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례대표 '지역구 찾아 삼만리' 실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2 15:54:00
  • 댓글 0개

비례대표는 딱 한번 "재선의 길은 멀고 험하다"

[일요시사=정치팀] 벌써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다음 총선에 출마할 지역구를 찾지 못한다면 재선의 꿈은 물거품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미 지역구를 결정하고 터 잡기에 나선 경우도 있다. 지역구를 찾아 떠도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실태를 살펴봤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선거제도다. 비례대표 후보들은 지역구를 따로 배정받지 않고 총선에서 각 정당이 정한 순번에 따라 국회에 입성한다. 정치색은 옅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국회에 진출시켜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당초 비례대표제의 취지였다. 하지만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 출마할 지역구를 찾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낮은 생존율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례대표는 연임이 불가하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이라면 반드시 출마할 지역구를 물색해야 한다.

사실 비례대표 의원의 생존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지난 18대 비례대표 의원 출신으로 19대 지역구 의원으로 생환한 이들은 새누리당에서 나성린(부산진을), 민주당에서 김상희(부천 소사) 의원 두 명 뿐이었다. 19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은 모두 54명으로 새누리당이 26명, 민주당이 21명, 통합진보당 2명, 진보정의당 4명, 무소속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다음 총선에서 몇 명이나 생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야 비례대표 의원 중 일부는 이미 공식적으로 당 지도부로부터 지역을 배정받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민주당 윤호중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구리시의 당협위원장을 맡았고,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민주당 이언주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도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 지역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고,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백군기 의원은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의 지역구인 용인갑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3군사령부와 55사단이 주둔한 용인갑의 특수성을 고려한 배치였다.

또 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야권의 불모지로 불리는 대구 북구을의 지역위원장을 맡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이미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지역행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이같은 비례대표들의 조기 전진배치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전략이란 분석이다.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둔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특정 지역을 할당해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지역구 다지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당은 당협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비례대표가 미리미리 뿌리를 내려 재선을 하면 당으로서도 좋은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 못 찾으면 정치권 떠나야
빈 지역구 생기면 너도나도 눈독

하지만 한 지역에서 두 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활동하다보니 잡음도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 광명시에서는 시민의 날 기념식 때 손인춘 광명을지역위원장의 축사를 배제한 것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새누리당 시의원 4명은 기념식 시작을 앞두고 갑자기 단상에 올라가 "시민의 화합과 소통을 도모하는 축제 책자에 손 의원의 축사를 넣지 않은 것은 민주당 중심의 편가르기 행태"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항의소동으로 행사는 20여분이나 지연됐다. 그러나 광명시는 시 주관 행사 축사의 경우 지역구 국회의원만 해당하고 비례대표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행사를 방해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와 같이 지역 국회의원이 두 명이 되면서 지역 행사장에선 축사 여부나 자리 배석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 일이 잦아졌다. 때문에 지방의회 의원들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새로 임명된 지역위원장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역구 의원은 아니지만 현역 의원인 만큼 챙기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졸지에 보필해야 할 상전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한 지역구 의원은 어느 날 지역민들로부터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이 바뀌었냐는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자신의 지역구에 지역위원장으로 내려온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행사에 와서 지역 국회의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생긴 오해였다.

공석이 된 지역구엔 비례대표 의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기도 한다. 민주당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장은 김효석 전 의원이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은 최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신당창당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에 합류했다. 서울 강서을은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의 지역구다. 쉽지만은 않은 지역구지만 지역구가 공석이 되자 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한정애 의원이 벌써부터 출사표를 던지고 경합 중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비례대표지만 전남도당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민주당 제주도당 대외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주시 읍면동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인물로 국회 입성 후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제주시 국회의원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충청권 국회의원 모임, 호남권 국회의원 모임 등 자신들의 고향과 연계된 의정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재선의 꿈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에 대해 본래 비례대표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세다.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입법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입법은 뒷전이고 재선을 위한 지역구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 정수 조정과 관련해 지역구 국회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려고 하는 정치권의 움직임과도 상반된다.

한 정치전문가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본래 도입 취지와는 무관하게 자기 정치만 하려 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비례대표 의원들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