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3100억 사고’ 책임 공방전

가짜서류로 수백억씩…은행들 등쳤다

[일요시사=경제2팀] KT의 자회사인 KT ENS 부장급 직원 김모씨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3100억원을 대출 받아 잠적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이 사실을 파악하고 긴급 점검에 나섰다. KT ENS와 은행 측은 서로 억울하다는 입장. 특히 은행의 부당대출 가능성이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 김모 부장은 회사에 납입될 상품판매대금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 등 13개 금융사에서 3100억원을 대출했다. 그는 가짜계좌를 만들어 금융사로부터 자금이 입금되는 동시에 자금을 빼냈다. 경찰은 금융권에서 받은 거액의 대출금을 횡령한 김씨를 검거해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협력업체 사장들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하며 친분을 쌓았고, 협력업체 사장이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좀 도와달라'고 해서 허위 외상매출채권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N사 등 6개 하청업체에 허위 매출채권을 작성해주고 이를 대가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뒷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경찰은 전했다.

먹고 튀었다

경찰은 허위 매출채권으로 대출을 받은 6개 업체 대표에 대해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업체에 대한 압수 수색도 할 방침이다. 김씨가 허위 매출 채권을 작성해준 업체 대표 중 한 명은 이미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KT ENS는 구내통신과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다. 이 회사는 그동안 구내통신과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기반으로 태양광발전소 구축,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진출하며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지난 2012년 KT ENS는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67억900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까지 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매년 30%이상 성장해왔다.


이 회사는 하청업체들로부터 물품 납품을 받고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구조로 금융거래를 해왔다. 하청업체들로부터 납품받은 물품을 담보로 외상대출담보채권을 발행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구조.

즉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대출로 불리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이용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이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납품업체가 원청업체에게 물품을 납품한 뒤 구매 대금이 입금되기 전에 미리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고, 이 세금계산서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이는 발주업체와 납품업체 간의 정상적인 거래로 2009년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파악됐다.

적발 과정은 이렇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BS저축은행 검사과정에서 KT ENS와 납품 협력업체의 수상한 대출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통상적인 전자세금계산서가 아닌 종이로 된 세금계산서를 다량으로 발견했다. 대출횟수와 금액이 크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조사에 나섰다.

이어 금감원은 BS저축은행에 미비서류를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BS저축은행은 대출 담당자인 KT ENS 김모 부장과 KT ENS 협력사에 자료 추가제출을 요구했다.

BS저축은행의 요청을 받은 김씨는 사기행위가 곧 들통 날 것임을 직감하고 회사와 연락을 끊고 확보한 자금을 급히 감춘 뒤 잠적한 것.


영업담당 부장 차명계좌로 대출받아 잠적
KT vs 13개 금융사…“억울해”서로 네탓

다른 은행들도 5일 KT ENS측에 자료 추가제출을 요구했다. 김씨가 잠적한 것으로 확인되자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다.

피해 규모는 하나은행이 1624억원으로 가장 컸다.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300억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8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은행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부당대출이 아닌 KT의 책임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당대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측은 "정상적인 거래로 이뤄진 대출이기 때문에 부당대출이 아니다"라며 "KT ENS직원에 이뤄진 횡령"이라고 반박했다.



농협은행 역시 KT ENS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KT ENS와 하청업체 간의 외상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 하청업체에 대출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이미 세금계산서가 발행된 만큼 2~3개월 내에 KT측이 하청업체에 납품대금을 입금할 것으로 알았다며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이 제대로 된 여신심사 없이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했. 대출 구비 서류가 위조되지 않았는지, 매출채권이 정상적 거래에 의한 것인지 등 확인 작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회사 KT ENS의 잘못이라며 자사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KT ENS는 해당 직원의 소재를 파악 중이라며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KT ENS와 금융사 간 소송 분쟁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관계자들 사이에서도 KT ENS 김모 부장과 하청업체 등이 공모한 사실이 밝혀졌을 경우, 부당대출금 회수를 놓고 상당한 법정공방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사들이 KT ENS와 보증협약을 체결했더라도 협약서 자체가 위조됐을 경우, 금융사의 확인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당대출 만연

은행 대출 부실심사 과정에 대한 법적 논란도 예상된다. 은행의 부당대출 문제는 이전부터 만연해 왔다.


앞서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 도쿄지점 여신파트에서 근무했던 양씨는 기업체에 1100억원대의 부당대출을 승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2011년에도 국민은행 전 도쿄지점장 이모씨와 전 부지점장 안모씨는 기업체 2곳을 상대로 1700억원대 부당대출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광주은행 등 시중은행은 대출규정을 어기고 자금난에 빠진 SPP그룹에 거액의 부당대출을 해준 바 있다. 은행의 대출 심사 시스템과 대출 사후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말로만' 감시 강화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

최근 3년간 은행권이 불완전 판매나 대출이자 과다 인상 등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은행과 외국계, 특수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이 위법행위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건수가 총 3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를 받은 임직원만 500명에 육박한다.

제재 이유는 대부분 보험상품 불완전 판매, 개인신용정보 부당조회, 대출이자 과다 수취, 여신심사 소홀 및 금융거래 실명확인의무 위반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제재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22건이었지만 2011년 25건, 2012년 30건에 이어 지난해까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기업, 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7곳이 받은 제재는 23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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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