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한길 대표 신년 기자회견문


[일요시사=정치팀] 김한길 민주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문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민주당의 김한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많은 국민이 안녕하지 못하다고 답하실 것을 잘 알기에 제1야당의 대표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놀랐습니다.

지난 월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대통령께서 보통사람들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서 잘 모르시거나 혹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막연하게 창조경제로 국민소득 4만불시대로 가자고 하시지만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달픈 이들, 미래에도 희망을 걸 수 없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매우 공허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고단한 민생,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절실합니다.


국민의 절반이 나는 하류층이라고 말합니다. 국민 10명중 8명이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말하고 국민 10명중 9명이 계층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세 값이 72주째 연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전월세 값 생각만 하면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린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자살률 1위인 나라, 청년자살률도 노인자살률도 1등인 나라, 젊은 사람도 나이든 사람도,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너무나 막막해서 어쩔 수 없이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 노인빈곤율도 이혼률도 세계 1위입니다.

800만명의 비정규직 한 달 평균임금이 백만원대 초반에 불과하고 600만명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한 달에 백만원도 벌지 못합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제 경제민주화로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드려야 합니다. 복지를 통해서 국민 누구나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살펴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시대정신이 된 것이고 그래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도 갑자기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전도사로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번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단어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민생과 경제를 챙길 것입니다.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 그리고 탐욕과 특혜를 버리고 동반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기업과 함께하는 상생과 공존의 경제체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의 최종목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맞도록 경제체질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나가야 합니다.

과거에는 의·식·주가 삶의 기본이었다면 지금은 교육·주택·의료가 인간다운 삶을 좌우합니다. 교육·주택·의료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중산층의 붕괴를 막고 계층상승을 가능케 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적극적으로 복원하겠습니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고교무상교육과 대학생반값등록금 등의 실현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전월세 값 상한제 도입과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 등으로 주택문제를 풀어가겠습니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공공의료 시설을 늘려서 가족 중에 중증질환 환자나 치매환자가 생기면 온 가정이 파탄 나는 일을 나라가 막아야 합니다. 특히 노인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당 정책연구원에 별도로 '실버연구소'를 설치해서 종합적인 노인복지 정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특검은 반드시 관철해내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강조하셨습니다. 세상에 대통령선거에 국가기관들이 불법개입 한 사건만큼 비정상적인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대선관련 의혹들의 진상규명은 모두 특검에 맡기고 정치는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것을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거듭 촉구합니다.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으로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은 불관용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관철해낼 것입니다.

철도 민영화·의료 영리화,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

역사교과서 왜곡, 철도 민영화, 의료 영리화 등은 모두 시대에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민주당은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공공성을 포기하는 민영화나 영리화가 곧 개혁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의료기관의 영리추구가 확대되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국민건강과 생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복지입니다. 의료 분야까지 돈만 더 많이 벌면 되는 산업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발상은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민주당은 민생을 위해 시장에 맡겨서는 안되는 가치들을 지키는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당은 철도 민영화와 의료 영리화를 반드시 막아낼 것입니다.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의 설치를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분 5열됐던 나라가 이제는 7분 8열돼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다변화된 사회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노사정위원회에 맡기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노사정위는 노총의 탈퇴로 이미 기능이 마비된 틀입니다.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의 설치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여기에는 여·야·정과 갈등의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면 좋을 것입니다.

새로운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며 기반구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반갑게 들었습니다. '통일은 비용'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만이 축복입니다. 북한의 급변사태로 느닷없이 맞게 되는 흡수통일은 오히려 재앙일 수 있습니다.

'해방은 도둑처럼 왔지만 통일은 도둑처럼 와서는 안된다'던 함석헌 선생의 말씀처럼 준비 없는 통일은 한반도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최근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환영합니다. 5·24 조치의 해제와 같은 실질적인 대북관계 개선조치가 뒤따라야 박근혜정부의 통일기반조성 노력이 진정성과 힘을 얻을 것입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이 현실화돼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사고와 대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민주당은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대북정책이 더 이상 국론분열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됩니다.

동북아 정세를 포함한 우리의 외교는 무엇보다 먼저 남북 간의 긴장을 해소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동북아 정세의 격랑 속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우리 내부의 통합된 목소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야의 초당적인 협력이 요긴할 것입니다. 남북간의 소통을 통해 우리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직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민생법'을 당 차원에서 마련할 것입니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정치개혁도 없었습니다. 정치개혁 공약을 지키는 데에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는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치개혁 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버리라는 국민적 요구이고 또 새누리당의 대표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국민들께 약속했던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전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국민의 대다수가 이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시간을 끈다고 국민의 명령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민주당이 걸어온 길 : 민생 우선, 소통, 실사구시의 정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해 5월 당대표를 맡으면서 민주당이 가야할 길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부터 생각하는 '민생 우선의 정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의 정치', 좌우의 극단을 경계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는 '실사구시의 정치', 이 세 가지가 민주당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대표가 되자마자 '을(乙)을 위한 정당'을 선언하고, 즉각 '을지키기 위원회(세칭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현장에서 민생을 챙기는 을지로위원회의 활약상은 '민생우선 정치'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작년 연말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여야간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제가 타협을 결단했던 것도 한쪽의 승리나 쌍방 모두가 패배하는 정치가 아니라 바로 '실사구시 정치'를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민주당이 철도노조 파업에 중재자로 나서서 합리적인 타협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 '소통의 정치'가 맺은 소중한 결실이었습니다. 특히 국정원등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을 차단한 개혁입법은 국정원 창설 이래 최초로 국회가 주도한 의미 있는 국정원 개혁의 성과였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의 교훈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온전히 부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 민주당이 여전히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 이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선에 국정원 등이 불법개입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반성과 성찰은 분노와 규탄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대선 불법개입 사건이 우리의 반성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의 뼈아픈 패배의 교훈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저질러진 부정은 그것대로 척결하고 우리 내부의 문제를 직시하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계속하겠습니다.

제2창당의 각오로 정치혁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습니다.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로 낡은 사고와 행동양식에서 벗어나는 정치혁신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혁신을 통해 당 조직의 역동성을 회복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해서 민주당이 하나로 뭉치는 데에 진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선당후사의 자세로 하나가 되겠습니다.

민주당이 고품격 고효율의 정치에 앞장서겠습니다. 소모적인 비방과 막말을 마감시키고 국민의 요구에 빠르게 응답하는 정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지방선거가 5달 뒤로 다가왔습니다.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불통과 무능의 정치가 계속되고 민생과 민주주의가 파탄날 것입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지방선거 기획단'을 확대개편하는 동시에 당을 '혁신과 승리를 위한 비상체제'로 가동할 것입니다.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당원에 이르기까지 당의 모든 구성원들이 당의 사활을 건 혁신운동에 나설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명한 공천을 실천하겠습니다. 상향식 공천과 개혁공천으로, 호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당내외 최적 최강의 인물을 내세워 승리할 것입니다. 당대표와 지도부에게 부여된 권한을 오로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엄정하게 행사할 것입니다.

저는 민주당의 지난 전당대회에서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게 된다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주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정치혁신으로 경쟁해가면서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국민의 뜻에 따라 판단하겠습니다.

민주당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갑오년 새해에 여러분 가정에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해웅 기자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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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