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카드사 집단소송' 나선 원희룡 전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6: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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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사 출마 위한 이벤트라뇨? 황당합니다"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총선에서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치권을 떠났던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카드사 정보유출에 분노해 '변호인'으로 돌아왔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카드사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벌써 3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과연 승소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그동안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변호인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카드사 정보유출 집단소송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달라붙어 하루 종일 일을 처리해도 밀려드는 신청서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이번 소송은 원 전 의원과 올해 갓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새내기 변호사 10명이 함께 진행한다. 특히 이번 소송은 피해자들이 인지대 5000원 외에는 착수금이나 성공보수 등 일체의 소송비용을 내지 않는 무료소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원 전 의원의 제주지사 출마설이 보도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제주지사 출마를 위한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승소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변호인'으로 돌아온 원 전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원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카드사 집단소송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이 같은 소송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배경은?
▲ 우선 제 자신이 피해자고, 그동안 여러 번의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카드사는 배상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때마다 일회성, 형식적인 대처로 넘어갔다. 당국도 솜방망이 제재를 했기 때문에 재발방지가 전혀 안됐다. 이 사건을 보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소홀히 했다가 사고가 터지면 회사가 망할 정도의 배상책임을 진다는 선례를 남겨야겠다, 국민이 자기정보 관리권을 발동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를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주변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 함께하게 됐다.

- 현재 소송 관련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가?
▲ 순조롭지가 않다. 내용적으로는 준비가 다 되어있는데 참여 인원이 너무 폭주하다 보니까 위임 의사확인과 여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소송서류와 일치하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원봉사자 20명이 꼬박 분류하는데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3000건밖에 안된다. 그런데 벌써 3만명 가까이가 신청했기 때문에 이런 업무량의 폭주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머지는 소송과정에서 처리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 전례에 비춰볼 때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승소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 승소 가능성의 핵심은 용역회사 직원이 USB를 이용해 고객정보를 빼돌렸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판례로는 패소한다. 그런데 직원이 또 다른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게 있다. 이게 통제된 범위에서였는지 아니면 시중에 유출될 수 있는 그런 위험이 발생된 건지가 쟁점이다. 시중에 추가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발생됐으면 저는 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내용은 검찰수사결과 내용을 보고 추가적인 증거관계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

- 원 전 의원께서 주도하고 계시지만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떠나계셨고 재판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43기 새내기들로 알고 있다. 카드사들이 고용할 베테랑 변호사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는데.
▲ 워낙 국민적 관심이 많은 소송이기 때문에 소송 진행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자기가 소속된 회사 때문에 이름을 밝히기 힘들어서 그렇지 사실 많은 변호사들이 자문을 해주고 있다.




- 카드사들은 집단소송에 대해 자신만만한 태도다. 부정사용으로 인한 피해 전액 보상 등 후속 대책을 이미 마련했다는 입장인데?
▲ 카드사들은 유출된 정보를 가지고 도용, 인출 등의 피해가 나야만 2차 피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용역회사 직원이 정보를 빼간 것 자체가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관행이 너무 너그럽게 인정을 해가지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직접 피해가 없다고 판결을 해왔다. 저는 이번에는 이것 자체로도 문제가 된다고 본다. 고객들이 개인정보를 맡긴 게 용역직원들이 USB로 빼가라고 맡긴 게 아니지 않나. 카드사들이 너무 뻔뻔하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라다. 시중에 유출됐는지 안됐는지도 검찰 수사기록을 봐야 알 수 있고 카드사들의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

- 만약 패소하게 될 경우엔 집단소송에 참여한 국민들은 인지대만 날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패소하게 될 경우는 어떤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는가?
▲ 패소할 경우 인지대가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고, 그 부분은 충분히 공지가 되어 있다. 대신 나머지 비용, 송달료나 카드사가 악랄하게 나왔을 때 자기들이 사용한 변호사 비용들을 원고에 청구한다던지 이런 비용들은 소송 신청인들에게 전혀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 만약 패소했을 때 인지대 5천원을 날리는 것이 아까운 분은 지금이라도 바로 환불해 드리겠다. 저희는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당장 배상금이나 승소 여부보다도 자기정보 관리권에 대해서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캠페인 또는 시민운동의 성격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한 푼도 안 받을 뿐 아니라 자비까지 들여서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 동감하시는 분들만 참여하시길 바란다.


신청자 3만명 폭주에 업무마비 '흥행 성공'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본때 보여 주겠다"


-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시민들로부터 많은 응원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 특히 젊은 변호사들이 사법연수원 마치자마자 돈벌이 되는 사건보다도 공익적인 사건에 나섰다는 점을 칭찬해주신다. 그동안 변호사를 돈만 아는 법률기계로 봤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니까 우리 사회에 아직도 희망이 있다. 이런 메시지들을 보고 저도 매우 흐뭇했다.

- 거액이 걸린 소송인 만큼 패소할 경우 카드사들은 끝까지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때마다 인지대는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 인지대는 제가 아니라 법원에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내야 한다.


-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면 오랜 시간 재판을 해야 하는데 원 전 의원께서 끝까지 책임을 지시는 것인가?
▲ 제 자신이 이번 재판의 선정 당사자를 맡기로 했다. 당연히 끝까지 간다.

- 원 전 의원의 제주지사 출마설이 나오면서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출마를 하시게 되면 재판에 소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제주지사 출마를 앞두고 인지도를 쌓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었냐는 의심도 있다.
▲ 그런 분들은 모든 것을 상상력과 음모론으로 보는 것이다. 집단 소송을 위해 새내기 변호사들과 첫 미팅을 하고 연락을 했던 것이 지난 1월20일이다. 그런데 제주지사 출마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2월 초였다. 당시 당 지도부가 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제주지사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저는 단지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뿐이었다.




- 처음에는 제주지사 출마설을 강력하게 부인하다 최근에는 결론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는데.
▲ 당에서 여러 당직자들이 가능성은 열어놓고 대화를 하자, 지금 당이 어려운데 당신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 말 자체는 제가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대화를 해보자 이렇게 된 것이다. 아직까진 불출마에 무게가 실려 있는 상태다.

- 당에서 제주지사 출마를 이렇게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특별히 안하려는 이유는?
▲ 원래 계획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저는 물러날 때 당분간은 제도권 밖에서 정치개혁운동과 민생이슈 등에 집중하고자 했다.

- 제주지사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7월 재보선 등으로 정치복귀 계획은 없는가?
▲ 현재로는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 안철수신당행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가능성은?
▲ 저는 안철수신당이 잘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신당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과 제가 거기에서 무슨 역할을 할 것이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저는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고 새누리당에서 대선 경선 후보까지 나갔던 사람인데 어찌 함부로 움직이겠는가. 저는 새누리당에서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새누리당을 좀 더 개혁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에 매진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우선 이 소송의 승패에 대해서는 너무 집착하지 마셔야 한다.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소송의 승패보다도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가 정보보호에 대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채찍질을 가한다는 자세로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원희룡 전 의원은?

▲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 16~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한나라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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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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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