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 딜레마에 빠진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2 16: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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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외쳤지만 결국 구태정치?"

[일요시사=정치팀] "새정치 외쳤지만 결국 구태정치에 그치고 마는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를 외쳤지만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박한 평가다.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의문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안 의원을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있다. 안 의원의 새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딜레마는 무엇일까?




'새정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국민들의 이목은 안 의원의 새정치로 쏠렸고, 안 의원은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그동안 돌풍을 이어왔다. 하지만 안 의원은 여전히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국민들의 물음에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 의문
새정치 딜레마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다. 새정치에 열광하던 대중들은 그의 새정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다. 과연 안 의원의 새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딜레마는 무엇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의 딜레마는 우선 인재난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정치에 부합하는 참신한 인재가 필요한데, 그런 인재가 좀처럼 안 의원 주변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역단체장선거에 도전할 만한 중량감을 가진 인물 중 기존 정치권에 몸담은 경험이 전혀 없는 새로운 인물이 과연 있겠는가? 또 설사 그런 인물이 있다고 해도 선거를 치를 조직은 물론이고, 선거 경험도 한 번 없이 당장 몇 달 뒤 광역단체장선거에 도전해 승리할 수 있겠는가? 결국 기존 정치권 인물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기존 정치권 인물 중 때타지 않고 새정치에 부합할 만한 인물이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새정치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과거인물만 잔뜩, 구호에 그친 새정치
상왕정치 논란, 소통 부족 초보정치인?

실제로 안 의원이 그동안 영입한 인물들에 대해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이삭줍기' '인재 빼가기' '철새정치' 라며 비판하고 있다.

또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추위)가 지난 15일 발표한 첫 추진위원 인선에 대해 정치권은 일단 새추위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참신한 인재를 영입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중량감 있는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인재영입의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의원의 인재 영입이 '참신함'과 '중량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참신함과 중량감
하나가 부족

야권연대 여부도 새정치의 딜레마다. 새누리당은 야권연대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야권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새정치의 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의원 측 스스로도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는 새정치의 이미지를 크게 퇴색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 측은 그동안 기존 정당인을 데려다 쓴 것에 대해 이삭줍기라거나 인물 빼가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안 의원이 비판의 대상인 민주당과 연대를 한다고 하면 민주당 출신 인물들을 데려다 쓴 것이 이삭줍기와 인물 빼가기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꼴이 된다.




때문에 안 의원 측은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 측 금태섭 대변인도 최근 "야권에 필요한 것은 혁신이지 뭉치는 게 아니다"라며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 없이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안철수신당이 전국적으로 야권의 발목만 잡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새정치의 딜레마다.


인재영입 과정에서의 부실했던 인사 검증 시스템 역시 향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새추위는 평소 새정치를 강조하며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당연히 새추위에 요구하는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는 기존 정치권보다 훨씬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새추위가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인사검증 없이 인재들을 끌어 모아 세를 불려 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인재영입은 향후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창당 과정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으로 무리하게 창당을 추진하다보면 졸속 창당이 될 것이 뻔하고, 후보도 졸속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안철수신당의 졸속 후보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새정치가 활동영역을 넓혀갈수록 기존 정치권과 닮아가는 것도 새정치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다. 최근 안 의원이 정치세력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내부 잡음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놓고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과 새추위 이계안 공동위원장의 출마설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벌써 내부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당초 서울시장 후보로는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장하성 소장의 출마설이 갑자기 나오면서 내부사정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잡음은 지역에서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의원을 지지한 실행위원들과 최근 정치권에서 새로 합류한 위원들이 '공천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추위에 새롭게 합류한 인사들이 공천에 조바심을 내자 기존 실행위원들이 공천보장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긋는 등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새추위에 새롭게 합류한 인사들은 기존 인사들의 텃새를 성토하고 있다. 기존 인사들이 합류 인사들을 사실상 공천경쟁자로 치부하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불만이다.

내부 텃새
치열한 기싸움

선거를 앞두고 당내 공천 잡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늘 반복되어 오던 일이지만 이러한 공천 잡음은 국민들에게 새정치도 기존 정치권과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또 최근 모 지역신문은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일부 모 지역 실행위원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약속하며 신당에 합류할 인사들을 포섭하고 다닌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안 의원 측은 지역 실행위원들에게 일일이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보도와 관련해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안 의원의 '상왕정치'도 논란거리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안 의원이 막후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왕정치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며 “안 의원은 구태적인 상왕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안 의원은 새추위 의장도 아니고 공동위원장도 아닌 상태에서 간판마담은 딴사람을 세워놓고 막후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낯익은 상왕정치의 전형이자 구태정치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일부 공천 놓고 벌써 내부 알력다툼
공약 말 바꾸기 논란, 구태정치 답습


이 같은 비판은 안 의원이 적극 공략 중인 호남에서도 이미 터져 나온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의 외곽 지지단체로 활동했던 광주전남시민포럼은 지난해 12월 논평을 내고 "지방선거에서부터 안철수 현상을 집약한 새정치 세력이 한국정치를 바꾸어 주기를 호남인들은 희망하고 있으나, 그동안 호남과 중앙 안철수 세력의 관계는 지역의 이해와 요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불통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논평에 대해 포럼 측은 "기존 정치권의 중앙집권적 상명하달식 소통구조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논평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말 바꾸기 논란도 새정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안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말 바꾸기 논란을 겪었다. 안 의원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일부 시민단체들은 안 의원을 직접 찾아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안철수 후광효과를 낼 수 없어 지방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약 말 바꾸기
결국 구태정치?

그러나 최근에는 또 한번 입장을 바꿔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안 의원 측 내부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 의원 측은 현재 인물난으로 창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떨칠 수 있고 창당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행태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는 비판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선거제도에서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은 짧고 상대후보는 온갖 공약을 쏟아낸다. 과연 지킬 수 있는 공약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가? 안 의원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모두 똑같아지는 것처럼 새정치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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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