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지난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연예기획사들이 세원이 포착되지 않는 각종 현금성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수희(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일 “국세청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2008년 6개 연예기획사들이 납부한 법인세는 10억9000만원으로 연예기획사 한 곳당 연평균 납세실적은 6055만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SM·JYP 엔터테인먼트 등 6개 대형 연예기획사의 2006~2008년 매출액 및 법인세 납부내역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획사의 매출액은 2006년 1359억원, 2007년 1579억원, 2008년 1428억원으로 기획사당 연평균 243억원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도 연예인 탈세 의혹
매출액 중 과세표준이 되는 소득신고액은 2006년 43억원, 2007년 50억원, 2008년 11억원에 그쳤고 이에 따른 산출세액도 같은 기간 10억원, 12억1000만원,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기획사들은 임시투자 세액공제, 외국납부 세액공제 명목으로 2006년 7억원, 2007년 4억2000만원, 2008년 2억5000만원을 공제받았다.
이에 따라 최종 납부한 법인세는 2006년 3억원, 2007년 7억900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에는 산출세액이 전부 외국납부 세액공제에 해당돼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기획사당 연평균 납세실적이 6055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진수희 의원은 지난 6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에서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현금성 거래가 빈번한 연예기획사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개 기획사 연평균 납세실적 6055만원에 불과
진수희 의원 “대형 연예기획사 세무조사하라”
진수희 의원은 이어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공연, 행사, 광고 등 사업을 진행할 때 현금 거래를 하기 때문에 수입금액을 축소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이들 업체는 인건비와 각종 원가를 거짓 계상하는 등 위험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또 “대형 연예기획사 1사당 법인세는 연평균 6055만원인 반면 1사당 연 평균 매출액은 243억원에 달했다”며 “이 과정에서 과세표준이 되는 소득신고액은 점점 줄어 11억원에 그쳤고 소득금액에 따른 산출세액도 점점 줄어 지난해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신고액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도 대형연예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 실적은 전무하다”며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가끔 연예인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에는 주로 음반 판매 수입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엔 CF 계약금을 부풀렸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CF 계약금은 스타 인기의 척도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많은 기획사들 사이에선 소속 연예인의 CF 출연료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게 관행처럼 퍼졌다”고 밝혔다.
예를 6개월 단발 전속 계약금을 1억원을 받았다면 언론에는 3억원으로 부풀려 발표한다는 것. 광고를 진행하는 대행사나 광고주 역시 스타의 인기가 광고 효과와 이어진다고 여겨 이런 부풀리기 관행을 모른 척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특급스타들은 광고를 계약할 때 계약금을 정확히 써주든지 아니면 아예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세금과 관련돼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며 “CF 계약금을 정확히 써냈는데 세무 관계자가 신문에 보도된 액수와의 차이를 문제 삼았다. 뒤늦게 해명을 하고 증빙서류를 내서 해명을 하게 됐지만 계약금을 가지고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연예계는 탤런트 고 장자연 사건,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노예계약 사건, 동방신기 소송 사건 등 연예계의 고질적인 비리가 잇따라 터진 가운데 대형 연예기획사의 세금 탈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경찰은 이번 기회에 연예계의 모든 비리를 근절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우선 경찰은 지난 9월 초부터 연예인 성 접대와 노예계약 등 연예계 비리 전반에 대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주거지가 집중돼 있는 강남, 서초, 양천경찰서와 광역수사대에 연예인 관련 비리 첩보를 수집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10월 말까지 연예계 비리 전반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여성 연예인과 신인 연예인들이 피해를 입는 성 접대와 노예계약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들에게서 드라마에 출연하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방송사 PD 등도 수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수사가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장자연 사건 때 경찰은 41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전담 본부까지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성 접대 의혹 등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거의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예계 비리 근절해야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14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장자연의 전 소속사 대표 K씨와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장호씨 등 2명만 기소하고 나머지 12명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연예계 비리는 거물급 인사와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경찰이 과연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