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쟁호투' 불붙은 새누리 당권전쟁 막후

김무성 "형님은 국회의장이나" 서청원 "아우는 차기대권이나"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유력한 차기 당대표로 거론되는 김무성·서청원 의원이 새해 들어 나란히 정치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 특히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급부상한 김 의원은 이미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 안팎의 출마요구가 높은 서 의원은 설 이후 명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상도동계 출신 선후배인 두 인사의 격돌은 결과에 따라 여권 권력지형, 당·청 관계에 큰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김무성(63·5선)·서청원(71·7선) 의원은 명실상부한 새누리당 내 최고 거물급 인사다.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10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차례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여권 내 핵심실세이며 차기 당권경쟁에서도 선두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출발점이 같았던 이들은 현재 정치색, 처한 상황이 많이 달라져 원하든 원치 않았든 대척점에 서있는 모양새다. 

대척점에 선
어제의 동지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선후보 선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중요한 자리다. 이 자리를 놓고 상도동계 선후배인 김 의원과 서 의원이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서 있다.

김 의원은 '친박→탈박→복박'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권의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로 급부상한 박근혜정부의 껄끄러운 인사다. 반면 서 의원은 줄곧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던 '원조 친박' 대표인사로 지난해 10월 재보선 출마 당시부터 "청와대가 꺼낸 김무성 견제카드"라는 말이 무성했다. 어제의 동지였던 이들이 한쪽은 박 대통령의 견제를 받는 인사로, 한쪽은 신임 받는 인사로 정치적 입장이 바뀐 것이다.

당권 도전의 포문은 김 의원이 먼저 열었다. 그는 최근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원했던 박 대통령 시대가 열렸으니 정부와 호흡을 맞춰 당을 이끌어 가고 싶다"며 "전당대회 시기가 언제로 정해지든 당대표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아직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의 한 측근은 "서 의원에게 당을 맡아 달라는 의원이 상당히 많다"며 "설이 지나면 구체적 결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선 서 의원이 '친박 대표주류'라는 명분을 앞세워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새해 들어 '박 대통령 감싸기'와 전국을 무대로 하는 '현장 정치'로 세 불리기에 착수했다. 우선 지난 8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개헌론을 제기하며 박 대통령을 비판한 이재오 의원을 향해 "올해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해야 한다"며 면박을 주고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집권 2년차 국정기조를 적극 옹호했다.

이는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당내 친박 구심점 역할 수행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서 의원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참석을 제외하고는 여의도 대신 자신의 지역구(경기 화성갑)뿐 아니라 전국 각지를 순회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충북도당 주요 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해 지방선거 관련 특강을 펼쳤고, 14일에는 대구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조원진 의원의 의정보고대회 참석 차 대구를 찾았다. 또 17일엔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서병수 의원의 부산 현지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했다.

전국을 누비는 서 의원의 현장정치는 지방선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김무성
차별화 행보

반면 김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하는 등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서 의원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철도파업 중재에 나서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부산의 민영방송인 <KNN>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야당 입장에 일리가 있다"며 "상대방이 틀린 이야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모습이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통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정면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 비판이 아닌 당내 개헌론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입장과 같은 '시기상조론'을 펴면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친박계 당권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친박 주류 측 후보로도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기 당권 '복박 김무성' 원박 서청원' 충돌 임박
결과 따라 여권 권력지형, 당·청 관계 대폭 변화 예상  

실제로 김 의원은 당내 모임인 '근현대사 연구교실', 초당적 연구단체인 '퓨처라이프 포럼' 등 각종 연구모임을 출범시키며 당 안팎의 의원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내달 중순쯤에도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공부모임인 '통일교실(가칭)'을 발족하는 등 의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측은 "순수한 공부모임"이라며 세 불리기 의도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차기 당권·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 의원은 '강연정치'로 외연 확장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강원대 등을 방문해 자신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국가재정건전성을 주제로 직접 강연을 했고, 지난해 12월 순천향대에서 처음 개최했던 대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도 3월부터 다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관리형 대표?
독자적 대표?

아직은 물밑에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단계지만 두 사람이 차기 당권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면 결과에 따라 박근혜정부 중반기 여권 권력지형 및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서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을 모아 '친박연대'를 창당해 총선을 치르는 등 친박 성향이 뚜렷하다. 반면 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대립했다가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복귀,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등 가깝고도 먼 관계를 반복했다.

이런 측면에서 서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경우에는 관리형 대표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처럼 수직적인 당청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 사안에 따라선 여당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수평적 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존재감 급부상 김무성, 차기 당권 넘어 대권도 노리나 
호위무사 서청원, 전국순회하며 당원들과 스킨십 확대

여기에 최근 김 의원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당·청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컨설팅그룹 '더플랜'과 <프레시안>의 지난 8일 여론조사 결과 김 의원은 새누리당 차기 대선후보로 18.1%의 지지를 얻어 정몽준 의원(16.1%)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11.1%).

여야를 포함한 전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그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19.5%)을 오차범위내로 바짝 뒤쫓는 2위(18.2%)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후보(12.5%)보다도 앞선 것이다(조사대상 - 만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조사인원 - 1007명, 조사방법 - 휴대전화 및 일반전화 ARS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09%).

다만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점과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비춰볼 때 '김무성 대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박심'의 향방
승부 가를 듯

김 의원과 서 의원 외에도 이인제(6선)·최경환(3선)·이완구(3선)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김 의원과 청와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서 의원이 선두권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80년대 말 YS계에서 한솥밥을 먹다 당내 실세로 자리 잡은 '김무성vs서청원' 당권경쟁 구도가 짜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김무성 의원의 '포스트 박근혜' 부상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면서도 "결국은 윗분(박 대통령)의 뜻이 중요하다. 박심(박 대통령의 마음)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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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