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전시기획자 성원선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12 09:19:25
  • 댓글 0개

"나 아닌 우리 위한 예술이 필요합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전시기획자, 설치미술가, 미술평론가, 대학교수…. 예술가 성원선을 소개하는 명사들이다. 그러나 성원선은 자신을 정의하는 다양한 이력보다는 '성원선'이란 자신의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독일 생활 중 '하나의(One) 태양(Sun)'으로 불리기를 바랐다는 성원선. 태양처럼 눈부신 그녀의 아이디어는 오늘도 예술이 드리우지 않는 어두운 곳을 비추고 있다.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성원선. 서울 한 커피숍에서 미팅 중 만난 성원선은 '창조'란 화두로 운을 떼었다. 박근혜정부의 슬로건 중 하나인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예술가들의 공공부문 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곁들였다. 올해로 귀국 10년째를 맞은 성원선. 그녀가 바라보는 한국 미술계는 어떤 모습일까.

대가 지불해야

"독일에서 공부를 12년 정도 했어요. 그리고 2003년 2월께 한국에 왔으니까 마침 꼭 10년째네요. 제가 유학을 떠나기 전의 한국과 귀국 직후의 한국, 지금의 한국은 굉장히 많이 달라요. 미술계만 해도 그림을 접하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다분화됐죠. 이제는 그림을 보기 위해 반드시 갤러리에 가지 않아도 돼요. 백화점은 물론이고, 대형마트나 더러는 재래시장에서도 그림을 볼 수 있죠. 또 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 안에 갤러리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관객과 작품이 교류되는 공간 혹은 저변이 넓어진 건데요. 그런데 미술계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건 미술인들이 게으르다는 소리가 아니라 작가와 대중 사이의 갭,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그대로라는 겁니다."

성원선의 말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미술을 소비하는 행위가 늘면서 수요도 비례하여 증가했다. 수요의 증가는 당연히 생산자인 예술가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예술가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왜일까.

"이 커피숍에도 멋진 그림이 있죠. 이렇게 그림이 많은데 왜 예술가가 어렵냐. 우리가 거리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그러다가 공연이 좋으면 1000원이든 갖고 있던 빵이든 줍니다. 일종의 페이먼트거든요. 그런데 미술은 감상의 대가로 무엇인가 지불하는 게 인색해요. 전 지금 갤러리의 입장료를 말하는 게 아니고요. 어떤 문화적 기본권 차원에서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 이미 생활 전반에 들어와 있는 예술에 대해 국가가 페이먼트를 지불하면 어떨까 하는 거죠."


"예술가 지원 사회적 합의해야"
적정기술 기반 융합예술 꿈꿔

성원선은 독일 유학생활 중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국가의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령 그녀는 자신의 석사연구를 위해 "이탈리아에 있는 '최후의 만찬'을 보러가야 한다"며 대학교(독일은 국립)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대학교는 타당성을 검토한 후 그녀에게 이탈리아까지 가는 교통비를 지급했다.



또 성원선은 자본이 많이 드는 자신의 전시(당시 집채만한 건물을 하나 세웠다고 한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의 보증으로 은행이나 후원단체 등에서 펀딩을 받을 수 있었다. 성원선은 "독일인도 아니고 심지어 동양인에게 이런 프로젝트를 내어주는 것만 봐도 예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떻게 다른 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헤이리'라고 아실 겁니다. 거긴 갤러리가 개인 소유고, 도로 역시 사유지죠. 그곳의 몇몇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었는데요. 관객 1명당 문화기금을 1000원씩 받잖아요. 그런데 가족단위 관람객 5명이 오시더니 5000원을 내야 하니까 그냥 가는 거예요. '이런 전시에 5000원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판단의 문제죠. 저는 미술교육이 이 지점에서 중요하다고 봐요. 책처럼 물리적인 점유가 되지 않아도 보고 있는 대상 속에 예술성이 있다면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거죠. 공공미술이나 공공디자인 등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는 이런 일상 속에 있는 예술을 깨닫게 하는 데 중요합니다."

관객 참여가 관건

현재 성원선은 '융합예술'이란 새로운 형태의 예술모델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오랜 유학생활 동안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늘 새로운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시장은 물론 다리 위나 숲속에도 그의 작품이 놓였고, 때로는 퍼포먼스로 때로는 전시기획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오는 21일 프랑스에서 열릴 '24인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기획한 그는 올 상반기에 다시 작가로 복귀할 계획이다.

"예술가는 돈을 벌기 위해 작업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럼 너무 불행하죠.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야 할까. 여기서 착안한 게 바로 '적정기술'입니다. 그 사회에 필요하면서도 누구나 점유 가능한 적정기술을 바탕으로 예술이 가진 창조성을 융합하면 어떨까. 그 결과물이 미디어 아트가 될지 또는 조소가 될지 그것은 모릅니다. 다만 이제는 나만의 예술이 아닌 우리를 위한 예술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성원선은?]

▲홍익대 미술대학교 졸업
▲독일 마부륵필립스대학교 미술사 수학
▲독일 카셀미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졸업(M.A)
▲개인전 Rot(99, Stellwerk, 독일), A Silhoutte of mind(08, Vooks, 한국) 등
▲단체전 화음(08, 예술의전당) 이천도자비엔날레 초대전(09, 설봉공원)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