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영화 <변호인> 숨겨진 뒷이야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9 10:14:32
  • 댓글 0개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입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영화 <변호인>이 지난 19일 공식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19일 개봉한 이후 딱 한 달 만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다. 때문에 <변호인>의 관객 수 1000만 돌파를 바라보는 정치권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영화 <변호인>의 숨겨진 뒷이야기와 후폭풍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영화 한 편이 몰고 온 후폭풍이 정치권을 뒤덮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역대 최단기간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변호인>이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는 돈도 없고 백그라운드도 없는 상고 출신의 세무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억울하게 시국사건(부림사건)에 연루된 대학생 진우(임시완 분)를 변호하면서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뤘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불의에 대항하는 노 전 대통령에게 열광했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보수 긴장

민주당은 <변호인>의 흥행을 놓고 박근혜정부의 국정 난맥상에 대한 민심의 경고 메시지라며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잇는 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진영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급격히 결집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도 영화 <변호인>의 내용과 자신들이 겪고 있는 내란음모사건 의혹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진당은 '<변호인> 보셨습니까? 내란음모사건은 조작입니다'라는 플래카드까지 곳곳에 내걸고 한창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이 영화가 노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부림사건을 용공조작사건으로 왜곡해 법치를 부정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각 정파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영화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 여야 간 갑론을박은 더 치열하고 날카롭다.

영화 속에서 문제가 된 부림사건은 지난 1981년 9월 제5공화국 당시 공안당국이 부산에서 사회과학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당시 불온서적으로 규정되었던 이적표현물을 학습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체포, 불법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이다.

같은해 7월 서울지역 운동권 학생 등이 학림다방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후 무더기로 구속된 사건인 '학림사건'에 이어 부산에서 사건이 터지자, '부산의 학림사건'이라는 뜻에서 부림사건이라 이름 붙여졌다.

영화 개봉 이후 부림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은 더 치열해졌다. 실제로 부림사건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죄로 남아 있는 사건이다. 민주화 이후 많은 용공조작사건 등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부산지법은 지난 2009년 부림사건에 대한 재심판결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사건의 핵심인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판단을 유지했다.

영화에서처럼 부림사건에 대한 판결이 엉터리로 내려진 것이 아니라 당시 판결에 충분한 타당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후 부림사건 당시 수괴로 지목되어 6년형을 선고받고 2년 반의 수감생활 끝에 1983년 성탄절 특사로 풀려난 고호석씨 등 5명은 다시 재심청구를 했고 법원은 지난 2013년 3월 재심을 개시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무서운 흥행돌풍에 정치권 긴장
아직도 끝나지 않은 법정투쟁

당시 부림사건 담당검사 중 한 명이었던 고영주 변호사는 영화가 개봉한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림사건은 분명히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의식화 교육 사건"이었다며 "그런데도 이 영화는 이 사건을 미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고 변호사가 털어놓은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피의자 중 한 명이 '지금은 우리가 검사님한테 조사받고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가 오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노무현정부 시절 과거사위원회 등이 간첩들을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키면서 과거 공안 수사기관에 있었던 사람들을 반민주인사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 심한 회의감이 들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부림사건이 친노들의 정통성을 빛내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서 과거사진상위원회 등을 통해 무죄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자신이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부림사건은 명백한 공산주의 운동이다. 부림사건을 과거사진상규명 대상 사건으로 하면 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가 아니라 공산주의를 변호한 것이 밝혀지게 되므로 대통령에게 크게 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노무현정부 시절 이 문제를 더는 공론화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은 고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진실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 변호사는 노무현정부 시절 좌천인사를 당하고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변신했고, 당시 사건을 지휘한 최병국 검사는 지난 200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3선 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도 있다. 부림사건에 연루된 관계자 중 한 명인 김영(필명 김하기)씨는 부림사건으로 체포돼 징역형을 살다 가석방된 후 밀입북한 혐의로 다시 구속된 인물이다. 김씨는 부림사건에 대한 징역형을 마치고 출소 후에는 소설가로 변신해 주로 옥중에서 만난 비전향 장기수들에 대한 책을 많이 썼다.

그런 그는 1996년 부산소설가협회 회원 60여명과 함께 중국에서 백두산을 등정한 뒤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두만강가에 도착해 헤엄쳐서 북한으로 밀입북한 것으로 밝혀졌다.

흠집 내기?

대법원은 그에 대해 1997년 국가보안법 위반(잠입·탈출·찬양고무) 혐의로 징역 3년6월,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지만 김대중정권 출범 직후인 이듬해 3월 사면됐다. 이는 실제로 부림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종북성향이 강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영화 <변호인>의 1000만 흥행에 대해서도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변호인>이 1000만 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은 좌파 시민단체 등에서 대량으로 배포한 할인티켓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보수성향 커뮤니티에서는 고시촌 등지에 붙어 있는 <변호인>의 초대장 사진이 다수 게시되기도 했다. 초대장에는 단돈 1000원에 영화표를 나눠준다고 되어있다.

영화 <변호인>의 돌풍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또 <변호인>의 돌풍은 정치권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까? <변호인>의 흥행돌풍이 대한민국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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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