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 여주인공에 당초 손예진이 캐스팅 됐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드라마 기획 당시 여주인공으로 출연 제의를 받은 손예진은 다른 작품과의 일정 조율이 어려워 출연을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그녀는 현재 <아이리스> 대신 선택한 영화 <백야행>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이리스>의 여주인공 최승희 역은 현재 톱스타 김태희가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아이리스’ 여주인공 최승희 역에 손예진 캐스팅
사실 알려지면서 네티즌 김태희 vs 손예진 설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시청자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분분하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최승희 역을 두고 김태희와 손예진을 저울질하며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태희도 잘하고 있지만 손예진이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솔직히 연기력으로만 치면 손예진이 더 잘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연정훈·감우성·송일국
“군대야 고마워”
하지만 또 다른 네티즌들은 “김태희도 연기력이 많이 늘은 것 같다”, “김태희만의 매력이 최승희를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등 답글을 달아 김태희를 옹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두 사람을 절대적 기준으로 비교하기란 어렵다”고 중립적 견해를 밝혔다. 드라마 제작자와 연출자에게 주연 배우 캐스팅은 가장 중요한 밑그림이다.
캐스팅은 제작비 조달에도 영향을 미치고 기본적인 홍보에도 큰 몫을 담당하기에 작품의 성패를 1차적으로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제작자와 연출자는 캐스팅에 ‘목숨을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성을 쏟는다. 그러나 캐스팅의 시작과 끝은 항상 다르다. 처음에 의도했던 캐스팅이 이뤄진 사례는 ‘열에 하나’ 꼽힐 정도다. 엇갈린 캐스팅의 결과 역시 천양지차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다양한 후일담을 남기기도 한다. 작품이 방영된 이후 뒤바뀐 캐스팅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들이 남긴 후일담은 방송사에 적지 않은 파란을 남기기도 해 되짚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캐스팅계의 가장 큰 행운아는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윤은혜. 지금은 당당한 주연으로 성장,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됐지만 연기자 변신 초기 원래 오디션을 봤던 배역은 주인공이 아닌 다른 역이었다.
그러나 오디션 장에서 윤은혜의 진가를 알아본 PD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 했고 윤은혜는 그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윤은혜는 출연한 드라마마다 성공을 거두며 최근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올랐다. 캐스팅계의 행운아는 또 있다.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다니엘 헤니. CF모델로 활동하던 다니엘 헤니는 프로필 사진 한 장으로 드라마에 캐스팅 된 경우다.
그 해 여름 대한민국을 ‘다니엘헤니 열풍’으로 물들일 정도로 큰사랑을 받았다. 초짜 신인으로 대작 <태왕사신기>의 수지니 역에 캐스팅 된 이지아도 억세게 운 좋은 캐스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갑작스런 스타들의 군입대가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킨 경우도 있다. 연정훈은 송승헌의 갑작스러운 군입대로 남자주인공 한 자리에 캐스팅 됐다. 드라마 <슬픈 연가>는 시청률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연정훈은 주연급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톱스타들 ‘미녀는 괴로워’ 거절
신예 김아중 스타덤에 올라
송승헌과 함께 2004년 11월 입대한 장혁은 원래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이 연기한 장생 역에 캐스팅 됐다. 장혁의 갑작스러운 군입대로 제작이 무산될 위기까지 처했던 <왕의 남자>는 1200만 관객을 기록했고 감우성은 생애 처음으로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역시 2004년 11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한 한재석은 드라마 <해신>의 염장 역에 캐스팅 된 상태였다. 염장 역은 송일국으로 바뀌었고 송일국은 이 드라마를 통해 스타로 우뚝 섰다.
인맥으로 캐스팅 된 유형도 있다. 영화 <사랑>의 멋진 남자 주진모. 시나리오를 받은 장동건이 곽경택 감독에게 절친한 주진모를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대쪽 같고 소신 있는 의사 최도영 역을 연기한 이선균. 원래 캐스팅은 하정우, 박해일 등이 물망에 올랐었다. 그러나 이희도, 박광정 등 선배 배우들의 추천으로 이선균이 캐스팅 됐다고 한다.
누구의 힘도 아닌 내 스스로 캐스팅 기회를 잡은 유형도 있다. 그 대표적인 스타로는 한예슬. 원래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주인공은 섹시한 그녀 엄정화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에 욕심이 있었던 한예슬은 열정으로 연기했고 드라마는 대성공을 거뒀다. 또 다른 열정적인 스타는 바로 김민희.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다섯 번이나 찾아가 거절당했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결국 드라마 <굿바이 솔로>의 배역을 따냈다.
주연 배우 캐스팅은 가장 중요한 밑그림
엇갈린 캐스팅의 결과 역시 ‘천양지차’
드라마 이후 김민희는 연기력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부쩍 성장했고 올해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명의 일본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고소영, 김희선, 이효리, 이나영, 수애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모두 거절한 역이었다.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아중은 영화 한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처럼 차선책으로 선택한 캐스팅이 대박을 쳐 많은 수입과 인기를 안겨준 스타들도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배우가 바로 이영애다. <대장금>으로 아시아 스타가 된 이영애를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서게 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는 당초 고현정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004년 말 캐스팅이 진행되며 연예계 복귀를 앞둔 고현정이 1순위로 꼽혔고 제작사와 고현정 측이 구체적인 조건을 주고받기도 했다. 고현정은 당시 영화출연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올드보이>로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나리오 검토 결과 고현정은 잔혹한 금자씨의 복수부분이 마음에 걸려 출연을 고사했다.
고현정 고사한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세계적 배우로 우뚝
영화계 한 관계자는 “고현정이 ‘친절한 금자씨’에 출연한다는 말이 확정적이라고 알려졌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고현정이 잔혹한 복수장면에 부담을 느껴 큰 아쉬움을 보이며 출연을 사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고현정의 고사로 역시 함께 캐스팅 1순위에 거론됐던 이영애의 캐스팅이 급속도로 진행됐고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성공시킨 이영애가 출연을 확정 <친절한 금자씨>를 전 세계에 알렸다.
반대의 스타도 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풀 하우스>, <파리의 연인>까지 모두 놓친 스타. 바로 이정재. 소지섭, 비, 박신양에게는 누구보다도 은인이다. 또 안타깝게도 <대장금>, <허준>의 예진 아씨, <주몽>의 소서노까지 모두 거절한 스타가 있다. 바로 송윤아. 송윤아가 거절한 작품들은 모두 국민드라마로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캐스팅에 이 사람을 빼 놓을 수 없다.
소신 있는 선택이지만 안타깝게도 흥행영화들은 모두 놓친 배우 차인표. 차인표는 <접속>, <쉬리>,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두사부일체>, <친구>, <조폭마누라>, <신라의 달밤>, <괴물>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 대부분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으나 거절했다. 순간의 선택이 배우의 운명을 좌우하는 연예계.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