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만든 '보수의 분열' 막전막후

"적이야 동지야" 쓴소리 내뱉고 등 돌리는 '어제의 용사들'

[일요시사=정치팀]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보수진영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내뱉는 이들, 등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며 견고했던 보수진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인사들까지도 등을 돌리고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보수의 균열'을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다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촛불집회와 보수 내부 이탈이 증가하며 임기 내내 레임덕에 시달렸다. 특히 지지기반인 보수의 이탈은 국정운영을 어렵게 한 최대 장애물로 분석된다. 결국 이명박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가졌던 2010년 지방선거부터 2011년 재·보궐선거까지 여당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박근혜정부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 내부
정부 비판 증가

박근혜정부 출범 1년 만에 견고했던 보수진영이 흔들리고 있다. 비교적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들부터 극우보수까지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PK(부산·경남) 출신 중용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표면적인 쓴소리는 최근 '소장파 중진'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중진의원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현역 최다선(7선)인 정몽준 의원은 지난 12월29일 '2013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들'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국내정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치실종'"이라며 "집권여당은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고 집행하는 것 이외에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의원은 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정치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실패했다"며 "국회는 있어도 정치는 없고, 다선의원은 있어도 중진의원은 없으며 포퓰리즘은 있어도 장기적인 국가전략은 없다. 안보위기는 심화되지만 외교·안보 시스템은 부실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 <변호인>을 봤다. 잊고 살았던 고문당한 전신이 스멀스멀거리고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전신이 옥죄이면서 아파온다. 비단 나뿐일까"라며 "지금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눈물이 난다"라고 박근혜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때 친박 핵심으로 불렸던 유승민 의원도 이날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KTX 수서발 자회사 설립은 그 정책 자체가 잘못"이라며 "개인적으로 경쟁보다는 수서발 KTX 사업을 코레일에 주고, 대신 박근혜정부 5년간 코레일 임금 동결, 임직원 5% 감축 등을 제시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근혜 키즈'도
비판 대열 합류

새누리당 청년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 손수조 전 미래세대위원장,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 대표적 '박근혜 키즈'들도 박근혜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월16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받던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고 젊은이들에게 암울한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전하는 정당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반값등록금의 2014년 완성이 1년 후로 미뤄진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대선불복 선언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께 약속한 것이 이뤄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위원장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에서 후임 위원장을 미래세대위원회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인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비판하며 "청년정치인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존재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 일방통행 리더십에 지친 보수 이상기류
합리적 보수서 극우보수까지 내부 비판 '봇물'


이 전 비대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웃긴 이유는 다른 논의는 항상 자기들 마음대로 파기하고 지도자를 모욕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자들이 민주주의 요식행위를 위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당원증 들고 물개박수 치는 화면을 자료화면으로 보면 웃기다. 그러나 북한만의 이야기인지는 미지수"라고 우회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원희룡 전 의원은 최근 영화 <변호인>을 본 뒤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가 국민에게 부당한 폭력으로 군림할 때, 변호인같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민주화 시대로 넘어설 수 있었다"라며 "국민의 압도적 동의로 건너온 민주화의 강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 <변호인>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느끼는 관객이 많을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공안의 과잉과 정치의 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권력의 대결구도를 가져온다는 역사의 경험을 늘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 돌린 공신들
거침없는 쓴소리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월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박근혜정부가 너무 독선적으로 가는 것 같다. 특히 박 대통령이 2012년 한 해 동안에 내걸었던 국민과의 약속인 국민대통합, 따뜻한 대한민국의 메시지가 사라지며 과거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도 실망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인 교수와 같이 (박 대통령을) 떠나는 이들이 제 주변에도 많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정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힘들고, 정권 자체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정국을 이렇게 운영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박 대통령이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찍은 사람들을 지금이라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히며 "나라가 발전하려면 지도자가 각성을 해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 전 위원장과 함께 대선공약을 총괄했던 핵심친박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임명 6개월 만에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하며 자진사퇴했다. 

대선 직전 <동아일보>에 사비를 털어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확정 받은 대표적 보수논객인 지만원씨는 최근 개인블로그에서 '지긋지긋하게 옹호해온 박근혜, 이젠 나도 버린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글에서 지씨는 박 대통령을 향해 "중대장보다 못한 박근혜 리더십" "박근혜는 좁은 그림방서 혼자만의 꿈을 꾸는 수첩공주" "여러 사람의 지혜와 지식을 이용할 수 없는 독불공주" "괘씸한 여자" 등의 고강도 비판을 가했다.  

지씨는 특히 "박근혜를 떠난 사람들, 밖에도 아주 많다. 박근혜는 참으로 한심한 대통령"이라며 "충분한 경험도, 지혜도, 지식도 부족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가 직접 청와대로 데려간 사람들조차 그를 외면한다. 박근혜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상찮은 지지율
등돌리는 4050


보수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며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릴 정도로 견고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심상찮다. "하한선이 40%"라고 불릴 정도로 견고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 정부조직법 개편, 인사 참사 논란 등으로 42%에서 시작해 지난해 8월 63%까지 상승했지만 12월 52%로 집권 1년차를 마무리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3%에서 출발해 한때 17%까지 떨어지기도 해지만 결국 37%로 마무리했다(한국갤럽 조사, 월 단위 평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4%p). 결국 허니문 기간도 없이 대선 당시 득표율(51.6%) 수준의 지지율에 부정 평가가 40%에 육박하는 상태로 집권 1년차 지지율이 마무리된 셈이다.

커지는 실망감…견고했던 지지율도 '휘청'
등 돌린 보수 "지금이라도 국정패턴 바꿔야"

세대별로 극과 극으로 갈린 박 대통령 지지율에서 찬반이 비교적 비슷해 중간지대로 평가받는 40대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한국일보>의 신년기획 여론조사에서 '국민 행복의 5대 조건이 얼마나 개선됐다고 보냐'는 질문에 40대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사회 양극화 및 빈부 격차해소는 40대 응답자의 70.09%가 '이전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했고, 청년 일자리 창출(57.55%),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통한 주거안정(52.42%), 비정규직의 정규직화(54.13%)도 후퇴했다는 의견이 평균을 웃돌았다. 

문제는 이러한 여론이 50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50대 초중반의 경우에는 40대와 비슷한 세대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 만큼 40대의 불만여론이 50대로 전이돼 4050 벨트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봄이
진짜 위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각종 개혁 공약이 후퇴하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공안정국 조성 등에 실망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정부의 진짜 위기는 오는 봄"이라며 "집권 1년이 되는 시점에도 지금과 같이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지지기반은 더욱 급격히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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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