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추적> 채동욱 찍어낸 숨겨진 키맨들

서초구청장·비서실장·감사과장 수상한 행적

[일요시사=사회팀] '채군 정보유출' 사건 수사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거듭된 말 바꾸기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사건의 실체는 점차 미궁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보유출 직전 국정원 직원과 서초구청장이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증언이 들렸다. 서초구 비서실장과 감사과장 역시 이번 수사의 숨겨진 키맨으로 부각됐다. 발 묶인 사건의 실마리는 언제쯤 수면 위로 드러날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의심된 채모군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숨겨진 '키맨'들의 수상한 행적이 관심을 모은다.

숨겨진 키맨
비밀회동 있었나

지난해 6월11일 오후 2시47분께 오케이(OK)민원센터에서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무단 열람됐다.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김모(58) 서초구청 오케이민원센터 팀장은 같은 시각 자신의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은밀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발신번호는 서초구청 응접실, 통화는 오후 2시48분께 종료됐다.

그리고 10초 뒤 국정원 정보관(IO) 송모씨는 서초구청 응접실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즉 응접실에 있던 누군가가 김 팀장에게 열람을 지시한 후 확인된 정보를 송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그런데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당일 정보관 송씨가 한 교회에서 진익철 서초구청장을 사전에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S정보관(송씨)이 채군의 개인정보가 열람되기 2∼3시간 전에 서울 서초구 반포2동에 있는 남서울교회에서 진익철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유출이 발생한 6월11일 오전 11시30분께 남서울교회 교육관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등 국가보훈 유공자를 초청한 위로연이 열렸다. 반포2동 방위협의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진 구청장 외에도 새누리당 K 의원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K 의원은 진 구청장과 함께 축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남서울교회가 자리한 위치가 눈길을 끌었다. 남서울교회와 지도상 거리가 1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채군이 다닌 것으로 알려진 ㄱ초등학교가 있었다.

국정원 정보관
초등학교 갔었나

서초구청에서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 하루 전날인 6월10일 정보관 송씨는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채군의 아버지가 채동욱이 맞느냐"고 문의했다.


그러자 유 교육장은 송씨의 문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채군의 학교생활기록부 조회를 ㄱ초등학교 교장인 ㄴ씨에게 부탁했다.

검찰 조사에서 ㄴ씨는 "지난해 6월 유 교육장이 채군 아버지의 이름을 문의했고 (유 교육장에게) 채군 아버지의 이름과 검찰총장의 이름이 같다고 답해줬다"며 의혹을 확인했다.

하지만 유 교육장은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관련한 사실을 송씨에게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11일 송씨가 ㄱ초등학교 인근에 있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온 셈이다.

기자는 먼저 남서울교회에서 담당업무를 관할하고 있는 한 관계자와 만났다. 그는 "교회에서 올 6월 위로연을 연 게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매년 열리는 행사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했을 뿐 당시 누가 오갔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남서울교회는 지난 2012년에도 방위협의회에 행사 장소를 제공했다.

한 방위협의회 관계자는 "작년(2012년)과 마찬가지로 K 의원과 진 구청장이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K 의원은 다른 일이 있어도 국가보훈 행사만큼은 꼭 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사 당일 K 의원이나 진 구청장이 송씨와 만났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ㄱ초등학교는 대화를 거부했다. ㄱ초등학교 관계자는 "그 사건으로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월11일 송씨가 ㄱ초등학교에 왔었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ㄱ초등학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차량으로 왔다면 출입 기록이 남겨졌겠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로 ㄱ초등학교에 출입하는 외부 차량은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K 의원 측은 'K 의원이 6월11일 ㄱ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교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정상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국정원 직원과 만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K 의원은 "우연히 그곳에 있었던 것 뿐이고 나와 이 사건은 아무런 관계없다"고 적극 항변했다.

정보유출된 6월11일 반포동 교회서 무슨 일이?
정보관·서초구청장 만남?…사인 주고 받았나

실제로 서초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당 IO의 직급과 담당 업무를 고려했을 때 현역 의원보다는 구청 고위 관계자와 사인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알 만한 새로운 키맨이 등장했다. 바로 서초구 비서실장 이모(42)씨다.

이씨는 진 구청장의 '오른팔'로 불리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청 한 고위 관계자는 "진 구청장이 서초구 선거를 준비했을 때부터 이씨를 측근으로 중용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진 구청장의 아내와 사촌지간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청 한 관계자는 "진 구청장의 처남인 김모씨와 그의 사촌인 이씨가 구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인 셈, 때문에 이번 수사에서도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은 이씨라는 시각이 있다.

정보유출 과정
구청장은 몰랐나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당시 부장검사 장영수)는 채군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서초구청에 대한 2번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서초구청 5층에 있는 서초구청장 응접실, 서초구청 정문 등에 설치된 CCTV가 이번 압수수색 대상으로 특정됐다. 이는 채군의 개인정보가 열람됐을 당시 응접실에서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서초구청장 응접실은 건물 구조상 반드시 비서실을 가로질러야 출입할 수 있다. 즉 비서실 수장인 이씨는 그 시각 응접실에 있던 인물을 알고 있을 확률이 크다.

기자는 이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 14일 서초구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장실과 비서실이 있는 5층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조작해 5층의 출입을 제한한 것이다.


5층으로 연결된 양측 계단 역시 각 출입구가 폐쇄됐다. 출입문을 막고 있던 보안직원은 '왜 출입을 막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한때 이씨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사실상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청 홍보실은 "사정이 있어 지방에 내려갔다가 지금(16일)은 업무에 복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사선상에 오른 진 구청장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앞서 진 구청장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정보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자 "조 국장 개인의 불법 행위"라며 즉시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자가 접촉한 복수 행정당국 관계자는 "윗선의 비호나 암묵적인 동의 없이 정보유출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무원 조직문화상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상급자 허락 없이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까닭이다.

비서실장 이모씨 부각…응접실서 누가 전화했나
원세훈라인 조이제-곽상도라인 임ㅇㅇ 진실게임

아울러 이들은 진 구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친분에 대해 "아니다"란 입장을 밝히자 "서울시 고위 공무원 중 진익철과 원세훈의 친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구청장은 원 전 원장과 같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청에서 인연을 맺었다.

먼저 원 전 원장은 1986년부터 1988년까지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에 재직했다. 이듬해인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진 구청장은 원 전 원장과 같은 보직인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을 지냈다. 원 전 원장은 1993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진 구청장이 있는 기획관리실에서 기획담당관으로 활동했다.

또 원 전 원장이 '행정1부시장'을 역임했을 때 진 구청장은 환경국 국장으로 원 전 원장과 2년여간 함께 일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맡은 경력도 같다.

후일 진 구청장은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서초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그 배경에 원 전 원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안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한 제보자는 "진익철과 원세훈은 부부끼리 동반모임을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때문에 원 전 원장과 진 구청장, 조 국장이 얽힌 속칭 'S(서울시) 라인'이 이번 사건의 한 축이 아니겠냐는 의혹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제기됐다.

최근 <JTBC> 보도에 따르면 진 구청장은 한 회의 자리에서 "굳이 제3자가 밝혀져야 하냐"며 "뭘 우리가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구청 간부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복수의 구청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수사의 방패가 된 조 국장이 굉장히 억울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후 사정을 전했다. 이에 기자는 조 국장과 접촉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조 국장의 가까운 지인과 통화를 했으나 "말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오케이(OK)민원센터 김 팀장은 조 국장의 부탁으로 메모를 받아 채군의 가족관계를 조회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올 초 응접실에서 걸려온 전화로 제3자와 통화한 정황이 드러나자 "메모가 아닌 전화로 요청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 팀장은 자신에게 정보 유출을 지시한 인물로 조 국장을 일관되게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중간다리로 의심됐던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과 조 국장이 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간은 오후 4시50분께다. 실제 열람이 이뤄진 시간보다 2시간 이후에 접촉을 한 것이다. 따라서 조 국장이 조 행정관에게 부탁을 받기 전 제3자의 부탁(지시)을 받았거나 '두 조씨' 모두 '사전 유출'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곽상도 라인
비밀리 움직였나

김씨의 진술과는 다르게 조 국장은 "응접실에 간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정보유출이 이뤄진 시각 "은행 업무를 보고 있었다"며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각 응접실에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중 1명은 임모 서초구청 감사과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임 과장이 조 국장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수십만원 상당의 금품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들은 아침부터 다툼을 벌였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에서 임 과장은 서초구청 내 다른 직원의 명의를 빌려 정보열람 9일 뒤 조 국장에게 금품을 보냈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돈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과장이 명의를 빌린 직원은 오케이민원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돈을 보낸 의혹을 받고 있는 임 과장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인물로 소개됐다. 정치권은 곽 전 수석을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 중 1명으로 거론한 바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채군 정보유출' 정체불명 뭉칫돈 배달

'조이제' '임ㅇㅇ' 진실게임 파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의심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정체불명의 뭉칫돈이 등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 이후 서초구청 임모 감사과장이 다른 직원을 통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과장은 혼외아들 의혹 보도 다음날인 지난해 9월7일 청와대로부터 공문 형식으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요청받아 정보 열람에 직접 관여한 인물이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채군의 가족관계 정보가 유출된 지난해 6월11일로부터 9일이 흐른 같은 달 20일 조 국장 앞으로 현금 70만원과 헬스용 러닝셔츠가 담긴 우편상자가 배달됐다.

우편물의 발신자는 서울시 간부 명의로 기재됐으나 당사자가 선물을 보낸 사실을 부인하자 조 국장은 우편물을 곧바로 구청 감사담당관실에 신고했다.

이에 서초구는 서초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지만 경찰은 액수가 적고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5개월여 만에 내사종결했다.

다만 경찰은 우체국 CCTV를 통해 실제 발신자가 서초구청 직원 조모씨임을 확인했다. 이후 조 국장은 조씨로부터 '임모 감사과장이 제3자 명의로 조 국장에게 (소포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자필확인서를 받아냈다.

조 국장은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의 부탁으로 구청 부하 직원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지난달 17일 영장심사에서 자필확인서와 경찰진술서 등을 제출해 구속을 면했다.

임 과장도 한때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정식으로 공문을 접수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점을 인정, 구속영장은 청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초구 감사담당관실의 총책임자인 임 과장이 정보유출 직후 다른 직원을 통해 조 국장에게 금품이 담긴 우편물을 보낸 의혹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조 국장은 본인 앞으로 온 소포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민감한 시점에 굳이 제3자 명의로 정체불명의 돈과 선물을 보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특히 임 과장은 지난 2003년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직속 부하였던 이중희 검사(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 근무하면서 이들과 친분을 맺은 바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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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