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정치적 인사' 논란

"복종하면 살고 거스르면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최근 단행된 검찰과 경찰의 중간간부급 인사를 두고 '정치적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권의 치부인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주요 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고, 국회 청문회에서 소신발언을 했던 유능한 경찰은 승진에서 누락됐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는 여기자 성추행이라는 부적절한 처신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징계 없이 수평 이동했다. 이에 검·경 안팎에서는 "정권에 충성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 대표적 법가사상서인 <한비자-세난편>에는 "용에게는 '역린'이라 해서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그것을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으니 진언하는 사람은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역린은 '군주의 약점'을 뜻하니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다. 그런데 수천년 전 중국에 살았던 한비자의 충고가 현대 한국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린의 대가

법무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정원 대선·정치개입사건 특별수사팀 검사들의 수상한 한직행이다.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은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의 '외압·항명' 논란 속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대구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부팀장이었던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됐다.

수사 기능이 중시되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검찰의 막강한 힘을 드러내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지검에서 한번 다뤄진 수사 결과를 검토하거나 항소심·국가소송 등의 송무를 맡는 고검 검사직은 상대적으로 현장에서 멀어진 '한직'으로 분류된다.


수사팀의 수뇌부인 두 검사가 지방 고검이라는 한직으로 밀려나며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사건 수사 마무리와 공소유지에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 관련 정보유출 사건을 수사해온 장영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광주지검 형사1부로, 오현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부장은 홍성지청 부장검사로 자리를 이동하며 가뜩이나 수사진행이 지지부진했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수사는 더욱 난항에 빠지게 됐다. 이와 함께 채동욱 찍어내기를 비판한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의 갑작스러운 부산고검 전보 조치도 정권의 눈밖에 났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가 정기인사인 점을 감안해도 중요사건의 수사 검사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사실상 수사와 공소유지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한다. 정권의 정통성에 부담을 주는 수사팀 지휘부는 흩어놓으면서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수사팀은 그대로 보임된 점은 이러한 의심에 힘을 싣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과도한 의미부여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방 일선의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지방에서 근무한 검사들을 주요보직에 발탁하거나 생활 근거지 인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경향 교류'를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린(逆鱗) 건드리면 한직행·승진 누락
정권 비위 맞추면 자리보존·승승장구

반면 검찰 관계자는 "지방과 서울을 뒤섞는 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정원 사건 등 중요한 수사를 맡고 있는 간부들을 한직으로 전보조치 한 것은 누가 봐도 수사 방해"라며 "정권과 조직에 순응하는 검사에게는 혜택을, 따르지 않는 검사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전형적인 인사 불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정권적 행보를 보인 검사들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유독 자리를 보존하거나 영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야권에서 대표적 정치검사로 지목됐던 임관혁 인천지검 외사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영전했다.


특히 국정원사건 수사팀에 외압을 가하고, 고의로 수사를 지연시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지난달 여기자 3명에게 성희롱을 한 혐의로 대검 감찰을 받았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으로 수평이동했다. 이후 감찰본부는 정식 징계처분이 아닌 '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감찰을 마무리했다. 

당장 검찰 내부에서도 이진한 지청장 사건 처리를 둘러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창원지검 임모 검사는 지난 16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성폭력 관련사건 기준 문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인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대검 감찰본부에 그 기준을 묻는다"며 "대검 지침에 따라 피해자의 가슴이나 민감한 부위를 만진 것이 아니고 피해자와 합의되었더라도 강제추행으로 구공판(정식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결정)하고 있다. 최근 감찰본부의 사건처리 결과를 보니 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게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는 감찰본부가 이 지청장에게 정식 징계 처분이 아닌 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감찰 조사를 마무리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이에 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일동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법무부의 검찰 간부인사는 '구태검찰'의 재현이라는 국민들의 불신과 우려를 씻기에 미흡한 인사"라며 "검찰 본연의 직분에 충실했던 인사들은 배제하고, 구태를 반복한 인사들은 자리를 보전하는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무부와 검찰의 각성과 함께 향후 구태검찰과 정치검찰의 오명을 씻기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9일 단행된 경찰 인사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89명의 총경 승진 인사가 이날 발표됐지만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사법시험 43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승진에서 배제됐다. 사법고시 출신들이 대부분 총경까지는 무난히 승진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 과장의 이번 승진 누락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사법고시를 패스한 후 경찰청 법무과, 서울 서초·수서·송파경찰서 수사과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친 권 과장의 탈락은 경찰의 부실·축소 국정원사건 수사의 진실을 폭로한 것에 대한 탄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이 아닌 수사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으나 그간 권 과장의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그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온 점을 감안하면 경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면수심 검·경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말 철도노조의 대규모 파업에서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 건물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도 노조 지도부를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한 경찰 책임자인 이상식 경찰청 정보심의관, 정해룡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김양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장은 최근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이처럼 최근 단행된 검·경의 인사를 들여다보면 '정권에 순종하면 살고, 거스르면 죽는다'는 메시지가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배재정 의원은 "인면수심의 대한민국 검·경"이라며 "'정의'를 목숨과 같이 여겨야 할 검·경이 이를 잊으면 '주구'이자 '흉기'가 될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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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