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정국 '폭풍전야' 내막

6월 지방선거 전 '대형 게이트'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정계 인사가 대거 연루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터지는 게이트는 정국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사건'은 하루아침에 공개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이 오래전부터 은밀히 작업해 온 결과물은 '적합한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게이트' 조짐이 보이는 사건들은 대부분 MB와 연결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박근혜정부는 이것을 드러낼 것인가. 아니면 감출 것인가.




세작. 비밀 수단을 써서 적의 정보를 탐지하여 자기편에게 알리는 사람을 뜻한다. 국가 간 전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적국에 가장 먼저 파견되는 게 바로 세작이다. 예나 지금이나 적국에 잠입한 세작이 수집한 정보는 전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위력을 보인다.

비록 총칼을 들고 싸우진 않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면 곳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심축은 박근혜정부. 현 집권세력과 반대되는 세력은 박근혜정부와 도처에서 국지전을 진행 중이다.


정보수집 완료
권력기관 장악


'이명박근혜'라는 시쳇말이 유행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이해됐다. 그러나 '이명박근혜'는 정치적 구호일 뿐 실상은 다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폭넓은 인적쇄신을 통해 이명박정부와 차별성을 두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5대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감사원·국정원·검찰청·국세청·경찰청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임기 중 예외 없이 교체됐다. 이제 각 권력기관은 VIP(대통령)의 든든한 호위무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떠받치고 있다.


통상 5대 권력기관 장악은 정권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된다. 현 정권에 위협이 되는 정적들을 손보거나 견제할 때 권력기관의 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켜서 그렇지 MB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사정작업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고 말했다. 정국을 들썩이게 할 권력형 비리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이명박정부 초기 참여정부 인사들의 비리·비위 혐의가 사정작업의 핵심이 된 것처럼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MB맨'들이 연루된 사건의 내사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이양되면서 'MB맨'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은 어느덧 '친박'을 자처하며 각 권력기관에 은밀하게 제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는 '세작'들은 이미 이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한다. 중요한 건 이들을 통해 수집된 비리·비위 사실이 어느 시점에 공개될 것인지 여부다.

사법기관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수사 보안을 유지하려 해도 일정 시점이 되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최근 불거진 한국경제교육협회 보조금 횡령 의혹은 이 같은 권력의 속성을 드러낸다.


MB정부 설립
공공기관 도마


지난 5일 경찰청은 감사원으로부터 정부보조금 271억원 가운데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국경제교육협회의 A씨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한국경제교육협회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정부 보조금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파악하고 지난 1월13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한 언론과 만난 감사원 관계자는 "횡령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크고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아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업과정에서 용역 대금을 과다 계상하고, 지급한 뒤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 등으로 협회에 지원된 정부 보조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을 맡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감사원이 고발한 자료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병행되는 등 본격 수사가 시작되면 피혐의자로 특정된 인물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권력기관 장악한 정부 'MB 손보기' 박차
전정권 실세 연루 한경협 횡령 의혹 도마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한국경제교육협회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MB 측근과 연관된 보조금 수사가 있을 것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입장에선 한국경제교육협회의 부정과 관련한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셈이다.

지난 2008년 12월 세워진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그간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세부 설계와 운영은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후에선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움직였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초대 고문은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초대 회장은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황 회장의 뒤를 이어 2009년부터 3년 가까이 한국경제교육협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 모두는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린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건전한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한 경제교육 활성화를 통해 합리적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러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산 총액은 0원.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정상 운영이 요원했던 조직이다. 그럼에도 당시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지난 5년간 모두 271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9년 10억7000만원, 2010년 80억4000만원, 2011년 75억원, 2012년 7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특혜 시비가 일면서 보조금이 35억원으로 줄었고, 올해에는 책정 보조금이 36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 돈의 70∼80%는 '아하, 경제'라는 교육용 신문 제작에 쓰였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각 지역 초·중·고등학교에 매주 35만부의 '아하, 경제'를 배포하는 일을 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선 "'아하, 경제'가 MB노믹스를 전파하는 기관지나 다름없었다"며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상황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주요 경제 단체가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KT, 포스코경영연구소 등 사실상 공기업 성격을 지닌 회원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각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의 회비를 납부해왔다.


수상한 비자금
혐의입증 난항


이번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석채 비자금' 수사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는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계열사 편입과 사옥 매각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임직원 상여금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회장은 경영상 판단과 회사 차원의 경조사비 지출 등을 내세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근 수사팀을 재정비한 검찰은 한국경제교육협회와 관련한 자금 흐름도 일부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부터 KT 회장과 한국경제교육협회장을 겸임했다. 그런데 협회가 모금한 기부금 활용 및 지원금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일자 자연스레 이 전 회장이 횡령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중이다. 다만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전력이 있는 만큼 기소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과 연관된 의혹은 하나 더 있다. 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 직원 김모 부장은 협력업체와 공모해 2010년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에서 30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

김 부장은 실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협력업체와 짜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어줬다. 협력업체는 김 부장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일부 저축은행으로부터 부당대출을 받았다.

KT ENS의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 등 8곳은 실제 거래가 없었음에도 서류를 위조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00여 차례에 걸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범행을 도운 김 부장이 받은 돈은 5000여만원에 불과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복잡한 범행 수법에도 불구하고 KT ENS와 각 은행들은 "김 부장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내부 도움 없인 불가능한 범죄란 게 일반의 시각이다.

김 부장 등이 빼낸 3000억원 중 하나은행으로부터 나온 170억원은 사모펀드로 들어간 뒤 주식시장에 흘러들었다. 이중 50억원은 한 코스닥 상장사를 사들이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해당 사실을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받은 돈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여러 곳에 분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관련한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석채 비자금 수사 와중에 
KT 3000억 사기 대출 터져
검은돈 정관계 흘러간 정황


이처럼 대출 규모가 크고 ▲범행이 반복적이며 ▲복수 금융사가 속을 정도로 서류가 정교하게 위조됐고 ▲최근까지 어느 누구도 범행을 눈치 채지 못한 데다 ▲김 부장이 해외로 도피하지 않고 경찰에 자진 출두한 점 등을 근거로 일각에선 '이석채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 부장의 상관인 김성만 전 KT ENS 대표이사는 소위 '영포 라인'으로 '이석채 체제'에서 이 전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특히 김 전 이사는 '무궁화 위성 헐값 매각'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며, '이석채 비자금'의 한 창구로 의심돼왔다.




업계에선 '황창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일부 '세작'들이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내부 고발자와 정부 권력기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수사가 들어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은 이 전 회장의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은 사실 여하에 따라 다가올 지방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회장과 함께 사정당국의 타깃이 됐던 박 전 차관은 '원전비리'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원전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차관에게 징역 6월과 벌금 14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씨로부터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처리 설비 공급과 관련한 청탁의 댓가로 5000만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박 전 차관에게 무죄를 내렸다. 단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으로부터 원전정책을 수립할 때 한수원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명목으로 받은 700만원에 대해선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 유죄를 선고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명박정부 실세인 박 전 차관 등이 개입된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원전 비리'는 단일 수사로는 최대 규모의 인원을 재판에 넘기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칼끝이 무뎌지는 한계를 드러내며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지 못했다.


박영준 거르고
낙하산 압박하나


파이시티 수사와 원전비리 수사로 각각 법정에 선 박 전 차관에 대한 사정작업은 어느 정도 정리된 분위기다. 한국경제교육협회 수사가 아직 남아있지만 '죽은' 박 전 차관보다는 '산' 이 전 회장에게 화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권력기관의 다음 타깃은 전기·전력·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관련한 공기업이라고 전해진다.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기업 압박으로 구멍 난 세수를 확보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전달했거나 편의를 봐준 사람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혐의 입증과는 별개로 특정 기업과 관련한 투서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B사의 횡령과 관련한 수사는 최초 알려진 금액보다 횡령액이 4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비자금 조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상황이다. 또 이명박정부 때 급성장한 C사는 최근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사와 C사의 경영진 모두 지난 정권 실세와의 유착이 의심된 전력이 있다.

이처럼 박근혜정부는 이 전 대통령 주변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는 아직 소식이 없다. 증권가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뜬소문만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주변을 건드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붙잡힌 측근들이 정권의 '세작'으로 돌변해 언제 자신의 등 뒤를 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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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