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패륜범죄 ‘근친상간’ 실태

문지방 넘은 ‘금기의 사랑’에 피해자는 평생 ‘피멍’


범죄 중에서도 최악의 패륜범죄는 다름 아닌 근친상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끼리, 친인척끼리 벌어지는 이 범죄는 한 인간의 인격을 파괴하고 그의 미래까지 말살한다는 점에서 전 인류가 추방해야할 ‘공적 1호’라고까지 할 수 있다. 이 범죄는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점에서 절도와 같은 범죄와는 그 질적인 차원 자체를 달리한다.

간혹 언론에서 ‘인면수심’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런 패륜 범죄를 보도하면 이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일 뿐, 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디어헤이>에서 국내 근친상간 범죄의 현황과 실제 사례를 집중 취재했다.

패륜범죄는 인격 파괴·미래 말살…추방해야 할 ‘공적 1호’
피해자 다수 ‘처벌 당사자가 가족이란 이유로 신고 꺼려’

한국성폭력상담소(KSVRC)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성폭력 상담건수는 총 1948건.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상담건수를 기록한 것은 직장 내 성폭력 상담건수로서 490건에 달한다. 그 다음이 바로 근친상간. 273건으로 전체의 14%에 달했다. 그 뒤로 친밀한 관계에 의한 성폭행 174건, 초중고 대학에서의 성폭행 149건, 주변 지인에 의한 성폭행이 118건이었다.

여성부 장관
“근친상간 많아요”

근친상간이 주변 사람들에 의한 성폭행보다 많다는 것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수치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에는 215건이었다. 사회는 점점 더 발달하고 물질적으로는 더 풍요로워지지만 성폭행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수치상으로는 적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하나의 맹점이 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수치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의 근친상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성부 변도윤 장관은 올해 초 모 통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도 저소득층이 많이 당한다. 사례는 근친상간이 많다. 사촌오빠, 심지어는 남매까지…. 우리나라는 근친상간이 적지 않다. 온 가족이 패륜을 저지르는 것도 많다”고 근친상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른 사람의 말도 아니고 여성부 장관의 말이라는 점에서 사뭇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많은 근친상간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에 많은 근친상간 뉴스들이 보도되곤 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공분을 하고 격렬한 지탄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제 그것을 체계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인 활동은 많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1회성 분노와 1회성 처벌이 횡행하면서 근친상간이라는 패악적 범죄는 오늘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근친상간의 더욱 큰 문제점은 그것이 겉으로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의 망신이다’란 저급한 논리로 한 개인의 인격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특히 자신이 신고를 했을 경우 처벌받는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란 점에서 더욱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모르는 타인이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정당한 신고 절차를 밟을 수 있겠지만 가족이라는 점이 오히려 이런 노출을 꺼리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근친상간에 대해 상담을 하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현재 노출된 근친상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대체 근친상간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친오빠의 성폭행 불구
“가족이기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북의 한 정신과 의사는 자신의 상담 사례를 들려줬다. 피해 대상자는 1남1녀의 둘째 김모(27)씨. 김씨는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은 물론 모든 집안사람들이 친오빠의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학교 성적을 칭송해마지 않았다는 점이다.그녀는 바로 그 점이 제일 두려웠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성폭행 사실을 밝혔을 경우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을 것인가 혹은 앞으로 어떻게 이 집안에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이 그녀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이 기간 속에서도 친오빠는 끊임없이 자신의 동생을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겨우 오빠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오빠가 결혼을 하고나서부터다. 드디어 분가를 했기에 그녀는 더 이상 원하지 않으면 오빠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는 날이었다.

특히 오빠는 결혼을 한 상태였기에 늘 아내와 함께 자리를 했고 그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때로는 자신을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증오의 감정이 솟아올라 이제 과거의 모든 것을 폭로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에 가족들에 의해 자신만 ‘이상한 여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어차피 자신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혹시 그렇게 폭로를 했다가는 자신을 정신병동에 집어넣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걱정까지 했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가기로 했지만 마음의 내면 속에 숨어있는 증오와 분노의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김씨는 현재 남자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가 미팅이나 소개팅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남자의 얼굴과 오빠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과거의 그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현실로 닥쳐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친오빠의 성폭행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삶마저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 관찰·계도, 엄정한 법집행만이 막을 수 있다
피해자 결혼해도 후유증 시달려

때로는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결혼 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결혼을 한 후 이미 6살짜리 여자 아이가 있는 이모(32·여)씨의 경우에는 과거의 자신의 경험이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씨는 어렸을 때 한동안 친척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부모님의 사업이 망해 친척 집에 얹혀사는 동안 고등학생 오빠에게 약 1년에 걸쳐 장기적인 성폭행을 수시로 경험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당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렇지 않아도 얹혀사는 ‘주제에’ 그런 일까지 있었다고 말했을 경우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1년 뒤에 그 집을 나올 수 있었지만 문제는 성인이 된 이후 남편과의 결혼생활, 그리고 자녀에 대한 양육에 문제가 발생했다. 성폭행의 경험은 그녀의 성생활을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남편과의 섹스가 마치 더럽고 불결한 것처럼 느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렇게 회피적인 태도로 섹스에 임하니 남편이 그에 만족할 리도 없었다. 특히 딸아이다 보니 그녀는 과민할 정도로 남자 아이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편이다. 심지어는 함께 손을 잡는 것에 대해서도 화를 낼 지경이다. 어떤 때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남자 아이들을 너무 싫어한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물론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거의 부모 교육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도 이런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한다. 때로는 ‘그러지 말아야지’란 다짐을 해도 과거의 기억이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고 그것이 아이에게 투영되면서 또다시 남자아이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근친상간은 이토록 심대한 피해를 주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일단 가정 내에서 가족끼리 일어나는 범죄이기 때문에 외부 노출이 극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딸 교육에도
영향 미쳐


또한 피해자 스스로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심’해서 범죄를 덮으려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근친상간은 교육기관의 끊임없는 관찰, 시민사회단체의 계도,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만이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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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