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직 거물급 자치단체장 근황 추적

오세훈·김두관·안상수…"그대! 부활 꿈꾸는가?"

[일요시사=정치팀]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6·7·10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췄던 전직 거물급 자치단체장들의 이름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두관 전 경남지사,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이들은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했고, 또 일부는 직접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로 한동안 정치권서 멀어진 이들의 근황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한 지역의 '장'이라는 영광의 자리까지 오르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오는 것은 순간이다. 그러나 영광을 맛본 이들은 내려온 뒤에도 대부분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재기를 노리를 경우가 많다. 오세훈(53) 전 서울시장, 김두관(54) 전 경남지사, 안상수(67) 전 인천시장 등 전직 거물급 정치인들도 재기를 꿈꾸고 있을까.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던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8월24일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25.7%에 그치며 재선 당선 1년2개월 만에 전격 사퇴했다. 투표함을 열기 위해선 33.3% 이상의 투표율이 필요했으나 이에 못 미쳐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고 한순간에 정치낭인이 된 것이다.


무상급식 투표로 낙마
기나 긴 성찰의 시간


이후 오 전 시장은 영국·중국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며 정치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러는 사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누리당의 부담스러운 상대로 떠오르면서 그는 '보수의 아이콘'에서 보수를 위기에 빠트린 '죄인'으로 추락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의 정치권 등장을 촉발한 장본인이 오 전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적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새누리당에선 조심스럽게 오 전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4~5%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과 맞상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43.8%)과의 가상대결에서 48.1%로 승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조사대상-서울거주 유권자 1000명, 조사방식-유선전화 RDD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3.1%p).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에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지난해 12월14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자문단 일원으로 페루 수도 리마에서 활동하기 위해 출국했다. 오 전 시장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까지 리마 시청에서 서울시장 재직 경험을 살려 도시행정 분야 자문단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진다.

오 전 시장도 지난해 1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재선 시장 4년 임기 중 1년2개월을 하고 그만 둔 것은 서울시민들과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죄인"이라며 "(그간) 정치적으로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적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기간까지는 자숙기간으로 설정해 놨다"고도 했다. 자신의 재선 임기였던 2014년 6월까지는 가급적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서울시민과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뒤집어 해석하면 오는 6월 이후에는 정계 복귀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KOICA 활동이 6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예상 복귀 시나리오는 7월 재보선 혹은 10월 재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 사퇴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재보선을 통해 중앙정계에 입문한 후 영향력을 넓히고 있고,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도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복귀한 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점 등이 오 전 시장 복귀에 참고할 만한 사례다.


오세훈, 6월까지 '성찰의 시간'
김두관, 3월 귀국 후 지방선거 기여
안상수, 인천시장 3선 재도전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텃밭인 경남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일대 파란을 일으킨 김두관 전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도전을 위해 직을 중도에 내려놨다. 그러나 문재인·손학규 후보에게 밀렸던 그는 지난해 3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그는 독일 외에도 벨기에, 영국, 스페인 등을 찾아 유럽연합(EU) 관계자 및 의원들과 독일 모델 연구를 위한 면담을 꾸준히 가지는 등 독일의 전반적 시스템을 공부 중이다. 그의 귀국 시기는 오는 3월이 될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지사가 독일 유학 중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사단법인 '한중우호교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귀국 후 민주당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에서 재충전과 공부의 시간을 가진 김 전 지사는 일단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한 후 오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7월 혹은 10월 재보선을 통해 중앙정치무대 복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송영길 시장(52.7%)에게 패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44.4%)은 지난해 12월8일 일찍이 차기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재기를 모색해왔다. 지난 4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발 빠르게 예비후보 등록도 마치는 등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해 3선의 꿈을 이루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인천시장 출마가 확실시되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사 이학재 의원(서구 강화갑)과 박상은 의원(중·동·옹진구) 등과의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현역에 도전장?
산 넘어 산


당내 경쟁을 통과하더라도 한 번 패한 데다 현역 프리미엄까지 가진 송 시장과의 본선이 남아있다. 역대 인천시장은 민선 광역단체장 체제 이후 모두 재선에 성공했고, 송 시장의 지지율도 타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어 본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아직 파급력을 예단하기 힘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도 인천시장에 후보를 낼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영광의 재현을 꿈꾸는 전직 거물급 지자체장들의 재기 행보가 성공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박광태 전 광주시장 오명

재임 시 '상품권 깡'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지난달 15일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일명 '상품권 깡'을 한 혐의(업무상 횡령·배임)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4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45차례에 걸쳐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 2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 이를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을 통해 2억원을 챙겨 약 1억8700만원을 개인 당비(4100만원), 아파트 생활비(7000만원), 골프비용(7600만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한 박 전 시장은 지난달 27일 광주지법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역시 "죄에 비해 관대한 처벌"이라며 항소해 박 전 시장의 상품권 깡 의혹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