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대형병원 슈퍼갑질’ 약값 후려치기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1: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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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이 단돈 1원…환자는 100원에 산다

[일요시사=경제1팀] 제약업계가 ‘1원 낙찰’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려했던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개선 없이 재시행된 것이다. 대형병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터무니없는 약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당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가 사실상 ‘갑’의 횡포를 부추기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 대형병원들의 약가 후려치기 실태를 점검했다.




‘약 한 알 1원 낙찰’ 병원이 제약사로부터 수백원 또는 수천원짜리 의약품을 1원에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 약을 납품하기 위한 제약사들간의 과열경쟁에서부터 비롯돼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여기에 2월부터는 약을 보험 약가보다 싸게 사는 병원에 정부가 예산으로 차액의 70%를 보전해주는 이른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재시행 됐다. 당사자인 제약업계는 합법적인 인센티브 제도까지 더해지자 패닉에 빠졌다. ‘슈퍼갑’이 된 대형병원들의 약가 인하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병원 갑질에
제약사 울상


제약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원광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순천향대병원, 건국대병원, 성가를로병원 등이 기존의 낙찰가 대비 낮은 가격의 입찰을 제약회사나 도매업체에 주문하고 나섰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이든 아니든 외자사에게는 15∼20%의 약가 인하, 국내사에게는 30% 수준의 약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2원, 5원 입찰을 요구해 과거 ‘1원 낙찰’ 논란을 교묘히 피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 지방의 한 병원의 경우 그동안 592원에 공급받던 고혈압 질환 30여개 품목의 약가를 5원에 공급해 줄 것을 제약회사에 요구했다. 여기에 18개 신규품목을 재등록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 약가를 새로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도 마찬가지. 이 대학병원은 얼마 전 ‘시장형실거래가 관련 약품목록 변경안내’ 공문을 A제약사에 보냈다. 공문에는 이달 1일부로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 20여 의약품을 목록에서 삭제하고, 신규품목으로 재등록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제약사는 해당 병원과 오는 9월까지 의약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개선없이 재시행
계약파기·가격인하 요구 횡포 기승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병원은 전년대비 최대 95%까지 약가 인하를 요구해오기도 했다”며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2월부터 재계약을 하자고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신들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거래를 거절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대형병원에 절대적 을인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의약품 처방목록에 들어가느냐 못들어가느냐에 사활이 걸렸기 때문에 바짝 엎드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구 위한
제도인가


재시행된 ‘시장형 실거래제’가 대형 병원들의 ‘갑질’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당초 병원이 약을 싸게 사도록 유도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보전해 줘야 하는 약값을 아끼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실거래 가격을 파악하고 제약업체가 병원에 주던 ‘음성적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2010년 10월 도입돼 2012년 2월까지 시행됐다가 갖가지 문제가 불거져 2년간 유예됐다. 병원 입장에선 조제약을 싸게 구입하면 정부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이득이다. 조제약 공개 경쟁 입찰에 참여한 제약사 중 가장 낮은 약가를 써낸 제약사의 의약품을 공급받으면 된다.





반대로 제약사는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해야 대형병원에 약을 납품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011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충남대 병원, 산재의료원, 부산대병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등의 의약품 입찰에서 상당수 품목이 1원에 거래됐다.

2012년에는 5개 병원을 거느린 보훈복지공단 의약품 입찰에서, 35개 도매상들이 84개 의약품을 한 알 당 1원에 낙찰 받기도 했다. 실제 제도 시행 16개월 동안 1원 낙찰 품목은 무려 10000여개에 달했다. 병원이 인센티브를 타내기 위해 의약품을 싸게 구매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펼쳐진 현상이다. 제약업계는 당시 약값 인하로 매출이 2조5000억원 이상 줄었다며 제도 재시행에 강력 반발해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제도 재시행을 공언하면서 약값 인하 효과를 봤다는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뿐 아니라 일부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이 제도의 문제점이 많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합법적인 편법 리베이트를 가능하게 해 대형병원 배만 불려준 결과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한 약값인하는 최소 399억원, 최대 2146억원 이지만 건보 재정에서 병원에 인센티브는 1966억원에 달했다. 이 중 91.7%는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122억7000만원, 서울대병원 122억6000만원, 삼성서울병원 78억7000만원 등 대형병원 쏠림현상도 심각했다. 나머지는 중소병원과 약국이 받았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아낀 돈보다 인센티브가 더 많은 셈으로 건보 재정에 오히려 손해를 끼쳤다고 보인다”며 “리베이트를 잡기 위해 제값을 받고 팔 수 없게 만드는 불공정시장을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부당거래 양산?
“모두 피해자”


문제는 제약사뿐 아니라 병원에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을 수 있다. 수지를 못 맞추는 제약사들이 아예 입찰을 포기하면, 의사는 원하는 약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효능이 떨어지는 저질 약품 위주의 조제약 공급시장이 형성되는 우려를 낳는다. 또 약국 등 원외처방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대다수 환자가 병원 입원환자가 소비하는 약제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를 두고 보건당국은 여전히 ‘시장형’ 정책이라고 치켜세우고만 있다. 환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정책을 정부가 왜 고수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정부가 쌍벌제로 리베이트 길이 막힌 대형병원과 의료계에 시장형실거래제라는 합법적 대안을 찾아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대형병원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대형병원 한 관계자는 “이 제도가 꼭 제약업계에 손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약물 사용량의 20%를 차지하는 입원환자에게만 저가로 판매하고, 약국을 통한 외래환자에게 처방되는 제품을 비싼 가격에 공급하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병원에서 처방된다는 광고 효과도 있지 않겠냐”며 “합법적 정책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제도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1원 안되면 2원에 납품
제약사-병원 갈등 증폭



정부의 입장도 비슷하다. 문제가 있다면 시행 후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추후 보완하겠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제약협회, 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등 3개 단체는 지난12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 모든 관계기관에 시장형실거래 제도 폐지촉구 진정서를 제출했다.

3개 단체는 진정서에서 “대부분의 국공립 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병원에서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의약품의 건전한 유통질서가 붕괴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기반이 저해돼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 행위를 근절시켜 올바른 의약품 공급질서가 구현될 수 있도록 조치하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취지 반하는
꼼수가 문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은 이들의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김 의원은 “병원은 초저가 의약품 공급을 요구하고 제약회사·도매업체는 이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병원은 거래상 우월한 위치에 있어 약값 후려치기와 같은 비정상적 거래행태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1원 낙찰과 같은 초저가 요구를 통해 제약회사의 가격결정 권한을 제약하는 병원의 행태는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라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보건복지부, 병원-제약-도매업계가 협의체를 만들어 시장형실거래가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미 시장에서는 가격 후려치기 등 반시장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복지부가 조속히 합리적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지속가능하고, 경제 주체들이 수용가능한 약가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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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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