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 딜레마에 빠진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2 16: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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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외쳤지만 결국 구태정치?"

[일요시사=정치팀] "새정치 외쳤지만 결국 구태정치에 그치고 마는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를 외쳤지만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박한 평가다.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의문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안 의원을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있다. 안 의원의 새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딜레마는 무엇일까?




'새정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국민들의 이목은 안 의원의 새정치로 쏠렸고, 안 의원은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그동안 돌풍을 이어왔다. 하지만 안 의원은 여전히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국민들의 물음에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 의문
새정치 딜레마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다. 새정치에 열광하던 대중들은 그의 새정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다. 과연 안 의원의 새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딜레마는 무엇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의 딜레마는 우선 인재난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정치에 부합하는 참신한 인재가 필요한데, 그런 인재가 좀처럼 안 의원 주변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역단체장선거에 도전할 만한 중량감을 가진 인물 중 기존 정치권에 몸담은 경험이 전혀 없는 새로운 인물이 과연 있겠는가? 또 설사 그런 인물이 있다고 해도 선거를 치를 조직은 물론이고, 선거 경험도 한 번 없이 당장 몇 달 뒤 광역단체장선거에 도전해 승리할 수 있겠는가? 결국 기존 정치권 인물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기존 정치권 인물 중 때타지 않고 새정치에 부합할 만한 인물이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새정치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과거인물만 잔뜩, 구호에 그친 새정치
상왕정치 논란, 소통 부족 초보정치인?

실제로 안 의원이 그동안 영입한 인물들에 대해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이삭줍기' '인재 빼가기' '철새정치' 라며 비판하고 있다.

또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추위)가 지난 15일 발표한 첫 추진위원 인선에 대해 정치권은 일단 새추위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참신한 인재를 영입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중량감 있는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인재영입의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의원의 인재 영입이 '참신함'과 '중량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참신함과 중량감
하나가 부족

야권연대 여부도 새정치의 딜레마다. 새누리당은 야권연대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야권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새정치의 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의원 측 스스로도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는 새정치의 이미지를 크게 퇴색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 측은 그동안 기존 정당인을 데려다 쓴 것에 대해 이삭줍기라거나 인물 빼가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안 의원이 비판의 대상인 민주당과 연대를 한다고 하면 민주당 출신 인물들을 데려다 쓴 것이 이삭줍기와 인물 빼가기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꼴이 된다.




때문에 안 의원 측은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 측 금태섭 대변인도 최근 "야권에 필요한 것은 혁신이지 뭉치는 게 아니다"라며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 없이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안철수신당이 전국적으로 야권의 발목만 잡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새정치의 딜레마다.

인재영입 과정에서의 부실했던 인사 검증 시스템 역시 향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새추위는 평소 새정치를 강조하며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당연히 새추위에 요구하는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는 기존 정치권보다 훨씬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새추위가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인사검증 없이 인재들을 끌어 모아 세를 불려 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인재영입은 향후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창당 과정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으로 무리하게 창당을 추진하다보면 졸속 창당이 될 것이 뻔하고, 후보도 졸속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안철수신당의 졸속 후보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새정치가 활동영역을 넓혀갈수록 기존 정치권과 닮아가는 것도 새정치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다. 최근 안 의원이 정치세력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내부 잡음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놓고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과 새추위 이계안 공동위원장의 출마설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벌써 내부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당초 서울시장 후보로는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장하성 소장의 출마설이 갑자기 나오면서 내부사정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잡음은 지역에서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의원을 지지한 실행위원들과 최근 정치권에서 새로 합류한 위원들이 '공천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추위에 새롭게 합류한 인사들이 공천에 조바심을 내자 기존 실행위원들이 공천보장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긋는 등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새추위에 새롭게 합류한 인사들은 기존 인사들의 텃새를 성토하고 있다. 기존 인사들이 합류 인사들을 사실상 공천경쟁자로 치부하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불만이다.

내부 텃새
치열한 기싸움

선거를 앞두고 당내 공천 잡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늘 반복되어 오던 일이지만 이러한 공천 잡음은 국민들에게 새정치도 기존 정치권과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또 최근 모 지역신문은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일부 모 지역 실행위원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약속하며 신당에 합류할 인사들을 포섭하고 다닌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안 의원 측은 지역 실행위원들에게 일일이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보도와 관련해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안 의원의 '상왕정치'도 논란거리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안 의원이 막후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왕정치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며 “안 의원은 구태적인 상왕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안 의원은 새추위 의장도 아니고 공동위원장도 아닌 상태에서 간판마담은 딴사람을 세워놓고 막후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낯익은 상왕정치의 전형이자 구태정치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일부 공천 놓고 벌써 내부 알력다툼
공약 말 바꾸기 논란, 구태정치 답습

이 같은 비판은 안 의원이 적극 공략 중인 호남에서도 이미 터져 나온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의 외곽 지지단체로 활동했던 광주전남시민포럼은 지난해 12월 논평을 내고 "지방선거에서부터 안철수 현상을 집약한 새정치 세력이 한국정치를 바꾸어 주기를 호남인들은 희망하고 있으나, 그동안 호남과 중앙 안철수 세력의 관계는 지역의 이해와 요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불통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논평에 대해 포럼 측은 "기존 정치권의 중앙집권적 상명하달식 소통구조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논평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말 바꾸기 논란도 새정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안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말 바꾸기 논란을 겪었다. 안 의원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일부 시민단체들은 안 의원을 직접 찾아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안철수 후광효과를 낼 수 없어 지방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약 말 바꾸기
결국 구태정치?

그러나 최근에는 또 한번 입장을 바꿔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안 의원 측 내부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 의원 측은 현재 인물난으로 창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떨칠 수 있고 창당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행태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는 비판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선거제도에서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은 짧고 상대후보는 온갖 공약을 쏟아낸다. 과연 지킬 수 있는 공약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가? 안 의원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모두 똑같아지는 것처럼 새정치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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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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