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대해부> 승천 꿈꾸는 '잠룡5인' 설 로드맵

오순도순 도란도란…가족 이야기 주인공이고 싶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족 최대명절인 설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친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자연스레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도 오고가기 때문에 '설 밥상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면 인지도 상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그간 모호한 행보를 보였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설 연휴를 앞두고 신당 창당 로드맵을 밝힌 것도 이를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발맞춰 여타 잠룡들도 벌써부터 존재감 부각과 바닥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여야 잠룡 5인의 설 연휴를 전후한 로드맵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올해 최대 정치이벤트인 6·4지방선거 출사표가 여기저기서 날아들고 있다.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 밥상머리에 이름을 올려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찬가지로 미래권력을 꿈꾸는 잠룡들도 인지도와 존재감 부각을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안철수신당
창당 구체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며 가장 유력한 잠룡으로 꼽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1일 드디어 신당 창당 로드맵을 발표했다. 

'2월 중 창당준비위 발족→3월 말까지 신당 창당'이라는 구체적 창당 로드맵을 밝힌 안 의원 측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며 제3세력으로서 도전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안 의원 측 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추위) 윤여준 의장은 향후 창당일정에 대해 "지방선거에 책임있게 임하기 위해 3월까지 창당하고,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다 낼 생각이다. (야권)단일화 연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야권연대 없이 완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는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신당(가칭)의 다자경쟁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성공적 창당과 지방선거에서의 성과를 내기 위한 안 의원 측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새추위는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 조직 구성 및 당의 정강·정책 및 당헌·당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안 의원이 은밀히 접촉한 대어급 인사 수십 명의 명단도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다. 

지난 23일에는 새추위가 전남 목포를 찾아 '새로운 지방자치를 위한 국민과의 대화' 토론회를 처음으로 열고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방정부 플랜을 제시했다. 목포를 첫 토론회 개최 지역으로 삼은 것은 호남을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겠다는 노림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정치권에 몸담기 이전부터 '청춘콘서트'로 대표되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바람을 일으켜왔는데, 새추위가 시작한 토론회도 안 의원이 과거 정치권에 일으켰던 바람을 재현할지 주목된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설 이후에는 보다 구체적인 창당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설 이후 창당 추진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대 선거를 통해 야권의 분열은 필패라는 사실이 증명된 상황에서 안철수신당의 등장으로 분열된 야권의 일부분인 안 의원 측이 지방선거에서 얼마만큼의 힘을 쓸지는 지켜볼 일이다.

자극받은 '문'
정치행보 본격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공식 행보를 자제하던 문재인 의원은 최근 안철수 의원의 광폭행보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 의원은 지난 5일 뉴질랜드로 '오지 트레킹'을 떠났다가 16일 귀국했는데, 10여년 만의 산행으로 숨을 고르며 신년구상을 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해 "차차 말 하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문 의원이 앞으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귀국 후 이틀 만인 지난 18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단독회동을 갖고 여권과 보수언론의 타깃이 된 당내 계파청산에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친노(친노무현)의 좌장 격인 문 의원의 복귀를 기점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친노·강경파 의원들이 2월 임시국회를 기점으로 본격적 활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1일 김한길 대표가 당의 원로와 과거 대선후보 등이 포함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갖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조언과 협조를 요청한 자리에서 문 의원은 지역일정 참석을 이유로 10여분 만에 자리를 떴다. 이를 두고 문 의원이 당내 독자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오후 지역구인 부산으로 내려간 문 의원은 설 연휴를 전후해 당분간 지역구에 머물면서 노숙자쉼터, 장애인시설, 노인정, 전통시장 등을 방문하며 지역주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지역구가 속한 부산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지역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지원사격을 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안' 창당 일정 구체화…신당 도박 성공?
신년 구상 마친 '문', 지역민심 다지기 착수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일찍이 재선 의지를 밝힌데 이어 설 연휴를 전후해 본격적 재선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본인은 서울시장 재선에 올인,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단 재선 고지에만 오른다면 곧바로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점프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변수는 안철수신당의 존재 여부다. 안 의원은 최근 "지난 서울시장 선거, 대선에 양보한 만큼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며 '양보해 달라'는 의사를 박 시장 측에 전한 바 있다. 박 시장의 당선에 안 의원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던 만큼 그는 안 의원과의 관계 설정에 부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백번이라도 양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가 측근들을 통해 "양보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새정치라는 측면에서 안 의원과는 경쟁하기보다 함께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원론적 답을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실제로 지난 재보선 당시는 박 시장이 무소속 후보였지만 현재는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는 만큼 양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2011년 양보는 개인 간에 있었던 일"(박 시장은 2012년 2월 민주당 입당)이라며 "당의 양보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권 넘어 대권
향해 순항하나?

요즘 새누리당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사는 김무성 의원이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김 의원은 핵심 친박(친박근혜)도 아니면서 당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았다.

보스 기질이 강하고 조직 장악력이 강점인 김 의원은 수개월 전부터 당내 친박 주류 의원들은 물론 친이계 출신 비주류 의원들과도 잇따라 접촉하며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본인은 단순한 학술모임일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근현대사역사교실' '퓨처라이프포럼' 등 역사·복지 의원모임을 지난해 말 잇따라 주도한 것은 미래권력을 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설 이후 2월 중 새롭게 선보일 통일을 주제로 한 연구모임도 같은 이유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철도파업을 독자적으로 중재하면서 주가를 한껏 올리기도 했다.

미래권력을 꿈꾸는 김 의원에게 주어진 1차 과제는 차기 당권을 쥐느냐 마느냐 여부다. 차기 당대표는 오는 2016년 총선 공천권과 2017년 대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최근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하고 있는 '강연 정치'로 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한편 설 연휴에도 바삐 움직임 예정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연휴에도 쉬지 않고 지역구 내의 양로원, 노숙자 쉼터 등을 방문하고 지역 행사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에는 유력한 차기 당권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지켜본 후 맞춤 대응을 할 것을 알려진다.  

현재 새누리당 당권 경쟁은 당초 김무성 대 서청원 2파전 구도에 중진인 이인제 의원이 가세하며 다자구도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가세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최대 5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활동반경 넓히는 '김', 국민과 스킨십 확대
뜨는 '반기문 대망론' 현실화 가능성은?

현재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김무성·정몽준·김문수 등)가 야권의 안철수·문재인 의원 등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 일각에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차출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반 총장은 뚜렷한 정치색을 보인 적이 없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감이 마땅치 않은 정당 쪽에선 그를 눈독 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에 대항할 만한 대항마가 뚜렷하지 않은 여권에서 그에 대한 러브콜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반 총장이 결심을 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신년특집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반 총장은 19.7%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안철수 의원(12.2%)이 차지했으며, 3위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8.3%)이 차지했다.

여권의 유력 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정몽준 의원은 각각 4.8%로 4위에 그쳤다(조사대상 - 전국 성인남녀 1005명, 조사기간 - 지난달 26~28일, 조사방식 - 임의걸기 방식 전화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09%P, 응답률 - 18%).

그러나 19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의 실질적 수장으로 '세계의 CEO'라고도 불리는 유엔사무총장을 2016년 12월까지 맡을 예정인 반 총장이 퇴임 후 1년 뒤에 치러질 차기 국내 대선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끊이지 않는
반기문 대망론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세계적 지도자로 활동하던 반 총장이 한국 대선에 나선다는 것은 한국 대통령이 퇴임 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셈이어서 걸맞지 않다"며 "또 평생 공직자(외교관)로 살아온 만큼 행정과 외교에는 뛰어난 경륜이 있지만 한국 정치판 싸움에 문외한이라는 점도 단점이다. 물론 추대의 형식도 있지만 김무성·김문수·정몽준 같은 당내 경쟁자들이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도 국내 일각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반 총장은 국내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한 상당한 부담을 느껴 "2016년 12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해외에 계속 체류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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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