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 '제각각' 여론조사 신뢰도 논란

여론조종·조작…"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기관들이 저마다의 조사결과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신뢰도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 대한 조사에서도 상이한 결과가 나오며 여론조사가 진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론조사가 여론을 조장·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여론조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사회 대중의 공통된 의견을 뜻하는 '여론'은 민주주의 체제하의 정치행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정치인의 정책 마련과 국가 운용에 있어 여론은 주요 동력이며, 유권자에게는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에서는 정당의 후보 결정과 유권자의 선택에 중요한 잣대로도 작용한다. 이런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여론조사뿐이다.

 

여론조사 무용론

 

문제는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여론조사가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별로 제각각인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정당지지율 조사와 관련해 '한국갤럽'의 2월3~6일 여론조사와 '리서치뷰'의 2월7~8일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시기의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1위 새누리당(37%), 2위 새정치신당(25%), 3위 민주당(14%) 순으로 조사됐다(조사방식-전국 유권자 1214명 대상 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2.8%p, 응답률-15%).


반면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1위 새누리당(38.5%), 2위 민주당(19%), 3위 새정치신당(13.6%)로 조사돼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2,3위가 바뀌었다(조사방식-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휴대전화 RDD조사,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4.9%p).

그렇다면 이처럼 기관별 조사결과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위의 사례에 비춰보면 조사시기, 조사대상은 비슷하고 응답률의 차이가 각각 15% 대 4.9%로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응답률은 조사대상 표본수를 맞추기 위해 전화를 건 횟수에 반비례한다. 쉽게 말해 표본수 1000명에 응답률 10%면 1만명에게 전화를 걸어 1000명이 응답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이 지난해 12월 응답률 20% 미만의 선거여론조사는 공표·보도를 금지하고 여론조사 공표·보도 시 응답률을 포함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개정할 정도로 정가에서는 응답률을 중요성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응답률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응답률보다는 '표본의 대표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표본선정의 대표성만 확보된다면 응답률이 1%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무응답자가 정치적 성향이 없이 랜덤하게 나와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며 "기술적으로 이러한 부분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현 정국 상황이 반영된 무응답일 경우에는 낮은 응답률은 조사 자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표본·조사방식·응답률 따라 천차만별


"흐름 살피는 참고자료 정도로 이해해야"

 

반면 질문방식에 따라서는 확연히 조사결과가 달라진다. 조사 대상자에게 녹음된 기계 음성을 들려주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이냐, 면접원이 직접 묻는 면접조사 방식이냐에 따라 결과는 달리 나온다. 일반적으로 면접원 조사가 ARS조사에 비해 5~10%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어떤 질문을 어떻게 던졌느냐'는 질문 문항과 방법, 그리고 순서에 따라서도 조사결과가 달라진다. 예컨대 "새누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권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단순히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지난 9일 경북선거관리위원회가 영덕의 지역신문사 대표가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결과를 허위·왜곡 보도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한 사례가 있다.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A(53)씨는 자신이 발행인인 지역신문의 지난달 22일자 1면에 타 언론사의 여론조사 자료를 인용하며 실제 여론조사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은 출마 예정자의 이름도 함께 넣어 특정후보가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허위 보도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또 A씨는 20대부터 50대까지 출마예상자의 선호도와 도의원 선거구별 선호도의 백분율 수치를 단순 합산하고 60대 이상의 선호도를 누락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보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론조작 가능

 

이처럼 조사기관의 조사방식과 언론의 보도 형태에 따라 얼마든지 여론조사결과를 조작·왜곡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는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조사의뢰자·조사기관명, 표본의 크기, 질문 내용, 응답률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며 "많은 기관들이 오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흐름을 읽는 정도의 참고자료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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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