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6·4지방선거 6대 격전지 판세 전망

민주당 '수성' vs 새누리 '탈환' vs 안철수 '도전'

[일요시사=정치팀]올해 최대 정치이벤트인 6·4전국동시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벌써부터 선거 대비에 착수한 것이다. 실제로 내달 초 시·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러시도 시작됐다. '지키느냐, 빼앗느냐' 지방선거 전쟁의 서막이 오른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주목할 격전지를 살펴봤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는 박근혜정권 2년 차에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첫 선거여서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승리로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는 각각의 명운을 걸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생존을 위한 명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여야, 사활 건
명승부 돌입

내달 4일 시·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 러시가 시작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에 따라 여야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여야 지도부도 벌써부터 지방선거 대비 총력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승리 시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각종 국정과제를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지만, 반대로 야권이 이길 경우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방선거 바로 다음달 열리는 10곳 안팎의 7·30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속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안철수신당의 성과에 따라 야권질서가 재편될 수도, 아니면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도 있다. 물론 안철수신당의 성과는 야권을 넘어 전체 정치지형에도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가장 주목할 격전지는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인천·충남·충북·강원 등 5개 지역과 서울·인천과 함께 '빅3'로 꼽히는 경기도 등 6곳이다. 영호남 지역구도가 아직 확고한 상황에서 이들 지역에서의 결과가 곧 지방선거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빅3', 박원순·송영길 재선
김문수 출마 여부 관심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현 시장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당내 4선의 신계륜·추미애 의원, 3선의 박영선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지만 일찍이 재선의지를 밝힌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맞대결뿐 아니라 안철수신당 후보를 포함한 가상 3자대결에서도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지난 7일 오찬을 겸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후보로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인사는 이혜훈 최고위원뿐이다. 하지만 '서울 탈환'이 절실한 새누리당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박 시장과 맞상대가 가능할 후보군으로 대선주자급인 7선의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권영세 주중대사 등을 올려놓고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출마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가 직접 후보가 되는 것보다 능력 있는 다른 후보를 돕는 것이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서울시장보다 차기 대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이 당내 차기 대선후보 경선을 감안하면 임기를 3년도 못 채우고 관둘 서울시장직에 정치적 생명을 거는 것은 도박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추대 형식으로 후보가 될 경우에는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총리 측도 추대가 아닌 당내 경선이 진행될 경우에는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정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서울시장에 나와야만 한다"며 "일부에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추대하자는 주장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창당 준비에 들어간 안철수신당에서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이계안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여야 운명 좌우할 지방선거 열기 '후끈' 
서울·경기·인천·충남·충북·강원 격전 전망

인천광역시는 지난 7일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이 공식적으로 재선도전 의사를 밝혀 그의 수성 여부가 주목된다. 송 시장은 이날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천은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서울보다도 일이 많고 복잡하다"며 "4년 동안 시민이 저에게 엄청나게 월급을 줘가면서 누구도 대치할 수 없는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게 했는데 이걸 써먹지 않고 버리기엔 아깝다고 재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올해 6월에 임기가 끝나고 9월에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 시장이 바뀌면 이·취임식 하다가 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전쟁을 앞두고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것처럼 지속해야 아시안게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송 시장의 대항마로는 새누리당 이학재·박상은 의원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황우여 대표 차출설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강력한 카드인 황 대표의 경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신 황 대표는 후반기 국회의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인천과 함께 '빅3'로 꼽히는 경기도는 새누리당 소속 4선 원유철·정병국 의원, 민주당 소속 4선 원혜영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현재 지역 언론의 지지율 조사에서 김문수 현 지사를 제외하고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20일께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대권 도전을 위해 3선 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외 새누리당 후보로 당내 차기 원내대표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안정행정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또 확실한 승리를 위한 김 지사의 출마 요구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수성 여부 주목

충남은 민주당 소속 안희정 지사의 수성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충남도민들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를 선택하며 최초의 진보출신 도지사를 맞이했다. 이후 안 지사는 보수적인 충남 민심을 의식해 전임 도지사 초청간담회를 갖고 선배 지사들이 이끌어 온 도정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뚜렷한 실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포신도시로의 성공적인 도청 이전과 3대 혁신과제 추진, 내실 있는 기업유치 등 나름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에 안 지사가 무난히 민주당 후보로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이에 맞서 여러 명의 후보들이 출마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대항마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현역 의원인 예산·홍성의 홍문표 의원과 아산의 이명수 의원, 3선 제한으로 시장에 출마할 수 없는 성무용 천안시장,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강력한 대항마로 안 지사와 같은 논산 출신의 6선 의원인 이인제 의원 출마 가능성이 당내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에 부정적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충남 시군지역의 풀뿌리언론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이 지난해 12월19~27일 '피 트렌드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도지사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이 1위(28.48%), 성 시장이 2위(24.52%), 이 의원이 3위(17.98%)를 차지했다. 이들과 안 지사와의 가상대결에서는 모두 안 지사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새누리당 후보경선이 본격화 될 경우 후보 간 시너지 효과로 지지율이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신당 변수는 충남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선진당 출신의 류근찬 전 의원이 선진당을 탈당, 신당에 참여했지만 도지사 출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이번 충남지사 선거는 안 지사와 경선을 거치며 몸집을 키운 새누리당 후보의 한판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지사, '선거 불패'
후보 간 맞대결?

충북은 '선거 불패' 기록을 이어온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의 수성과 이기용 충북교육감의 맞대결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지사는 지방자치제 부활 원년인 1995년 충주시장에 당선된 후 내리 3선 연임에 성공했고, 이후 충주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국회의원직을 던지는 배수의 진을 치고 당시 지사였던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과 맞붙어 승리했다.

이 교육감은 새해 들어 충북 지사 출마 결심을 굳히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 교육감 역시 지금까지 치른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선거 불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05년 충북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연임제한 규정에 묶여 교육감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충북지사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동문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서청원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정계 복귀에 성공하면서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교육감 외에는 일찍이 출마 결심을 굳힌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대수 전 청주시장이 새누리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 현역프리미엄 살릴 수 있을까?
새누리 '탈환', 안철수 '도전' 의지 거세

강원도는 뚜렷한 당내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 지사의 재선 의지와 자신감도 높다. 그는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물급이 출마해야 선거가 재미있고, 이는 강원도의 정치적 위상과 직결된다"며 "새누리당 후보로 이재오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중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동해 출신으로 지방선거 때마다 지역 정치권에서 도지사 후보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본인은 의중을 밝힌 바 없다.

이에 따라 대항마로는 한기호·권성동·황영철 의원, 이광준 전 춘천시장, 최흥집 하이원리조트 대표,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민의 선택'
여야 명운 좌우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아직 선거가 5개월여나 남은 상황에서 변수는 많다"면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수성 여부와 안철수의 정치실험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결국 국민의 선택이 좌우한다.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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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