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범에 조롱당한 검찰 '굴욕스토리'

“잡아봐”큰소리 치다 철창행

[일요시사=사회팀] 과거 탈세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형에 20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60대가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생활자금이 떨어지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용의주도하게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한편, 검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고 약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수사 기관을 조롱한 것이다.

 

 

고액의 벌금을 내지 않고 중국으로 도피한 후 생활자금이 떨어지자 다시 한국으로 입국한 명모(63)씨가 붙잡혔다. 지난 25일 수원지검은 탈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로 기소돼 지난 2009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장되자 중국으로 달아난 명씨를 검거했다.

게임으로 100억을

지난 21일 오후 2시께 수원지방검찰청에 4년째 검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도피중인 수배범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명씨로 “나 지금 광교산 정상인데, 다 지켜보고 있으니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고 조롱을 했다.

명씨는 지난 2002년 3월, 수원에 게임아이템 작업장을 마련했다. 20여명의 직원을 고용해 인터넷 게임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에서 쓰이는 고가의 아이템을 판매했다. 이렇게 5년간 115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서 18억원의 법인세를 피했다. 명씨는 지난 2009년 4월 고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명씨는 이렇게 기소된 뒤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 당했다. 그리고 고법에서 선고한 형이 확정되자 곧바로 중국으로 달아났다. 4년간 잠적하며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2015년 10월로 연장되고 생활자금까지 떨어지자 명씨는 지난해 12월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몰래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명씨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의 한 섬을 찾아가고 이혼한 전 부인과 피부샵을 이용하는 등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관련 기록 검토를 통해 검거에 나섰다. 검찰은 명씨의 고향인 전남의 한 섬을 찾아가 그 일대를 뒤졌으나 번번이 검거에 실패했다.

게다가 명씨는 수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검찰 관계자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검찰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나는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며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며 말한 뒤 또 다시 전화를 걸어 “설 연휴에 고향에 가보니 경찰이 나를 잡으려고 돌아다니던데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으니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고 조롱한 것이다. 전화도 일방적으로 끊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리니지 아이템 팔아 번 수십억원 탈세
도피 중 수사관 자극하다 결국 붙잡혀

명씨는 용의주도하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검거의지를 불태운 수원지금 집행과(한생일 과장)는 검찰 수사관 3명으로 검거반을 구성해 특별검거반을 편성했다. 명씨의 가족과 주변인들을 상대로 탐문사수를 벌이며 잠복을 한 끝에 지난 23일 오후 9시30분쯤 수원시 전처 자택 근처에서 명씨를 붙잡아 일당 1000만원짜리 노역장 유치집행을 했다. 명씨는 벌금 20억원을 내지 않아 1일 1000만원으로 환산한 200일 동안 노역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액 벌금 미납자에 대한 특별전담반 편성을 확대해 국가형벌권의 엄정한 집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명씨가 검찰을 조롱한 것 만큼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가 리니지 게임아이템 판매로 5년간 11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리니지는 아이템의 가격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심지어 수천만원을 넘어 억대까지도 시세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이템을 사고 싶지만 현금이 없는 게이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명품 옷이나 가방을 총 동원해 제시하며 아이템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한다.

바로 노역장행


이러한 리니지의 게임 환경에 리니지 자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집단도 있다. 이들은 게임 내 일정 사냥 지역을 통제하며 아이템을 캐낸 뒤 고가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특히 게임 내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진명황의 집행검’은 BMW5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현 거래가가 1억20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게임 아이템이다. ‘리니지 재테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광호 기자 <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리니지 버그 아이템 논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버그로 발생한 아이템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챙긴 사례가 발각돼 개발사인 엔씨소프트가 제재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리니지 게시판에 “오크서버에서 비정상적으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행위가 확인되고 있어 조사와 원인 수정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1월 27일 공지하고 직접 조치에 들어갔다.

문제가 발생한 오크 서버는 사용자가 많은 리니지의 대표적인 인기 서버 중 하나다. 게임 내 화폐인 ‘아덴’과 아이템을 창고에 맡긴 뒤 되찾아도 해당 아이템이 회수되지 않고 인벤토리에 계속 들어오는 버그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일부 사용자들이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아이템을 판매하고 이를 현금화하면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아이템 판매 금액이 20억원대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엔씨 측은 “해당 현상을 악용해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한 이득을 취하는 캐릭터에 대해 끝까지 확인해 조치할 것”이라며 “대다수 선량한 이용자들은 해당 현상을 절대 악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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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