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3당3색 심판론' 집중해부

지자체·정권·구정치…"내 것은 지키고 남의 것은 깬다"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며 여야의 '프레임 전쟁' 막이 올랐다. 새누리당의 '지방정부 심판론',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 안철수 의원 측의 '구정치 심판론'이 본격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한 것. 3당은 각각 차별화된 프레임을 앞세워 지방선거 승리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 중 과연 민심을 사로잡는 쪽은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3당3색 심판론을 집중해부 했다.




올해 정치권의 최대 이벤트인 6·4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새누리당, 민주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 4일 시작된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에 발맞춰 이들이 각각 '지방정부·정권·구정치 심판론' 등 차별화된 프레임을 내걸고 나선 것이다. 3당은 차별화된 프레임을 앞세우는 한편, 상대 진영의 프레임을 깨기 위한 공세에도 착수했다.   

 

여당의 무덤
지방선거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다."
역대 지방선거 결과로 증명된 일종의 법칙이다. 역대 다섯 차례의 지방선거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 4개월 만에 치러진 제2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야당이 압승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직전 대선에서 532만표 차이로 야권이 대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16개 시·도 중 야권이 10개 지역을 차지하며 대승했다. 이는 4차례의 지방선거가 각 정부 출범 2년3개월~3년3개월 차에 치러져 정권 중간평가 혹은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번 6·4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1년4개월째에 치러져 시기적으로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하다. 그러나 정부가 스스로 조기 정권 심판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부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등으로 정통성 시비를 일으켰던 박근혜정부는 점점 커지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일이다"라며 선 긋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거부하고, 수사팀 검사들은 전국에 흩어 놓아 실질적 수사 및 공소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독선·불통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이외에도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복지확대, 기초선거 공천 폐지 등 공약의 잇단 후퇴도 정권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민심은 정권 심판론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달 22~25일 서울·경기·인천·충남·광주·부산 등 6개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4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광주(68.6%), 서울(62.5%), 경기(60.8%), 인천(60.0%), 충남·부산(54.2%) 등 전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조사대상 - 지역별 7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혼합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7%p). 

이 조사가 집권 1년도 채 안된 시점의 조사임을 감안하면 6월 지방선거까지 정권 심판론은 더욱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오만한 권력
견제 필요


당장 민주당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에 발맞춰 정권 심판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공약파기와 불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목표와 화두는 오만한 권력에 대한 강력한 견제"라며 "브레이크 없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연장선에서 민주당은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대정부질문도 '정권 심판의 장'으로 만들어 공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 원내대표는 "이번 대정부질문은 박근혜정부 출범 1년을 평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지난 1년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은 위기에 빠졌다. 또 약속은 파기돼서 정치를 몰락시키고 있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권 심판론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1년4개월 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져 이른 감이 있는데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줄곧 50% 중반대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던 앞선 총·대선에서 모두 패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2배 가까이 앞서고 있어 정권 심판론이 통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지금 후보 인물난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야권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현안이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중앙의 이슈가 지방의 이슈를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겨냥한
지방정부 심판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에 새누리당은 지방정부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지자체(세종시 제외) 중 절반인 8개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 지자체장을 겨냥, 이들을 심판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지방선거는 그동안 지방정부 4년을 총결산하고 그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하는 선거"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정부의 공약과 실적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6·4지방선거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4년간 실적을 평가하는 선거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아니다"라며 "지방정부를 평가하고 심판하는 차분한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진규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국민 곁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주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며 "따라서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지난 4년 간 우리 동네, 나아가 우리 시·도를 대표해 일했던 사람들이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 측을 향해서도 "야권연대는 구태정치"라며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 심판론이 꼭 새누리당에 유리할지는 미지수다. 현직 지자체장들이 지방선거에서 가지는 '현역 프리미엄'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 "지방정부 총결산 및 심판"
민주당 "불통·독선 정권 견제필요"
안철수 "구태정치 깨고 새정치해야"


게다가 민주당과 똑같이 8개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지자체장들의 지난 4년 성적 평가가 일방적으로 유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새누리당 측 지방정부는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을 폐쇄시켰고(경남), 민주당이 차지한 지방정부는 지방의료원을 공공병원으로 강화시켜 의료비 상승을 막고 공공의료 안전망을 확대시켜 호응을 얻었다. 

특히 민주당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시·도립 대학의 반값 등록금을 독자적으로 추진, 실현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지방정권 심판론은 새누리당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내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이하 신당)이 내걸고 있는 프레임은 "새정치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다. 신당은 창당을 준비하며 같은 야권인 민주당과도 선을 그으며 새정치를 기치로 독자 행보를 모색 중이다.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새정치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선거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선거를) '낡은 정치 대 새정치'라고 생각한다. 낡은 정치를 대신하는 새정치를 강조하고, 주민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구정치 심판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당의 구정치 심판 프레임은 아직도 모호한 새정치의 구체화, 참신한 인물 영입이 뒷받침돼야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정치=새·민
새정치=신당?


물론 꼭 프레임에 따라서 선거 결과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 외 인물, 정책 등 다양한 변수들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그러나 프레임은 각 당의 선거전략 밑그림이어서 자신들의 프레임은 강조하고, 상대 진영 프레임은 깎아내리는 프레임 전쟁은 점점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3당 중 최후에 웃는 쪽은 과연 누가 될까? 그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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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