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6·4지방선거 6대 격전지 판세 전망

민주당 '수성' vs 새누리 '탈환' vs 안철수 '도전'

[일요시사=정치팀]올해 최대 정치이벤트인 6·4전국동시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벌써부터 선거 대비에 착수한 것이다. 실제로 내달 초 시·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러시도 시작됐다. '지키느냐, 빼앗느냐' 지방선거 전쟁의 서막이 오른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주목할 격전지를 살펴봤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는 박근혜정권 2년 차에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첫 선거여서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승리로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는 각각의 명운을 걸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생존을 위한 명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여야, 사활 건
명승부 돌입

내달 4일 시·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 러시가 시작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에 따라 여야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여야 지도부도 벌써부터 지방선거 대비 총력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승리 시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각종 국정과제를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지만, 반대로 야권이 이길 경우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방선거 바로 다음달 열리는 10곳 안팎의 7·30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속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안철수신당의 성과에 따라 야권질서가 재편될 수도, 아니면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도 있다. 물론 안철수신당의 성과는 야권을 넘어 전체 정치지형에도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가장 주목할 격전지는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인천·충남·충북·강원 등 5개 지역과 서울·인천과 함께 '빅3'로 꼽히는 경기도 등 6곳이다. 영호남 지역구도가 아직 확고한 상황에서 이들 지역에서의 결과가 곧 지방선거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빅3', 박원순·송영길 재선
김문수 출마 여부 관심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현 시장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당내 4선의 신계륜·추미애 의원, 3선의 박영선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지만 일찍이 재선의지를 밝힌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맞대결뿐 아니라 안철수신당 후보를 포함한 가상 3자대결에서도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지난 7일 오찬을 겸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후보로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인사는 이혜훈 최고위원뿐이다. 하지만 '서울 탈환'이 절실한 새누리당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박 시장과 맞상대가 가능할 후보군으로 대선주자급인 7선의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권영세 주중대사 등을 올려놓고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출마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가 직접 후보가 되는 것보다 능력 있는 다른 후보를 돕는 것이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서울시장보다 차기 대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이 당내 차기 대선후보 경선을 감안하면 임기를 3년도 못 채우고 관둘 서울시장직에 정치적 생명을 거는 것은 도박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추대 형식으로 후보가 될 경우에는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총리 측도 추대가 아닌 당내 경선이 진행될 경우에는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정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서울시장에 나와야만 한다"며 "일부에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추대하자는 주장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창당 준비에 들어간 안철수신당에서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이계안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여야 운명 좌우할 지방선거 열기 '후끈' 
서울·경기·인천·충남·충북·강원 격전 전망

인천광역시는 지난 7일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이 공식적으로 재선도전 의사를 밝혀 그의 수성 여부가 주목된다. 송 시장은 이날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천은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서울보다도 일이 많고 복잡하다"며 "4년 동안 시민이 저에게 엄청나게 월급을 줘가면서 누구도 대치할 수 없는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게 했는데 이걸 써먹지 않고 버리기엔 아깝다고 재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올해 6월에 임기가 끝나고 9월에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 시장이 바뀌면 이·취임식 하다가 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전쟁을 앞두고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것처럼 지속해야 아시안게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송 시장의 대항마로는 새누리당 이학재·박상은 의원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황우여 대표 차출설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강력한 카드인 황 대표의 경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신 황 대표는 후반기 국회의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인천과 함께 '빅3'로 꼽히는 경기도는 새누리당 소속 4선 원유철·정병국 의원, 민주당 소속 4선 원혜영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현재 지역 언론의 지지율 조사에서 김문수 현 지사를 제외하고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20일께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대권 도전을 위해 3선 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외 새누리당 후보로 당내 차기 원내대표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안정행정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또 확실한 승리를 위한 김 지사의 출마 요구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수성 여부 주목

충남은 민주당 소속 안희정 지사의 수성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충남도민들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를 선택하며 최초의 진보출신 도지사를 맞이했다. 이후 안 지사는 보수적인 충남 민심을 의식해 전임 도지사 초청간담회를 갖고 선배 지사들이 이끌어 온 도정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뚜렷한 실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포신도시로의 성공적인 도청 이전과 3대 혁신과제 추진, 내실 있는 기업유치 등 나름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에 안 지사가 무난히 민주당 후보로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이에 맞서 여러 명의 후보들이 출마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대항마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현역 의원인 예산·홍성의 홍문표 의원과 아산의 이명수 의원, 3선 제한으로 시장에 출마할 수 없는 성무용 천안시장,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강력한 대항마로 안 지사와 같은 논산 출신의 6선 의원인 이인제 의원 출마 가능성이 당내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에 부정적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충남 시군지역의 풀뿌리언론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이 지난해 12월19~27일 '피 트렌드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도지사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이 1위(28.48%), 성 시장이 2위(24.52%), 이 의원이 3위(17.98%)를 차지했다. 이들과 안 지사와의 가상대결에서는 모두 안 지사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새누리당 후보경선이 본격화 될 경우 후보 간 시너지 효과로 지지율이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신당 변수는 충남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선진당 출신의 류근찬 전 의원이 선진당을 탈당, 신당에 참여했지만 도지사 출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이번 충남지사 선거는 안 지사와 경선을 거치며 몸집을 키운 새누리당 후보의 한판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지사, '선거 불패'
후보 간 맞대결?

충북은 '선거 불패' 기록을 이어온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의 수성과 이기용 충북교육감의 맞대결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지사는 지방자치제 부활 원년인 1995년 충주시장에 당선된 후 내리 3선 연임에 성공했고, 이후 충주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국회의원직을 던지는 배수의 진을 치고 당시 지사였던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과 맞붙어 승리했다.

이 교육감은 새해 들어 충북 지사 출마 결심을 굳히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 교육감 역시 지금까지 치른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선거 불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05년 충북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연임제한 규정에 묶여 교육감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충북지사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동문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서청원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정계 복귀에 성공하면서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교육감 외에는 일찍이 출마 결심을 굳힌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대수 전 청주시장이 새누리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 현역프리미엄 살릴 수 있을까?
새누리 '탈환', 안철수 '도전' 의지 거세

강원도는 뚜렷한 당내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 지사의 재선 의지와 자신감도 높다. 그는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물급이 출마해야 선거가 재미있고, 이는 강원도의 정치적 위상과 직결된다"며 "새누리당 후보로 이재오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중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동해 출신으로 지방선거 때마다 지역 정치권에서 도지사 후보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본인은 의중을 밝힌 바 없다.

이에 따라 대항마로는 한기호·권성동·황영철 의원, 이광준 전 춘천시장, 최흥집 하이원리조트 대표,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민의 선택'
여야 명운 좌우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아직 선거가 5개월여나 남은 상황에서 변수는 많다"면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수성 여부와 안철수의 정치실험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결국 국민의 선택이 좌우한다.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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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