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화가 이동연

조선 미인이 스마트폰으로 소통을?

[일요시사=사회팀] 성공한 여류화가로서 20년 넘게 인상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동연 작가가 최근 <미인도>란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단절된 세상에서 진정한 소통을 꿈꾸고 있는 이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조선 팔도의 미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나아트스페이스는 지난 1월1일부터 한국화가 이동연 작가를 초청해 3층 전관에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미인도>. 그런데 이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미인들의 면면이 남다르다. 그들은 우아한 한복고름을 동여맨 과거의 미인이면서도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기를 활용할 줄 아는 현대의 여성이다. 이 작가는 각각의 미인들을 통해 오늘날의 인간 군상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세련되면서 정제

"이곳 전시장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제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준비했던 작품들이에요. 여러 작품 중 채용신 선생의 팔도미인도를 모티브로 한 시리즈가 가장 많이 소개됐고요. 작품들을 보시면 미인들이 저마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다루고 있어요.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과연 우리는 최첨단 시대에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의식을 미인도의 형식을 차용해서 비판적으로 재해석한 거죠."

이 작가는 '디지털(Digital)'이란 실재하지 않는 세계가 '원본성(Originality)'을 대체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SNS에서 하루 종일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다든지 자신의 실제 모습을 왜곡한 사진을 올려 '가짜의 나'를 어필하는 모습에서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소외감이 작품 안에 자연스레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도, 집에서 아들과 함께 밥을 먹어도,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모두 스마트폰만 보면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어요. 또 온갖 포즈를 잡고 예쁜 사진을 찍어 올리지만 정작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이게 너 맞냐?'는 핀잔을 듣기도 하고요.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거죠. 이런 삶의 단면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소통의 부재'를 그림 안에 담아보고자 했던 욕심이 있었어요."


미인도 차용해 현대사회상 표현
전통기법 철선묘·전신사조 눈길

이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본인이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날의 초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초 사회활동을 시작한 이 작가는 이른바 X세대. 최근 종영한 TV시리즈 <응답하라 1994>를 즐겨봤다는 이 작가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당시엔 한국성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미술 전공자라고 예외는 아니었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아실 거예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한국성의 유령에 사로잡힌 세대. 즉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성에 매몰된 거죠. 제 작품 속 인물들이 주로 한복을 입고 있는 것도 저 스스로가 어떤 알을 깨지 못한 자기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전 그렇게 판단해요."

이 작가의 그림들은 전통기법인 철선묘를 이용, 선의 깊이를 최대한 일정하게 가져가려는 특징을 보인다. 때문에 세련되면서도 정제된 분위기가 관객의 시선을 흡인한다. 아울러 이 작가는 동양화의 정통기법 중 하나인 전신사조를 탁월하게 재현한다.

"초상화는 단순히 형상의 재현에만 그쳐선 안 돼요. 인물의 정신까지 담아내야 훌륭한 작품이 됩니다. 기술적으로는 눈동자를 통해 인물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데요. 제 작품 속 미인들은 어떤 행위에 주목하기 전에 눈동자를 먼저 보도록 구성돼 있어요. 아주 미세한 부분이지만 관객들도 이런 소소한 것을 찾으면서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소통의 부재

이 작가가 그린 미인들은 자세히 보면 어딘가 모자란 인상을 준다. 신발이 벗겨지고, 가슴이 드러나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물론 여기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원래는 각 미인도마다 실제 모델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 미인들은 모델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이기도 하고요. 또 어떤 작품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겹쳐 있어요.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인 셈이죠. 그림과 저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그림이 작가 자신이고, 작가의 실존이고, 그런 것 같아요. 서로를 보며 발전하는 거죠. 어쨌든 유쾌하게 작업했고, 후회 없이 그렸습니다.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것,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동연 작가는?]

▲홍익대 및 동대학원 동양학과 졸업
▲홍익대 미술학과 박사과정
▲고려대·단국대·홍익대 등 강사 역임
▲관훈미술관·한가람미술관 등 개인전 13회
▲동아미술제·대한민국미술대전·후소회대상전·MBC미술대전 등 수상 다수
▲국내외 단체전 및 기획초대전 150여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삼성유리공업, 청원건설 등 작품소장 다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