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만든 '보수의 분열' 막전막후

"적이야 동지야" 쓴소리 내뱉고 등 돌리는 '어제의 용사들'

[일요시사=정치팀]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보수진영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내뱉는 이들, 등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며 견고했던 보수진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인사들까지도 등을 돌리고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보수의 균열'을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다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촛불집회와 보수 내부 이탈이 증가하며 임기 내내 레임덕에 시달렸다. 특히 지지기반인 보수의 이탈은 국정운영을 어렵게 한 최대 장애물로 분석된다. 결국 이명박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가졌던 2010년 지방선거부터 2011년 재·보궐선거까지 여당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박근혜정부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 내부
정부 비판 증가

박근혜정부 출범 1년 만에 견고했던 보수진영이 흔들리고 있다. 비교적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들부터 극우보수까지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PK(부산·경남) 출신 중용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표면적인 쓴소리는 최근 '소장파 중진'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중진의원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현역 최다선(7선)인 정몽준 의원은 지난 12월29일 '2013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들'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국내정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치실종'"이라며 "집권여당은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고 집행하는 것 이외에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의원은 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정치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실패했다"며 "국회는 있어도 정치는 없고, 다선의원은 있어도 중진의원은 없으며 포퓰리즘은 있어도 장기적인 국가전략은 없다. 안보위기는 심화되지만 외교·안보 시스템은 부실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 <변호인>을 봤다. 잊고 살았던 고문당한 전신이 스멀스멀거리고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전신이 옥죄이면서 아파온다. 비단 나뿐일까"라며 "지금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눈물이 난다"라고 박근혜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때 친박 핵심으로 불렸던 유승민 의원도 이날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KTX 수서발 자회사 설립은 그 정책 자체가 잘못"이라며 "개인적으로 경쟁보다는 수서발 KTX 사업을 코레일에 주고, 대신 박근혜정부 5년간 코레일 임금 동결, 임직원 5% 감축 등을 제시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근혜 키즈'도
비판 대열 합류

새누리당 청년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 손수조 전 미래세대위원장,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 대표적 '박근혜 키즈'들도 박근혜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월16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받던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고 젊은이들에게 암울한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전하는 정당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반값등록금의 2014년 완성이 1년 후로 미뤄진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대선불복 선언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께 약속한 것이 이뤄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위원장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에서 후임 위원장을 미래세대위원회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인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비판하며 "청년정치인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존재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 일방통행 리더십에 지친 보수 이상기류
합리적 보수서 극우보수까지 내부 비판 '봇물'


이 전 비대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웃긴 이유는 다른 논의는 항상 자기들 마음대로 파기하고 지도자를 모욕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자들이 민주주의 요식행위를 위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당원증 들고 물개박수 치는 화면을 자료화면으로 보면 웃기다. 그러나 북한만의 이야기인지는 미지수"라고 우회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원희룡 전 의원은 최근 영화 <변호인>을 본 뒤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가 국민에게 부당한 폭력으로 군림할 때, 변호인같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민주화 시대로 넘어설 수 있었다"라며 "국민의 압도적 동의로 건너온 민주화의 강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 <변호인>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느끼는 관객이 많을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공안의 과잉과 정치의 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권력의 대결구도를 가져온다는 역사의 경험을 늘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 돌린 공신들
거침없는 쓴소리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월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박근혜정부가 너무 독선적으로 가는 것 같다. 특히 박 대통령이 2012년 한 해 동안에 내걸었던 국민과의 약속인 국민대통합, 따뜻한 대한민국의 메시지가 사라지며 과거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도 실망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인 교수와 같이 (박 대통령을) 떠나는 이들이 제 주변에도 많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정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힘들고, 정권 자체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정국을 이렇게 운영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박 대통령이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찍은 사람들을 지금이라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히며 "나라가 발전하려면 지도자가 각성을 해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 전 위원장과 함께 대선공약을 총괄했던 핵심친박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임명 6개월 만에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하며 자진사퇴했다. 

대선 직전 <동아일보>에 사비를 털어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확정 받은 대표적 보수논객인 지만원씨는 최근 개인블로그에서 '지긋지긋하게 옹호해온 박근혜, 이젠 나도 버린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글에서 지씨는 박 대통령을 향해 "중대장보다 못한 박근혜 리더십" "박근혜는 좁은 그림방서 혼자만의 꿈을 꾸는 수첩공주" "여러 사람의 지혜와 지식을 이용할 수 없는 독불공주" "괘씸한 여자" 등의 고강도 비판을 가했다.  

지씨는 특히 "박근혜를 떠난 사람들, 밖에도 아주 많다. 박근혜는 참으로 한심한 대통령"이라며 "충분한 경험도, 지혜도, 지식도 부족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가 직접 청와대로 데려간 사람들조차 그를 외면한다. 박근혜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상찮은 지지율
등돌리는 4050


보수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며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릴 정도로 견고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심상찮다. "하한선이 40%"라고 불릴 정도로 견고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 정부조직법 개편, 인사 참사 논란 등으로 42%에서 시작해 지난해 8월 63%까지 상승했지만 12월 52%로 집권 1년차를 마무리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3%에서 출발해 한때 17%까지 떨어지기도 해지만 결국 37%로 마무리했다(한국갤럽 조사, 월 단위 평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4%p). 결국 허니문 기간도 없이 대선 당시 득표율(51.6%) 수준의 지지율에 부정 평가가 40%에 육박하는 상태로 집권 1년차 지지율이 마무리된 셈이다.

커지는 실망감…견고했던 지지율도 '휘청'
등 돌린 보수 "지금이라도 국정패턴 바꿔야"

세대별로 극과 극으로 갈린 박 대통령 지지율에서 찬반이 비교적 비슷해 중간지대로 평가받는 40대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한국일보>의 신년기획 여론조사에서 '국민 행복의 5대 조건이 얼마나 개선됐다고 보냐'는 질문에 40대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사회 양극화 및 빈부 격차해소는 40대 응답자의 70.09%가 '이전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했고, 청년 일자리 창출(57.55%),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통한 주거안정(52.42%), 비정규직의 정규직화(54.13%)도 후퇴했다는 의견이 평균을 웃돌았다. 

문제는 이러한 여론이 50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50대 초중반의 경우에는 40대와 비슷한 세대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 만큼 40대의 불만여론이 50대로 전이돼 4050 벨트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봄이
진짜 위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각종 개혁 공약이 후퇴하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공안정국 조성 등에 실망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정부의 진짜 위기는 오는 봄"이라며 "집권 1년이 되는 시점에도 지금과 같이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지지기반은 더욱 급격히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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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