금통장 확인, 은행의 잔액조회서 수령, 중국고섬의 현금원장·명세서 수령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금융투자협회의 대표 주관업무 모범규준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검증 절차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즉, 대우증권의 가장 큰 실수는 중국고섬의 통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2년 뒤에야 중국고섬 사태는 종지부를 찍었다. 대표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부실기업 상장 주관했다가…파장 일파만파 
결국 분식회계로 폐지 "3년간 새 사업 못해"

그러나 대우증권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은 1차적으로 회계법인의 과실을 밝혀냈어야 했다"며 "(대우증권의) 100% 책임이 아닌 (회계법인과의) 공동책임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반 동안 회계법인도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3개월 만에 증권사가 어떻게 분식회계 사실을 알 수 있었겠느냐"며 "금감원은 모든 책임을 증권사에만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우증권이 주장하는 과정은 이렇다. 중국고섬의 분식회계는 싱가포르에 상장된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2007년부터 중국고섬의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3년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중국에서 고섬과 은행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강제로 검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합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영회계법인에 대해서도 감리했지만 중국에서 협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보류된 상태"라며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책임을 소홀히 해놓고 핑계를 대고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고섬 고발

대우증권은 싱가포르 경찰국 상무부(CAD)에 중국고섬 등을 회계부정으로 고발했다. 금융당국이 중국고섬 회계부정 수사를 할 수 없게 되자 대우증권이 직접 해외소송을 준비한 것이다. 회계부정을 입증할 증거가 모두 해외가 있어 국내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대우증권은 이번 고발을 통해 중국고섬의 회계부정을 입증하고 관련 증거를 최대한 입수해 향후 진행할 손해배상소송에 활용할 계획이다. 상무부는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싱가포르경찰국 산하에 있는 특수수사국 부서다. 대우증권은 참고인 자격으로 중국고섬 사태에 대한 직접 진술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고섬 사태는?


KDB대우증권이 중국고섬 사태 이후 실적 악영향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우증권은 2013회계년도(2013년 4∼12월)에서 영업손실 360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고섬, STX, 경남기업 부실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800억원 가량 발생한 탓에 손실 규모가 커졌다.

중국고섬의 대표주관사였던 KDB대우증권은 고섬의 상장폐지 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대우증권은 당시 중국고섬 주식을 약 830만주 보유하고 있었다. 거래 정지 기간 동안에도 582억원 가량으로 평가됐던 중국고섬 주식은 28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또한 상폐 후 정리매매를 거쳐 국내 주식 1주당 싱가포르 주식시장의 주식 20주와 워런트 10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11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시장법상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억원도 물게 됐다.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배상금액 3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아울러 대우증권은 투자일임 운용제한, 금융투자상품 매매 관련 손실 보전 금지 등을 위반했다가 최근 적발됐다. <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검찰을 비판하기 바쁘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4년간 수사해 무혐의로 판단했는데 재수사에 들어가자, 주가조작 입증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란 핵심 피의자에 대한 보석을 법원에 요청한 것에 대한 지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특검과 연관돼 검찰이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 미진했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3대 특검과 관련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검과 주도권 경쟁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수사하자 정황 증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김 여사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롭게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을 때와 달리 김 여사가 주가조작 가능성을 인식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김 여사는 또 지난해 7월 초 검찰의 조사가 임박했을 당시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도 30분 넘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담당하던 직원과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로 확보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2010년 말경부터 시작된 2차 주가조작 시기와 겹친다. 검찰이 해당 녹음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중 40%를 그 일당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육성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증권사 직원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주식 매매 세력에 가담했다고 당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가 본인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원래 일임매매하면 10~30% 수익은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2020년부터 4년 넘게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같은 증권사를 압수수색하면서도 해당 통화 녹음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걸로 파악돼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팀은 김 여사 미래에셋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 3일~12월 3일 사이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전화 주문을 한 게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 거래여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내용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육성 수백개 녹취파일 이제야? 계좌 로그인 기록엔 블랙펄 IP 주소도 당시 수사팀은 전화 주문 방식으로 거래된 다른 증권사 5곳(신한·DS·DB금융·한화·대신)에서는 김 여사가 통화한 녹음파일을 모두 확보해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수사를 통해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이하 블랙펄)와 김 여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파악했다. 김 여사 명의의 주식 계좌에 여러 차례 접속한 IP 주소가 블랙펄 사무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전 수사팀은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 매매 시점에 HTS에 접속해 있던 IP 주소들만 분석했는데, 재수사팀은 HTS 프로그램에 로그인하는 시점에 사용된 IP 주소들까지 미래에셋증권에 추가 요구한 끝에 해당 흔적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사팀은 블랙펄 측이 IP 주소를 숨기기 위해 김 여사 아이디로 HTS를 이용할 때 별도의 무선 인터넷 장비를 이용했지만, HTS 프로그램 로그인 시점에는 실수로 사무실 인터넷망을 몇 차례 이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블랙펄의 IP가 없는 것이 김 여사 불기소 결정 이유 중 하나였지만 이마저도 뒤집힌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혐의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재수사에 들어가 파일을 찾아냈다”며 “정말 스스로 자폭한 일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미래에셋도 압수수색했다고는 하지만, 그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그걸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지금 와서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인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언제 확보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4년 전 압수수색을 하고도 확보하지 못했던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발로 쏟아지고 있다”면서 “주가조작의 ‘스모킹건’인 녹음파일을 검찰이 언제 확보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새롭게 공개된 육성 파일에는 김 여사가 맡긴 구체적 액수와 수익 배분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있다”면서 “검찰은 4년 동안 존재를 몰랐다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파일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 동안 권력에 기생하며 선택적 수사로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줘왔던 검찰의 족적이 확연히 남아있는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뒤집히는 불기소 이유 문 대변인은 “김건희만이 아니라 검찰도 특검 대상”이라며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 면죄부 수사의 진실도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사들을 당장 수사해야 하고,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부실 수사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같은 검사인데 그때 수사했던 검사는 왜 그걸(통화 녹취 파일) 발견 못했을까? 왜 지금 검사들은 이걸 발견했을까”라며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이 봐줬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주가조작보다 더 심각한 범죄는 주가조작을 봐주는 것”이라며 “특검으로 낱낱이 밝혀야 한다. 김건희씨 주가조작을 봐준 사람들 모두 국민을 우롱한 죄까지 모아 최대한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최소한 수사팀에 대한 감찰·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 감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통화 녹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파일 확보를)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주가조작) 1~2차에 걸쳐 3개 계좌를 이용한 사람은 김건희씨밖에 없다”며 “‘공범 중에 왕공범’인 김건희씨만 왜 수사 안 했느냐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이 출범하자 이제야 증거를 찾았다는 점에서 수사의 진정성보다는 수사의 주도권 다툼에 더 가까운 행보로 읽힌다”며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기 전에 검찰이 기소한다면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고 공소 유지에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다르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외에도 검찰은 내란 핵심 피의자의 보석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란 수사는 하지 않고 오히려 핵심 피의자를 풀어주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26일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이유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른 1심의 구속 기간이 최장 6개월로 그 기간 내 심리를 마치는 게 어렵다”며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할 보석 조건을 부가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실무례라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2개월이 원칙이며, 필요 시 2개월 단위로 2차례 갱신할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월25일과 4월22일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을 갱신했다. 검찰 측은 구속 기간 만료를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에 보석 조건부 직권보석을 요청했고, 김 전 장관 측은 보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속 기간 만료 시에는 단순 석방되는 반면,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 탓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할 것 ▲증거를 인멸하지 않을 것 ▲법원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을 것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이나 증인 등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을 것 ▲주거 제한 ▲보증금 1억원 납부 등을 명령했다. 김 전 장관이 이 같은 보석 조건을 어길 시에는 보석이 취소되고 보증금이 몰취되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게 된다. 앞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혈액암에 따른 건강악화를 이유로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지난 1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사건 관계인 등과 연락 금지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김 전 장관의 보석으로 인해 노상원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군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이들에게 직권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수사·내란 동조 등 비판 나와 “특검 시작하면 검찰은 할 게 없다” 다만 김 전 장관이 보증금 제출과 사건 관계자와 연락할 수 없는 조건이 붙은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했으며 이로 인해 오는 26일 무조건 석방될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 결정에 불복하고 석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군검찰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내란 핵심 피의자들이 다시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건부 보석을 요청했다는 입장이지만 ‘내란을 비호하는 행위’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에서 내란종사혐의로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은석 특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비상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하고, 같은 달 5일엔 수행비서 역할을 한 민간인 양모씨에게 계엄 서류를 없애라고 한 혐의다. 이는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부분이다.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조 특검이 임명 6일 만에 곧장 수사에 돌입한 것은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이 김 전 장관에게 새 혐의로 추가 기소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그의 구속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당시 상황에 대한 ‘말 맞추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특검 입장에서는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외환 의혹 수사를 위해서도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수사의 ‘첫 단추’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이유로 내란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주요 군 장성들이 내란 특검 초기 수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서는 (주요 인물을) 그냥 풀려 나가게 둘 수 없다는 기조일 것”이라며 “(다른 사령관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소할 것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기소를 두고 “수사 준비 기간 중에 있어 공소 제기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장관을 불법 기소했다”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사 시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 검찰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 가능성은? 특검을 경험한 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행보는 검찰개혁을 앞두고 특검과 힘겨루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 임명 후 20일 동안 특검팀을 구성하는 동안 수사 실적으로 올리거나 해서 특검 내에서 검찰의 목소리를 더 키우기 위해 갑자기 새로운 증거를 갖고 오고 구속 만료를 앞둔 피의자들의 보석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은석 특검처럼 특검이 수사를 빨리 시작해 검찰이 사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