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조희대 <대구지법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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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라인에 SKY 출신…새롭지 않은 ‘뻔한 인사’

[일요시사=사회팀] 조희대(56·사법연수원 13기) 대구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으로 내정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로 조 법원장을 임명 제청했다. 조 법원장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3일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이 된다.




새 대법관에 조희대 대구지법원장의 이름이 오를 예정이다. 대법원의 구성은 아무런 변동이 없어 보인다. 고위 법관 출신 일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빼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공정 판결 중시
소신 있는 법관


지난 25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 법원장을 임명제청 했다.

대법원은 “조 법원장은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해박한 법이론과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해 온 정통 법관”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이기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5명의 법조인을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 선정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임명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유념하고 심사대상자들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검증함과 아울러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대법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은 물론 재산·납세·병역·도덕성 등에 있어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적격자를 추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는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54·연수원14기) ▲사공영진 청주지방법원장(55·연수원13기)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2·연수원16기)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56·연수원13기)였다.

이기수 위원장은 “이번에 추천한 제청대상 후보자들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인간미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이끌어갈 만한 법률전문가”라면서 “지식과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겸비한 인물들”이라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위원회가 과거 후보를 3∼4명 추천하던 것과 달리 5명이나 추천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5명이 후보로 추천된 것은 2011년 이홍훈 전 대법관 후임으로 박병대 대법관을 포함한 5명이 추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 추천은 3명이 보통이고 많아야 4명이 되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5명이 추천된 것은 정병두 검사장을 넣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부장판사도 “검찰이 특정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자신있게 미는 걸로 봐서는 이번에 임명제청이 안되면 다음에 또 대법관 임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서는 정 검사장이 추천된 것을 두고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 박선영 의원을 포함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용산참사’ 사건과 ‘PD수첩’ 사건에 관여한 사람을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해야 할 대법관 자리에 추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관에 검찰 ?을 뒀던 관행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재야법조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말하면서 재야법조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재야법조인을 천거해도 후보자가 되지 않아 변호사단체가 현직 판사들을 추천하는 식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법관의 승진 구조에 따라 대법관이 충원되다 보니 대법원 구성이 너무 균일화돼 다양한 이익과 생각이 상존하는 국민 일반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는 판결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TK’바통 터치
선후배 대법관


조 법원장에 대한 평판은 법조인으로서 괜찮은 편이다. 아쉬운 점은 대법원의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조 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것이다. 여성도 박보영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으로 단 2명에 그친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이자 후배 임명 제청
박 대통령 선택은?…청문회 무사통과할까?


굳이 대법원의 다양성을 찾자면 출신 지역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출신지역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경기 2명, 충남 3명 부산·경남 2명, 광주·전남 3명, 제주 1명 등이다.

조 법원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차한성 대법관 또한 경북 출신으로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조 법원장은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엄정하고 공정한 판결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해 힘쓴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서울고법 부장 시절, 수원역 노숙 소녀 폭행치사 사건을 맡아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노숙 청소년 4명을 심리하면서, 이들의 자백에 합리성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다른 2명까지 향후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 피의자로 지목됐던 30대가 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범인으로 지목됐던 이들 모두가 누명을 벗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지난해 10월1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노숙자 강모(35·정신지체 2급)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해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한 이유는 범행을 부인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염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이 자백을 종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정황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를 데리고 수원역에서 학교까지 1시간 걸어가면서 폭행장소를 찾아내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갔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고, 범행장소 인근에 있던 수많은 CCTV에 피해자와 피고인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자백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숙자 강씨는 지난 2007년 5월17일 동료 정모(34)씨와 함께 가출해 수원역에서 생활하던 김모양을 인근 고교로 끌고 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이후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정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자 강씨도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이날 판결로 2007년 5월17일 새벽 수원시 한 고교 화단에서 노숙자 김모양(당시 15세)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던 7명이 모두 누명을 벗게 됐다.


당시 수원남부경찰서는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정신장애인 강씨와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한 뒤 자백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벌금 200만원, 정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이듬해 1월 수감 중인 한 소년수의 제보를 받아 수사를 벌여 강씨 등은 단순가담에 불과하고 가출 청소년 최모군(당시 18세) 등 5명이 범행을 주도했다며 이들을 김양 살해범으로 붙잡았다.


서울대 법대
대법관 독식


수감 중이던 정씨는 최군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물론 가출 청소년들도 김양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당시 수원역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가 검찰로부터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최군 등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200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같은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혐의를 인정할 만한 물증과 자백의 경위가 석연치 않아서였다. 또 정씨가 청구한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2012년 10월 같은 이유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3월 공직자 재산내역 공개 당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 7억7300만원을 포함해 9억589만8000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예금자산은 대구은행과 신한은행 등 2485만원이다.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국회 인사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원공무원들이 뽑은 최고 법원장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27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조 법원장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2년 9월부터 대구지방법원장을 지내고 있다. 가족관계는 부인 박은숙 여사와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원칙론자’해박한 법지식·공정 재판 
소수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


그는 법원 내에서 ‘학구파’로 꼽힌다.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와 국제거래·해상운송에 관한 다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그의 연구실적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환경법 판례 교재를 만들고 민사집행법 교재도 전면 수정·보완하는 등 법 이론에 해박한 법조인이다. 이러한 학구열과 더불어 소탈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도 받는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후배 법관은 물론 일반 직원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잘 어울린다는 후문이다.

조 법원장은 병역도 충실했다. 육군 중위로 군생활을 마쳤다. 20세인 장남 창훈씨는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알려진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사석에서는 잔정이 많은 판사로 통한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법원 판례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원칙론자이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판례에는 과감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부동산실명제를 어기고 명의신탁을 해놓았다가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으려 한 사람이 냈던 민사소송에서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로 정면 비판하며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엄정한
선비형 법관


이후 이런 논리가 확산됐다. 자연스레 같은 취지의 판결이 많이 나왔고, 부동산실명법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재판을 맡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배정한 사건으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011년 2월 민사 재판에서 이 회장의 배임을 인정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임 검사 중 하나가 어린이날에 가족을 모두 데리고 에버랜드에서 접대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특검의 수사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조희대 법원장은?]

▲경북 경주
▲대구 경북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13기
▲서울형사지법
▲서울민사지법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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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