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 반격’ 노리는 재벌가 공주들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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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한명” 무서운 딸들의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에선 아들이 곧 기업을 잇는다는 가부장적 공식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딸들은 늘 아들보다 못한 자리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재계는 지금 ‘딸들 전성시대’다. 누구의 남매, 누구의 아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는 딸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男부럽지 않은 파워를 자랑하는 재계 실세 딸들. 그들의 활약상과 특징을 짚어봤다.




매년 연말·연초 인사 시즌이 되면 ‘재벌가 황태자’들의 승진이 관심거리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독 재계 딸들의 약진이 거세다. 삼성그룹의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에버랜드로 적을 옮기며 언니와의 경쟁을 예고했고, 대상그룹의 임상민 부본부장(부장급)은 기획관리본부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밖에 한진과 오리온, 농심의 오너 딸들도 ‘공주경영’에 돌입, 딸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딸들 전진배치
우먼파워 과시

시작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끊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2013 연말 인사에 에버랜드 사장으로 올라섰다. 지난 9월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데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패션 전문가로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해 쭉 패션·광고 계통에서 일해 왔다.

제일모직 패션연구소에 몸담으며 여성복라인 개편과 유명 디자이너 영입 등을 추진했고, 단순한 패션 비즈니스를 넘어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복합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과의 통합 작업을 시도했다.


지난 2012년에는 글로벌 SPA(제조일괄화의류)에 맞서 새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출시하고 럭셔리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 개점과 ‘띠어리’와 ‘토리버치’, ‘이세이미야케’에 더불어 이탈리아 콜롬보백까지 인수해 뛰어난 추진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사장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아웃도어 사업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기반을 마련해왔다고 평가했다.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일모직은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이 사장은 패션부문의 제 2의 도약을 견인해야 하는 짐을 떠맡았다. 또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보폭을 넓혀야 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이 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눈길을 끄는 장면도 연출됐다. 에버랜드에 두 자매가 모인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사장의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에버랜드 경영전략 사장을 맡고 있다. 한 회사 안에서 이들 자매의 ‘경영 경쟁’도 지켜볼만 하다.

딸딸이 집
3세경영 본격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부장이 최근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진에 합류했다. 임 상무는 지난해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으로 복귀한 후 경영전반에 관한 업무들을 하나씩 익혀왔다.

지난해에는 장녀인 임세령씨가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됐었다. 1년간 식품사업총괄 부문에서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해 왔다.

임 상무도 이번 승진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해 기존의 기획관리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을 강화해 본부로 승격한 신설 조직이다.


안살림 역할 넘어 경영인 자리매김
연말 승진으로 후계구도 속속 편입

임 상무는 2003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미국 뉴욕에 위치한 파슨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9년 8월 대상 프로세서 이노베이션(PI)본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전략기획팀에서 기획실무를 담당하고, 2010년 8월부터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업계는 앞으로 대상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상무는 ‘딸딸이 아빠인’ 임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몰아줘 실질적으로 차기 후계자가 된 상태에서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 7일 기준 임 상무는 대상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을 37.42%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언니인 임세령 상무가 19.9%로, 임 상무보다 먼저 임원이 됐지만, 지주사 지분은 동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임 상무의 나이가 33세에 불과한 만큼 차기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톡톡 튀는 마케팅
실적 가시화

한진그룹의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도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에 임명된 지 꼭 1년 만이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언니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그룹 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2005년 9월 LG애드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입사 2년 만에 부장급으로 초고속 승진해 주목받았다.

조 전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10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TV광고-뉴질랜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팀장이었던 조 전무는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TV광고 촬영에 동행했다가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돼 광고에 출연했다. 당초 현지인 모델을 쓸 예정이었으나 “한국인이 좋겠다”는 촬영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접 번지점프에 몸을 던진 것. 이 밖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유럽 귀를 기울이면’ 등 히트한 대한항공 TV CF의 대부분이 모두 조 전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8년 출범 때부터 진에어에 몸담았던 조 전무는 진에어의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세계 항공사 최초로 청바지차림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를 제공한 게 대표적. 일부 국내선을 10번 이용하면 1번은 무료로 탈 수 있는 ‘나비포인트’ 제도와 e스포츠 마케팅도 조 전무의 아이디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8월에는 해외 여행 전문 매체 ‘스마트 트래블’이 집계한 아시아 LCC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도 선임되면서 한진그룹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공주경영 YES!
경영 참여? NO!


이 밖에도 잘나가는 재계 딸들은 많다. ‘리틀 이명희’라 불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씨는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씨도 애경산업내에서 화장품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9년부터 부사장 직함을 달고 오너 경영인으로써 보폭을 넓히면서 2006년부터 생활·항공부문장을 맡고 있는 남편 안용찬 부회장과 ‘부부경영’ 체제를 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딸들도 각각 직함을 갖고 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다. 다만 이들은 주요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수준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가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보필하며 ‘모녀파워’를 일궈가고 있는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있다. 1977년생인 정 전무는 지난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6년에 상무로, 2007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식품업계에도 ‘공주경영’은 만연하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장녀 경후씨가 계열사를 옮겨 가며 일을 배우고 있다. 그는 현재 CJ오쇼핑에서 언더웨어팀 상품기획 담당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과장은 지난 2011년 7월 대리로 CJ 기획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그해 12월 CJ에듀케이션즈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3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장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 조만간 주력사인 CJ제일제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대상…언니와 동생 경쟁
LG·GS·LS 딸들은 경영 참여 ‘NO!’

분유업체인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의 장녀인 윤지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 유아용품 업체인 제로투세븐에 대리로 입사해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녀인 경선씨는 아직 정식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주요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며 경영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의 두딸인 박혜성·혜정씨도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반면 경영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내는 재벌가 딸들도 있다. LG와 GS, LS가 딸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엄격한 유교적 가풍 때문에 경영수업을 받는 딸이 단 1명도 없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4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손녀는 무려 12명이나 된다. 하지만 두 딸은 물론이고 12명의 손녀 중 LG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딸과 손녀들은 전부 전업주부이거나 학생들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의 장녀 연경씨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결혼했으며 차녀 연수양은 서양화가를 꿈꾸는 여고생이다.

LG그룹에서 갈라져 나간 GS, LS그룹에서도 딸들의 경영참여는 전무하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독립해서 만든 LS그룹의 3세들 중에는 딸이 12명이나 되지만 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GS 허창수 회장의 딸인 윤영 씨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딸인 지영 씨도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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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