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직 거물급 자치단체장 근황 추적

오세훈·김두관·안상수…"그대! 부활 꿈꾸는가?"

[일요시사=정치팀]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6·7·10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자취를 감췄던 전직 거물급 자치단체장들의 이름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두관 전 경남지사,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이들은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했고, 또 일부는 직접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로 한동안 정치권서 멀어진 이들의 근황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한 지역의 '장'이라는 영광의 자리까지 오르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오는 것은 순간이다. 그러나 영광을 맛본 이들은 내려온 뒤에도 대부분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재기를 노리를 경우가 많다. 오세훈(53) 전 서울시장, 김두관(54) 전 경남지사, 안상수(67) 전 인천시장 등 전직 거물급 정치인들도 재기를 꿈꾸고 있을까.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던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8월24일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25.7%에 그치며 재선 당선 1년2개월 만에 전격 사퇴했다. 투표함을 열기 위해선 33.3% 이상의 투표율이 필요했으나 이에 못 미쳐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고 한순간에 정치낭인이 된 것이다.


무상급식 투표로 낙마
기나 긴 성찰의 시간


이후 오 전 시장은 영국·중국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며 정치권과는 거리를 뒀다. 그러는 사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누리당의 부담스러운 상대로 떠오르면서 그는 '보수의 아이콘'에서 보수를 위기에 빠트린 '죄인'으로 추락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의 정치권 등장을 촉발한 장본인이 오 전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적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새누리당에선 조심스럽게 오 전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4~5%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과 맞상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43.8%)과의 가상대결에서 48.1%로 승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조사대상-서울거주 유권자 1000명, 조사방식-유선전화 RDD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3.1%p).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에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지난해 12월14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자문단 일원으로 페루 수도 리마에서 활동하기 위해 출국했다. 오 전 시장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까지 리마 시청에서 서울시장 재직 경험을 살려 도시행정 분야 자문단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진다.

오 전 시장도 지난해 1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재선 시장 4년 임기 중 1년2개월을 하고 그만 둔 것은 서울시민들과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죄인"이라며 "(그간) 정치적으로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적어도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기간까지는 자숙기간으로 설정해 놨다"고도 했다. 자신의 재선 임기였던 2014년 6월까지는 가급적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서울시민과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뒤집어 해석하면 오는 6월 이후에는 정계 복귀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KOICA 활동이 6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예상 복귀 시나리오는 7월 재보선 혹은 10월 재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 사퇴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재보선을 통해 중앙정계에 입문한 후 영향력을 넓히고 있고,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도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복귀한 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점 등이 오 전 시장 복귀에 참고할 만한 사례다.


오세훈, 6월까지 '성찰의 시간'
김두관, 3월 귀국 후 지방선거 기여
안상수, 인천시장 3선 재도전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텃밭인 경남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일대 파란을 일으킨 김두관 전 지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도전을 위해 직을 중도에 내려놨다. 그러나 문재인·손학규 후보에게 밀렸던 그는 지난해 3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그는 독일 외에도 벨기에, 영국, 스페인 등을 찾아 유럽연합(EU) 관계자 및 의원들과 독일 모델 연구를 위한 면담을 꾸준히 가지는 등 독일의 전반적 시스템을 공부 중이다. 그의 귀국 시기는 오는 3월이 될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지사가 독일 유학 중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사단법인 '한중우호교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귀국 후 민주당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에서 재충전과 공부의 시간을 가진 김 전 지사는 일단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한 후 오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7월 혹은 10월 재보선을 통해 중앙정치무대 복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송영길 시장(52.7%)에게 패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44.4%)은 지난해 12월8일 일찍이 차기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재기를 모색해왔다. 지난 4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발 빠르게 예비후보 등록도 마치는 등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해 3선의 꿈을 이루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인천시장 출마가 확실시되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사 이학재 의원(서구 강화갑)과 박상은 의원(중·동·옹진구) 등과의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현역에 도전장?
산 넘어 산


당내 경쟁을 통과하더라도 한 번 패한 데다 현역 프리미엄까지 가진 송 시장과의 본선이 남아있다. 역대 인천시장은 민선 광역단체장 체제 이후 모두 재선에 성공했고, 송 시장의 지지율도 타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어 본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아직 파급력을 예단하기 힘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도 인천시장에 후보를 낼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영광의 재현을 꿈꾸는 전직 거물급 지자체장들의 재기 행보가 성공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박광태 전 광주시장 오명

재임 시 '상품권 깡'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지난달 15일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일명 '상품권 깡'을 한 혐의(업무상 횡령·배임)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4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45차례에 걸쳐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 2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 이를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을 통해 2억원을 챙겨 약 1억8700만원을 개인 당비(4100만원), 아파트 생활비(7000만원), 골프비용(7600만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한 박 전 시장은 지난달 27일 광주지법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역시 "죄에 비해 관대한 처벌"이라며 항소해 박 전 시장의 상품권 깡 의혹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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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