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 딜레마에 빠진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22 16: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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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외쳤지만 결국 구태정치?"

[일요시사=정치팀] "새정치 외쳤지만 결국 구태정치에 그치고 마는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를 외쳤지만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박한 평가다.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의문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안 의원을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있다. 안 의원의 새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딜레마는 무엇일까?




'새정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국민들의 이목은 안 의원의 새정치로 쏠렸고, 안 의원은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그동안 돌풍을 이어왔다. 하지만 안 의원은 여전히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국민들의 물음에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 의문
새정치 딜레마

안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다. 새정치에 열광하던 대중들은 그의 새정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다. 과연 안 의원의 새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딜레마는 무엇일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의 딜레마는 우선 인재난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정치에 부합하는 참신한 인재가 필요한데, 그런 인재가 좀처럼 안 의원 주변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역단체장선거에 도전할 만한 중량감을 가진 인물 중 기존 정치권에 몸담은 경험이 전혀 없는 새로운 인물이 과연 있겠는가? 또 설사 그런 인물이 있다고 해도 선거를 치를 조직은 물론이고, 선거 경험도 한 번 없이 당장 몇 달 뒤 광역단체장선거에 도전해 승리할 수 있겠는가? 결국 기존 정치권 인물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기존 정치권 인물 중 때타지 않고 새정치에 부합할 만한 인물이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새정치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과거인물만 잔뜩, 구호에 그친 새정치
상왕정치 논란, 소통 부족 초보정치인?

실제로 안 의원이 그동안 영입한 인물들에 대해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이삭줍기' '인재 빼가기' '철새정치' 라며 비판하고 있다.

또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추위)가 지난 15일 발표한 첫 추진위원 인선에 대해 정치권은 일단 새추위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참신한 인재를 영입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중량감 있는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인재영입의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의원의 인재 영입이 '참신함'과 '중량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참신함과 중량감
하나가 부족

야권연대 여부도 새정치의 딜레마다. 새누리당은 야권연대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야권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새정치의 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의원 측 스스로도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는 새정치의 이미지를 크게 퇴색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 측은 그동안 기존 정당인을 데려다 쓴 것에 대해 이삭줍기라거나 인물 빼가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안 의원이 비판의 대상인 민주당과 연대를 한다고 하면 민주당 출신 인물들을 데려다 쓴 것이 이삭줍기와 인물 빼가기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꼴이 된다.




때문에 안 의원 측은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 측 금태섭 대변인도 최근 "야권에 필요한 것은 혁신이지 뭉치는 게 아니다"라며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 없이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안철수신당이 전국적으로 야권의 발목만 잡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새정치의 딜레마다.


인재영입 과정에서의 부실했던 인사 검증 시스템 역시 향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새추위는 평소 새정치를 강조하며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당연히 새추위에 요구하는 국민들의 도덕적 잣대는 기존 정치권보다 훨씬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새추위가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인사검증 없이 인재들을 끌어 모아 세를 불려 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인재영입은 향후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창당 과정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으로 무리하게 창당을 추진하다보면 졸속 창당이 될 것이 뻔하고, 후보도 졸속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안철수신당의 졸속 후보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새정치가 활동영역을 넓혀갈수록 기존 정치권과 닮아가는 것도 새정치의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다. 최근 안 의원이 정치세력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내부 잡음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놓고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장하성 소장과 새추위 이계안 공동위원장의 출마설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벌써 내부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당초 서울시장 후보로는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장하성 소장의 출마설이 갑자기 나오면서 내부사정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잡음은 지역에서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의원을 지지한 실행위원들과 최근 정치권에서 새로 합류한 위원들이 '공천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추위에 새롭게 합류한 인사들이 공천에 조바심을 내자 기존 실행위원들이 공천보장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긋는 등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새추위에 새롭게 합류한 인사들은 기존 인사들의 텃새를 성토하고 있다. 기존 인사들이 합류 인사들을 사실상 공천경쟁자로 치부하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불만이다.

내부 텃새
치열한 기싸움

선거를 앞두고 당내 공천 잡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늘 반복되어 오던 일이지만 이러한 공천 잡음은 국민들에게 새정치도 기존 정치권과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또 최근 모 지역신문은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일부 모 지역 실행위원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약속하며 신당에 합류할 인사들을 포섭하고 다닌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안 의원 측은 지역 실행위원들에게 일일이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보도와 관련해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안 의원의 '상왕정치'도 논란거리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안 의원이 막후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왕정치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며 “안 의원은 구태적인 상왕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안 의원은 새추위 의장도 아니고 공동위원장도 아닌 상태에서 간판마담은 딴사람을 세워놓고 막후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낯익은 상왕정치의 전형이자 구태정치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일부 공천 놓고 벌써 내부 알력다툼
공약 말 바꾸기 논란, 구태정치 답습


이 같은 비판은 안 의원이 적극 공략 중인 호남에서도 이미 터져 나온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의 외곽 지지단체로 활동했던 광주전남시민포럼은 지난해 12월 논평을 내고 "지방선거에서부터 안철수 현상을 집약한 새정치 세력이 한국정치를 바꾸어 주기를 호남인들은 희망하고 있으나, 그동안 호남과 중앙 안철수 세력의 관계는 지역의 이해와 요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불통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논평에 대해 포럼 측은 "기존 정치권의 중앙집권적 상명하달식 소통구조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논평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말 바꾸기 논란도 새정치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안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말 바꾸기 논란을 겪었다. 안 의원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일부 시민단체들은 안 의원을 직접 찾아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안철수 후광효과를 낼 수 없어 지방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약 말 바꾸기
결국 구태정치?

그러나 최근에는 또 한번 입장을 바꿔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안 의원 측 내부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 의원 측은 현재 인물난으로 창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떨칠 수 있고 창당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행태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는 비판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선거제도에서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은 짧고 상대후보는 온갖 공약을 쏟아낸다. 과연 지킬 수 있는 공약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가? 안 의원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모두 똑같아지는 것처럼 새정치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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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