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쟁호투' 불붙은 새누리 당권전쟁 막후

김무성 "형님은 국회의장이나" 서청원 "아우는 차기대권이나"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유력한 차기 당대표로 거론되는 김무성·서청원 의원이 새해 들어 나란히 정치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 특히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급부상한 김 의원은 이미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 안팎의 출마요구가 높은 서 의원은 설 이후 명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상도동계 출신 선후배인 두 인사의 격돌은 결과에 따라 여권 권력지형, 당·청 관계에 큰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김무성(63·5선)·서청원(71·7선) 의원은 명실상부한 새누리당 내 최고 거물급 인사다.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10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차례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여권 내 핵심실세이며 차기 당권경쟁에서도 선두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출발점이 같았던 이들은 현재 정치색, 처한 상황이 많이 달라져 원하든 원치 않았든 대척점에 서있는 모양새다. 

대척점에 선
어제의 동지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선후보 선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중요한 자리다. 이 자리를 놓고 상도동계 선후배인 김 의원과 서 의원이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서 있다.

김 의원은 '친박→탈박→복박'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권의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로 급부상한 박근혜정부의 껄끄러운 인사다. 반면 서 의원은 줄곧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던 '원조 친박' 대표인사로 지난해 10월 재보선 출마 당시부터 "청와대가 꺼낸 김무성 견제카드"라는 말이 무성했다. 어제의 동지였던 이들이 한쪽은 박 대통령의 견제를 받는 인사로, 한쪽은 신임 받는 인사로 정치적 입장이 바뀐 것이다.

당권 도전의 포문은 김 의원이 먼저 열었다. 그는 최근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원했던 박 대통령 시대가 열렸으니 정부와 호흡을 맞춰 당을 이끌어 가고 싶다"며 "전당대회 시기가 언제로 정해지든 당대표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아직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의 한 측근은 "서 의원에게 당을 맡아 달라는 의원이 상당히 많다"며 "설이 지나면 구체적 결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선 서 의원이 '친박 대표주류'라는 명분을 앞세워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새해 들어 '박 대통령 감싸기'와 전국을 무대로 하는 '현장 정치'로 세 불리기에 착수했다. 우선 지난 8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개헌론을 제기하며 박 대통령을 비판한 이재오 의원을 향해 "올해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해야 한다"며 면박을 주고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집권 2년차 국정기조를 적극 옹호했다.

이는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당내 친박 구심점 역할 수행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서 의원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참석을 제외하고는 여의도 대신 자신의 지역구(경기 화성갑)뿐 아니라 전국 각지를 순회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충북도당 주요 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해 지방선거 관련 특강을 펼쳤고, 14일에는 대구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조원진 의원의 의정보고대회 참석 차 대구를 찾았다. 또 17일엔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서병수 의원의 부산 현지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했다.

전국을 누비는 서 의원의 현장정치는 지방선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김무성
차별화 행보

반면 김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하는 등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서 의원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철도파업 중재에 나서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부산의 민영방송인 <KNN>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야당 입장에 일리가 있다"며 "상대방이 틀린 이야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모습이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통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정면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 비판이 아닌 당내 개헌론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입장과 같은 '시기상조론'을 펴면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친박계 당권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친박 주류 측 후보로도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기 당권 '복박 김무성' 원박 서청원' 충돌 임박
결과 따라 여권 권력지형, 당·청 관계 대폭 변화 예상  

실제로 김 의원은 당내 모임인 '근현대사 연구교실', 초당적 연구단체인 '퓨처라이프 포럼' 등 각종 연구모임을 출범시키며 당 안팎의 의원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내달 중순쯤에도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공부모임인 '통일교실(가칭)'을 발족하는 등 의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측은 "순수한 공부모임"이라며 세 불리기 의도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차기 당권·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 의원은 '강연정치'로 외연 확장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강원대 등을 방문해 자신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국가재정건전성을 주제로 직접 강연을 했고, 지난해 12월 순천향대에서 처음 개최했던 대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도 3월부터 다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관리형 대표?
독자적 대표?

아직은 물밑에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단계지만 두 사람이 차기 당권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면 결과에 따라 박근혜정부 중반기 여권 권력지형 및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서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을 모아 '친박연대'를 창당해 총선을 치르는 등 친박 성향이 뚜렷하다. 반면 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대립했다가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복귀,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등 가깝고도 먼 관계를 반복했다.

이런 측면에서 서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경우에는 관리형 대표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처럼 수직적인 당청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 사안에 따라선 여당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수평적 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존재감 급부상 김무성, 차기 당권 넘어 대권도 노리나 
호위무사 서청원, 전국순회하며 당원들과 스킨십 확대

여기에 최근 김 의원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당·청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컨설팅그룹 '더플랜'과 <프레시안>의 지난 8일 여론조사 결과 김 의원은 새누리당 차기 대선후보로 18.1%의 지지를 얻어 정몽준 의원(16.1%)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11.1%).

여야를 포함한 전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그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19.5%)을 오차범위내로 바짝 뒤쫓는 2위(18.2%)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후보(12.5%)보다도 앞선 것이다(조사대상 - 만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조사인원 - 1007명, 조사방법 - 휴대전화 및 일반전화 ARS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09%).

다만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점과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비춰볼 때 '김무성 대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박심'의 향방
승부 가를 듯

김 의원과 서 의원 외에도 이인제(6선)·최경환(3선)·이완구(3선)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김 의원과 청와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서 의원이 선두권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80년대 말 YS계에서 한솥밥을 먹다 당내 실세로 자리 잡은 '김무성vs서청원' 당권경쟁 구도가 짜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김무성 의원의 '포스트 박근혜' 부상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면서도 "결국은 윗분(박 대통령)의 뜻이 중요하다. 박심(박 대통령의 마음)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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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