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VS 홍준표 박 터지게 싸우는 진짜 이유

'정치 앙숙'의 퇴로 없는 끝장 승부 "너 죽고 나 살자"

[일요시사=정치팀]6·4지방선거가 다가오며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홍준표 현 지사와 안상수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의 대표적 앙숙으로 손꼽히는 두 인사가 서로에 대한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내며 날선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것. 4선 의원에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대표를 나란히 지낸 두 거물급 인사가 경남에서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된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안상수(68)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60) 경남도지사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많다. 이들은 같은 경남에서 출생(안상수-마산, 홍준표-창녕)해 검사·변호사로 재직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된 이후에는 18대까지 내리 4선에 함께 성공했다. 그 사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대표를 모두 지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19대 총선에서는 공천 탈락(안상수), 낙선(홍준표)의 시련을 함께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유사한 삶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대표적 앙숙으로 손꼽힌다.

대표적 앙숙

본격적으로 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 2010년 7월 당대표 경선 때부터다. 당시 홍준표 의원은 안상수 의원이 "개 짖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이웃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사실을 폭로했고, "병역 기피를 10년 하다가 고령자로 병역 면제된 사람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한나라당은 '병역 기피당'이 된다"며 맹비난했다. 

홍 의원의 원색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안 의원이 1위로 당대표가 됐다. 아쉽게 2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이 된 홍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때마다 사사건건 안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더욱 관계가 악화됐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사법시험 기수가 7기수가 차이나는데도 불구하고 홍준표 지사가 안 전 대표를 검사, 정치적 선배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2010년 당대표 경선 이후 둘 사이는 완전히 멀어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이 이번에는 6·4지방선거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직을 놓고 또 한번 제대로 붙는 모양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민병두 후보에 밀려 낙선한 이후 공직생활 은퇴까지 선언했다가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기사회생한 홍 지사의 재선 가도에 안 전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했던 안 전 대표는 재기를 위해 "마지막 정치인생을 경남에 걸겠다"며 지난해 11월부터 경남 민생투어에 나섰다. 이는 새누리당 지지성향이 뚜렷한 경남에서 공천권만 따낼 경우 당선이 무난하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을 향한 공격의 포문은 안 전 대표가 먼저 열었다. 그는 지난 14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지난 2012년 12월 보궐선거 당시 경남지사 출마를 생각하면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홍 지사가 출마하겠다고 나섰다"며 "(당)대표를 했던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다투는 모양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양보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보궐선거에서 (경남지사 후보직을) 한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홍 지사가 한번 양보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러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1차 경남지역 민생투어 결과 현 지사에 대한 (지역주민의) 평가는 극과 극"이라며 "경남의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고 그동안 별로 호전된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홍 지사를 비판했다.

재선 노리는 홍준표 "보온병 들고 흔들던 시대 갔다"
재기 노리는 안상수 "지난 재보선서 내가 양보한 것"

이에 홍 지사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다음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재보선에서 안 전 대표가 양보한 일이 없다"며 "이게 무슨 서로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런 말씀 하는 것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안 전 대표가) 느닷없이 경남에 내려와서 돌아다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며 "나온다 해도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16일 <YTN>과의 인터뷰에서는 안 전 대표를 향해 "보온병 가지고 흔드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라며 "이제 시대가 좀 바뀌었다. 전 계파 없이 정치를 해 왔고 이미 (안 전 대표는) 친이계 대리인으로 당대표를 하신 분인데 (지금) 친이계가 있나? 이제는 지지해 줄 세력들도 없다"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가 당대표로 있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이후 연평도를 방문해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던 사건과 과거 당대표 경선에서의 앙금을 다시 끄집어내 망신을 준 것이다. 이는 홍 지사가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를 포함한 타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도전장을 내민 또 다른 새누리당 후보 박완수(58) 창원시장은 "안 전 대표와 홍 지사의 설전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두 분의 설전은 새누리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박 시장은 특히 "지난 2012년 경남지사 재보선 때 한 사람이 후보를 양보했다 아니다 라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데, 두 사람이 그 배경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경선 주목

한편 아직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야권 경남지사 후보로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민주당 허성무 경남도당 위원장, 통합진보당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정의당 박선희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경남에서는 민주당 소속 김두관 전 지사의 18대 대권도전을 위한 자진사퇴 이후 가뜩이나 약한 야권의 세가 더욱 위축돼 어느 후보가 나와도 새누리당에 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유리한 경남지사직을 놓고 정치적 앙숙인 홍 지사와 안 전 대표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에 박완수 시장이라는 만만찮은 상대가 가세한 새누리당 내 경선이 본선보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상수·홍준표, 앙숙의 '닮은꼴 인생'

차기 경남지사 직을 놓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삶은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두 인사는 같은 경남 출신의 선후배 검사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다.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란히 당선된 이들은 이후 18대 국회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고, 그 사이 한나라당 '원내대표→당대표' 등 주요직을 차례로 지냈다. 병역의 의무는 안 전 대표가 병역기피, 행방불명 등으로 인한 면제, 홍 지사는 체중미달로 단기사병(방위병)으로 14개월간 복무해 모두 정상적으로 마치지 않았다.

또한 상황과 시기만 다를 뿐 '막말 논란'도 함께 겪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연평도를 방문해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중국에도 보도되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그해 12월에는 서울 용산의 한 장애인 시설에 방문, 여기자 3명과의 오찬에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 하더라"라며 성형 안한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 지사는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주가조작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식사했어요?"란 엉뚱한 답변만 늘어놓아 '식사준표'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으며, 2011년 10월에는 홍익대 인근카페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타운미팅에서 자신의 과거 사연을 소개하며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 등의 막말을 쏟아내 '막말준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도 얻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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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