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허리띠 졸라맨 김영수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

"'물량공세' 소치서 많이 배웠죠"

[일요시사=경제2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올림픽이 끝났다. 200여일 후에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시작된다. 인천에서 치러질 대회를 위해 김영수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72)은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40억 아시아인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대회 개최 년도에 들어서니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인천 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가 대회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수 위원장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군사정권 시절 공안검사를 거쳐 국회의원, 법조계, 문화계, 체육계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문화체육부 장관을, 2004년에는 프로농구연맹 총재를 거치면서 체육계의 전반적인 업무 노하우를 쌓아왔다. 김 위원장은 인천에 자랑스러운 유산을 남기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참가 가능성↑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인천이 글로벌 명품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입니다. 아시안게임은 인천시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가행사라는 점에서 국민들께서도 더욱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김 위원장에게 인천은 소중하다. 그동안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국회의원과 문체부 장관 등을 지냈던 그는 다시 고향의 부름을 받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지휘봉을 잡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6년 여간 준비해 온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이제 200일 밖에 안 남았다"며 "지금까지는인천과 아시안게임을 알리고 준비하는 일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준비해온 많은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펼쳐보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개·폐회식과 각 경기별 입장권 예매를 시작했다. 국내외 미디어들을 상대로 온라인등록 접수도 진행 중이다.

최근 김 위원장은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다녀왔다. 소치동계올림픽의 아쉬운 점을 통해 대비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소치올림픽 개막식은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문화의 나라'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국가주의적이고 물량공세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국가주의를 벗어나 이웃나라들의 다양한 문화까지 배려하는 열린 대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며 "워낙 테러 위험 속에 치러진 대회인 만큼 우리와는 여건이 많이 달랐지만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각 분야를 점검하고 왔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치올림픽의 장점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개막식 입장 혼잡을 막기 위해 차량 접근을 멀리서 차단했다"며 "그 대신 관중들이 스폰서 기업들의 홍보관을 둘러보면서 먼 거리를 지루하지 않게 걸은 뒤 입장케 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보았다"고 전했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알뜰한 대회' 복안
해외관람객이 타깃…맞춤 프로그램 개발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북한의 참가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김 위원장은 북한팀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남북협력팀을 만들어 북한의 참가에 대비하고, 북한팀의 출입국, 안전, 수송, 숙박 등에 문제가 없도록 마련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는 워낙 변수가 많아 단언할 수 없지만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며 "지난해 여자축구, 역도 등 스포츠 분야에서 교류가 있었고 지난 1월20일에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남녀축구대표팀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보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OCA와 조직위는 아직 북한으로부터 축구를 포함, 어떤 종목에서도 공식적인 참여 통보를 받지 못했습니다만 북한의 긍정적인 입장변화를 크게 환영한다"며 "얼마 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도 북한 관계자가 전 종목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점 등도 청신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는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북한의 참가만 확정된다면 OCA회원국 45개국 모두에서 선수와 취재진을 포함해 2만3000여명이 참가한다. 종목도 올림픽보다 많은 36개 종목이 열린다. 28개 올림픽종목에는 볼링, 야구, 크리켓, 가라테, 카바디, 세팍타크로, 스쿼시, 우슈 등 8개 종목을 추가했다. 모두 439개 종목이 운영된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박태환 선수와 중국 쑨양의 대결도 기대주다. 리듬체조 손연재의 금메달 획득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조직위는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상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인천은 관광대국 중국과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중국으로부터 해외 관람객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끌어들일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은 중국 웨이하이시를 방문해 인천아시안게임 해외 입장권 판매와 10만명 관광객 유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그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의료도시 인천지역병원과 협력해 건강검진, 미용과 연계시키고, 쇼핑, 카지노 등 고급스러운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과 폐회식은 임권택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장진 감독이 연출한다. 고은 시인, 성악가 조수미 씨,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등도 개회식에 출연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직위는 인기스타를 섭외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회의 예산사정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당초부터 이번 대회를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알뜰한 경기’로 치를 계획이었다"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알뜰한 대회를 꾸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예산사정으로 대회운영 예산이 5454억원에서 4823억원으로 600억원 가까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대회가 끝나면 경기장과 관련시설은 시민체육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대회와 관련된 조형물, 기념공원, 전시관 등 문화시설도 시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롤모델 될 것" 

김 위원장이 계획하는 이번 대회의 목표는 네 가지다. 경제적이고, 아시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저탄소친환경대회다.

"기존 다른 대회와 다른 점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를 만들어 아시안게임의 새로운 모델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카타르 도하, 중국 광저우 등 앞선 대회들이 지나친 물량공세를 내세웠지만 인천대회는 사치스럽지 않게 알뜰한 대회로 치러 앞으로 스포츠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들도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김영수 위원장은?]


▲제3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
▲제4∼5대 KBL 한국프로농구 연맹 총재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제33대 문화체육부 장관
▲김영삼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제14대 민자당 국회의원
▲국가안전기획부 제1차장
▲서울지방검찰청 공안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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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