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대형병원 슈퍼갑질’ 약값 후려치기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1: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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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이 단돈 1원…환자는 100원에 산다

[일요시사=경제1팀] 제약업계가 ‘1원 낙찰’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려했던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개선 없이 재시행된 것이다. 대형병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터무니없는 약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당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가 사실상 ‘갑’의 횡포를 부추기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 대형병원들의 약가 후려치기 실태를 점검했다.




‘약 한 알 1원 낙찰’ 병원이 제약사로부터 수백원 또는 수천원짜리 의약품을 1원에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 약을 납품하기 위한 제약사들간의 과열경쟁에서부터 비롯돼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여기에 2월부터는 약을 보험 약가보다 싸게 사는 병원에 정부가 예산으로 차액의 70%를 보전해주는 이른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재시행 됐다. 당사자인 제약업계는 합법적인 인센티브 제도까지 더해지자 패닉에 빠졌다. ‘슈퍼갑’이 된 대형병원들의 약가 인하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병원 갑질에
제약사 울상


제약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원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순천향대병원, 건국대병원, 성가를로병원 등이 기존의 낙찰가 대비 낮은 가격의 입찰을 제약회사나 도매업체에 주문하고 나섰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이든 아니든 외자사에게는 15∼20%의 약가 인하, 국내사에게는 30% 수준의 약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2원, 5원 입찰을 요구해 과거 ‘1원 낙찰’ 논란을 교묘히 피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 지방의 한 병원의 경우 그동안 592원에 공급받던 고혈압 질환 30여개 품목의 약가를 5원에 공급해 줄 것을 제약회사에 요구했다. 여기에 18개 신규품목을 재등록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 약가를 새로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도 마찬가지. 이 대학병원은 얼마 전 ‘시장형실거래가 관련 약품목록 변경안내’ 공문을 A제약사에 보냈다. 공문에는 이달 1일부로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20여 의약품을 목록에서 삭제하고, 신규품목으로 재등록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제약사는 해당 병원과 오는 9월까지 의약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개선없이 재시행
계약파기·가격인하 요구 횡포 기승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병원은 전년대비 최대 95%까지 약가 인하를 요구해오기도 했다”며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2월부터 재계약을 하자고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신들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거래를 거절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대형병원에 절대적 을인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의약품 처방목록에 들어가느냐 못들어가느냐에 사활이 걸렸기 때문에 바짝 엎드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구 위한
제도인가


재시행된 ‘시장형 실거래제’가 대형 병원들의 ‘갑질’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당초 병원이 약을 싸게 사도록 유도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보전해 줘야 하는 약값을 아끼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실거래 가격을 파악하고 제약업체가 병원에 주던 ‘음성적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2010년 10월 도입돼 2012년 2월까지 시행됐다가 갖가지 문제가 불거져 2년간 유예됐다. 병원 입장에선 조제약을 싸게 구입하면 정부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이득이다. 조제약 공개 경쟁 입찰에 참여한 제약사 중 가장 낮은 약가를 써낸 제약사의 의약품을 공급받으면 된다.





반대로 제약사는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해야 대형병원에 약을 납품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011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충남대 병원, 산재의료원, 부산대병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등의 의약품 입찰에서 상당수 품목이 1원에 거래됐다.

2012년에는 5개 병원을 거느린 보훈복지공단 의약품 입찰에서, 35개 도매상들이 84개 의약품을 한 알 당 1원에 낙찰 받기도 했다. 실제 제도 시행 16개월 동안 1원 낙찰 품목은 무려 10000여개에 달했다. 병원이 인센티브를 타내기 위해 의약품을 싸게 구매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펼쳐진 현상이다. 제약업계는 당시 약값 인하로 매출이 2조5000억원 이상 줄었다며 제도 재시행에 강력 반발해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제도 재시행을 공언하면서 약값 인하 효과를 봤다는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뿐 아니라 일부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이 제도의 문제점이 많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합법적인 편법 리베이트를 가능하게 해 대형병원 배만 불려준 결과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한 약값인하는 최소 399억원, 최대 2146억원 이지만 건보 재정에서 병원에 인센티브는 1966억원에 달했다. 이 중 91.7%는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122억7000만원, 서울대병원 122억6000만원, 삼성서울병원 78억7000만원 등 대형병원 쏠림현상도 심각했다. 나머지는 중소병원과 약국이 받았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아낀 돈보다 인센티브가 더 많은 셈으로 건보 재정에 오히려 손해를 끼쳤다고 보인다”며 “리베이트를 잡기 위해 제값을 받고 팔 수 없게 만드는 불공정시장을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부당거래 양산?
“모두 피해자”


문제는 제약사뿐 아니라 병원에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을 수 있다. 수지를 못 맞추는 제약사들이 아예 입찰을 포기하면, 의사는 원하는 약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효능이 떨어지는 저질 약품 위주의 조제약 공급시장이 형성되는 우려를 낳는다. 또 약국 등 원외처방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대다수 환자가 병원 입원환자가 소비하는 약제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를 두고 보건당국은 여전히 ‘시장형’ 정책이라고 치켜세우고만 있다. 환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정책을 정부가 왜 고수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정부가 쌍벌제로 리베이트 길이 막힌 대형병원과 의료계에 시장형실거래제라는 합법적 대안을 찾아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대형병원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대형병원 한 관계자는 “이 제도가 꼭 제약업계에 손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약물 사용량의 20%를 차지하는 입원환자에게만 저가로 판매하고, 약국을 통한 외래환자에게 처방되는 제품을 비싼 가격에 공급하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병원에서 처방된다는 광고 효과도 있지 않겠냐”며 “합법적 정책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제도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1원 안되면 2원에 납품
제약사-병원 갈등 증폭



정부의 입장도 비슷하다. 문제가 있다면 시행 후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추후 보완하겠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제약협회, 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등 3개 단체는 지난12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 모든 관계기관에 시장형실거래 제도 폐지촉구 진정서를 제출했다.

3개 단체는 진정서에서 “대부분의 국공립 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병원에서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의약품의 건전한 유통질서가 붕괴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기반이 저해돼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 행위를 근절시켜 올바른 의약품 공급질서가 구현될 수 있도록 조치하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취지 반하는
꼼수가 문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은 이들의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김 의원은 “병원은 초저가 의약품 공급을 요구하고 제약회사·도매업체는 이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병원은 거래상 우월한 위치에 있어 약값 후려치기와 같은 비정상적 거래행태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1원 낙찰과 같은 초저가 요구를 통해 제약회사의 가격결정 권한을 제약하는 병원의 행태는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라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보건복지부, 병원-제약-도매업계가 협의체를 만들어 시장형실거래가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미 시장에서는 가격 후려치기 등 반시장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복지부가 조속히 합리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지속가능하고, 경제 주체들이 수용가능한 약가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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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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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