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정국 '폭풍전야' 내막

6월 지방선거 전 '대형 게이트'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정계 인사가 대거 연루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터지는 게이트는 정국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사건'은 하루아침에 공개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이 오래전부터 은밀히 작업해 온 결과물은 '적합한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게이트' 조짐이 보이는 사건들은 대부분 MB와 연결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박근혜정부는 이것을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감출 것인가.




세작. 비밀 수단을 써서 적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게 알리는 사람을 뜻한다. 국가 간 전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적국에 가장 먼저 파견되는 게 바로 세작이다. 예나 지금이나 적국에 잠입한 세작이 수집한 정보는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위력을 보인다.

비록 총칼을 들고 싸우진 않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 곳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심축은 박근혜정부. 현 집권세력과 반대되는 세력은 박근혜정부와 도처에서 국지전을 진행 중이다.


정보수집 완료
권력기관 장악


'이명박근혜'라는 시쳇말이 유행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이해됐다. 그러나 '이명박근혜'는 정치적 구호일 뿐 실상은 다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폭넓은 인적쇄신을 통해 이명박정부와 차별성을 두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5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감사원·국정원·검찰청·국세청·경찰청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 중 예외 없이 교체됐다. 이제 각 권력기관은 VIP(대통령)의 든든한 호위무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떠받치고 있다.

통상 5대 권력기관 장악은 정권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된다. 현 정권에 위협이 되는 정적들을 손보거나 견제할 때 권력기관의 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켜서 그렇지 MB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사정작업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고 말했다. 정국을 들썩이게 할 권력형 비리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이명박정부 초기 참여정부 인사들의 비리·비위 혐의가 사정작업의 핵심이 된 것처럼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MB맨'들이 연루된 사건의 내사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이양되면서 'MB맨'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은 어느덧 '친박'을 자처하며 각 권력기관에 은밀하게 제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는 '세작'들은 이미 이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한다. 중요한 건 이들을 통해 수집된 비리·비위 사실이 어느 시점에 공개될 것인지 여부다.

사법기관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수사 보안을 유지하려 해도 일정 시점이 되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최근 불거진 한국경제교육협회 보조금 횡령 의혹은 이 같은 권력의 속성을 드러낸다.


MB정부 설립
공공기관 도마


지난 5일 경찰청은 감사원으로부터 정부보조금 271억원 가운데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국경제교육협회의 A씨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한국경제교육협회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정부 보조금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파악하고 지난 1월13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한 언론과 만난 감사원 관계자는 "횡령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크고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아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업과정에서 용역 대금을 과다 계상하고, 지급한 뒤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 등으로 협회에 지원된 정부 보조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감사원이 고발한 자료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병행되는 등 본격 수사가 시작되면 피혐의자로 특정된 인물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권력기관 장악한 정부 'MB 손보기' 박차
전정권 실세 연루 한경협 횡령 의혹 도마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한국경제교육협회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MB 측근과 연관된 보조금 수사가 있을 것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입장에선 한국경제교육협회의 부정과 관련한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셈이다.

지난 2008년 12월 세워진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그간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세부 설계와 운영은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후에선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움직였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초대 고문은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초대 회장은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황 회장의 뒤를 이어 2009년부터 3년 가까이 한국경제교육협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 모두는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린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건전한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한 경제교육 활성화를 통해 합리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산 총액은 0원.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정상 운영이 요원했던 조직이다. 그럼에도 당시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지난 5년간 모두 271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9년 10억7000만원, 2010년 80억4000만원, 2011년 75억원, 2012년 7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특혜 시비가 일면서 보조금이 35억원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책정 보조금이 36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 돈의 70∼80%는 '아하, 경제'라는 교육용 신문 제작에 쓰였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각 지역 초·중·고등학교에 매주 35만부의 '아하, 경제'를 배포하는 일을 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선 "'아하, 경제'가 MB노믹스를 전파하는 기관지나 다름없었다"며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상황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주요 경제 단체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KT, 포스코경영연구소 등 사실상 공기업 성격을 지닌 회원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의 회비를 납부해왔다.


수상한 비자금
혐의입증 난항


이번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석채 비자금' 수사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는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계열사 편입과 사옥 매각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임직원 상여금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회장은 경영상 판단과 회사 차원의 경조사비 지출 등을 내세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근 수사팀을 재정비한 검찰은 한국경제교육협회와 관련한 자금 흐름도 일부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부터 KT 회장과 한국경제교육협회장을 겸임했다. 그런데 협회가 모금한 기부금 활용 및 지원금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일자 자연스레 이 전 회장이 횡령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중이다. 다만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전력이 있는 만큼 기소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과 연관된 의혹은 하나 더 있다. 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 직원 김모 부장은 협력업체와 공모해 2010년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에서 30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

김 부장은 실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협력업체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어줬다. 협력업체는 김 부장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일부 저축은행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았다.

KT ENS의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 등 8곳은 실제 거래가 없었음에도 서류를 위조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00여 차례에 걸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범행을 도운 김 부장이 받은 돈은 5000여만원에 불과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복잡한 범행 수법에도 불구하고 KT ENS와 각 은행들은 "김 부장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내부 도움 없인 불가능한 범죄란 게 일반의 시각이다.

김 부장 등이 빼낸 3000억원 중 하나은행으로부터 나온 170억원은 사모펀드로 들어간 뒤 주식시장에 흘러들었다. 이중 50억원은 한 코스닥 상장사를 사들이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해당 사실을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받은 돈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여러 곳에 분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관련한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석채 비자금 수사 와중에 
KT 3000억 사기 대출 터져
검은돈 정관계 흘러간 정황


이처럼 대출 규모가 크고 ▲범행이 반복적이며 ▲복수 금융사가 속을 정도로 서류가 정교하게 위조됐고 ▲최근까지 어느 누구도 범행을 눈치 채지 못한 데다 ▲김 부장이 해외로 도피하지 않고 경찰에 자진 출두한 점 등을 근거로 일각에선 '이석채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 부장의 상관인 김성만 전 KT ENS 대표이사는 소위 '영포 라인'으로 '이석채 체제'에서 이 전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특히 김 전 이사는 '무궁화 위성 헐값 매각'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며, '이석채 비자금'의 한 창구로 의심돼왔다.




업계에선 '황창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일부 '세작'들이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내부 고발자와 정부 권력기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수사가 들어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은 이 전 회장의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은 사실 여하에 따라 다가올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회장과 함께 사정당국의 타깃이 됐던 박 전 차관은 '원전비리'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원전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차관에게 징역 6월과 벌금 14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씨로부터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처리 설비 공급과 관련한 청탁의 댓가로 5000만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박 전 차관에게 무죄를 내렸다. 단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으로부터 원전정책을 수립할 때 한수원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명목으로 받은 700만원에 대해선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 유죄를 선고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명박정부 실세인 박 전 차관 등이 개입된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원전 비리'는 단일 수사로는 최대 규모의 인원을 재판에 넘기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칼끝이 무뎌지는 한계를 드러내며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지 못했다.


박영준 거르고
낙하산 압박하나


파이시티 수사와 원전비리 수사로 각각 법정에 선 박 전 차관에 대한 사정작업은 어느 정도 정리된 분위기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아직 남아있지만 '죽은' 박 전 차관보다는 '산' 이 전 회장에게 화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권력기관의 다음 타깃은 전기·전력·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관련한 공기업이라고 전해진다.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기업 압박으로 구멍 난 세수를 확보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전달했거나 편의를 봐준 사람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혐의 입증과는 별개로 특정 기업과 관련한 투서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B사의 횡령과 관련한 수사는 최초 알려진 금액보다 횡령액이 4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비자금 조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상황이다. 또 이명박정부 때 급성장한 C사는 최근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사와 C사의 경영진 모두 지난 정권 실세와의 유착이 의심된 전력이 있다.

이처럼 박근혜정부는 이 전 대통령 주변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는 아직 소식이 없다. 증권가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뜬소문만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주변을 건드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붙잡힌 측근들이 정권의 '세작'으로 돌변해 언제 자신의 등 뒤를 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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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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