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 반격’ 노리는 재벌가 공주들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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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한명” 무서운 딸들의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에선 아들이 곧 기업을 잇는다는 가부장적 공식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딸들은 늘 아들보다 못한 자리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재계는 지금 ‘딸들 전성시대’다. 누구의 남매, 누구의 아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는 딸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男부럽지 않은 파워를 자랑하는 재계 실세 딸들. 그들의 활약상과 특징을 짚어봤다.




매년 연말·연초 인사 시즌이 되면 ‘재벌가 황태자’들의 승진이 관심거리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독 재계 딸들의 약진이 거세다. 삼성그룹의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에버랜드로 적을 옮기며 언니와의 경쟁을 예고했고, 대상그룹의 임상민 부본부장(부장급)은 기획관리본부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밖에 한진과 오리온, 농심의 오너 딸들도 ‘공주경영’에 돌입, 딸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딸들 전진배치
우먼파워 과시

시작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끊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2013 연말 인사에 에버랜드 사장으로 올라섰다. 지난 9월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데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패션 전문가로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해 쭉 패션·광고 계통에서 일해 왔다.

제일모직 패션연구소에 몸담으며 여성복라인 개편과 유명 디자이너 영입 등을 추진했고, 단순한 패션 비즈니스를 넘어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복합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과의 통합 작업을 시도했다.


지난 2012년에는 글로벌 SPA(제조일괄화의류)에 맞서 새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출시하고 럭셔리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 개점과 ‘띠어리’와 ‘토리버치’, ‘이세이미야케’에 더불어 이탈리아 콜롬보백까지 인수해 뛰어난 추진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사장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아웃도어 사업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기반을 마련해왔다고 평가했다.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일모직은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이 사장은 패션부문의 제 2의 도약을 견인해야 하는 짐을 떠맡았다. 또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보폭을 넓혀야 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이 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눈길을 끄는 장면도 연출됐다. 에버랜드에 두 자매가 모인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사장의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에버랜드 경영전략 사장을 맡고 있다. 한 회사 안에서 이들 자매의 ‘경영 경쟁’도 지켜볼만 하다.

딸딸이 집
3세경영 본격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부장이 최근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진에 합류했다. 임 상무는 지난해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으로 복귀한 후 경영전반에 관한 업무들을 하나씩 익혀왔다.

지난해에는 장녀인 임세령씨가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됐었다. 1년간 식품사업총괄 부문에서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해 왔다.

임 상무도 이번 승진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해 기존의 기획관리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을 강화해 본부로 승격한 신설 조직이다.


안살림 역할 넘어 경영인 자리매김
연말 승진으로 후계구도 속속 편입

임 상무는 2003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미국 뉴욕에 위치한 파슨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9년 8월 대상 프로세서 이노베이션(PI)본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전략기획팀에서 기획실무를 담당하고, 2010년 8월부터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업계는 앞으로 대상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상무는 ‘딸딸이 아빠인’ 임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몰아줘 실질적으로 차기 후계자가 된 상태에서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 7일 기준 임 상무는 대상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을 37.42%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언니인 임세령 상무가 19.9%로, 임 상무보다 먼저 임원이 됐지만, 지주사 지분은 동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임 상무의 나이가 33세에 불과한 만큼 차기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톡톡 튀는 마케팅
실적 가시화

한진그룹의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도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에 임명된 지 꼭 1년 만이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언니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그룹 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2005년 9월 LG애드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입사 2년 만에 부장급으로 초고속 승진해 주목받았다.

조 전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10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TV광고-뉴질랜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팀장이었던 조 전무는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TV광고 촬영에 동행했다가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돼 광고에 출연했다. 당초 현지인 모델을 쓸 예정이었으나 “한국인이 좋겠다”는 촬영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접 번지점프에 몸을 던진 것. 이 밖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유럽 귀를 기울이면’ 등 히트한 대한항공 TV CF의 대부분이 모두 조 전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8년 출범 때부터 진에어에 몸담았던 조 전무는 진에어의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세계 항공사 최초로 청바지차림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를 제공한 게 대표적. 일부 국내선을 10번 이용하면 1번은 무료로 탈 수 있는 ‘나비포인트’ 제도와 e스포츠 마케팅도 조 전무의 아이디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8월에는 해외 여행 전문 매체 ‘스마트 트래블’이 집계한 아시아 LCC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도 선임되면서 한진그룹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공주경영 YES!
경영 참여? NO!


이 밖에도 잘나가는 재계 딸들은 많다. ‘리틀 이명희’라 불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씨는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씨도 애경산업내에서 화장품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9년부터 부사장 직함을 달고 오너 경영인으로써 보폭을 넓히면서 2006년부터 생활·항공부문장을 맡고 있는 남편 안용찬 부회장과 ‘부부경영’ 체제를 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딸들도 각각 직함을 갖고 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다. 다만 이들은 주요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수준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가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보필하며 ‘모녀파워’를 일궈가고 있는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있다. 1977년생인 정 전무는 지난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6년에 상무로, 2007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식품업계에도 ‘공주경영’은 만연하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장녀 경후씨가 계열사를 옮겨 가며 일을 배우고 있다. 그는 현재 CJ오쇼핑에서 언더웨어팀 상품기획 담당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과장은 지난 2011년 7월 대리로 CJ 기획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그해 12월 CJ에듀케이션즈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3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장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 조만간 주력사인 CJ제일제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대상…언니와 동생 경쟁
LG·GS·LS 딸들은 경영 참여 ‘NO!’

분유업체인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의 장녀인 윤지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 유아용품 업체인 제로투세븐에 대리로 입사해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녀인 경선씨는 아직 정식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주요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며 경영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의 두딸인 박혜성·혜정씨도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반면 경영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내는 재벌가 딸들도 있다. LG와 GS, LS가 딸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엄격한 유교적 가풍 때문에 경영수업을 받는 딸이 단 1명도 없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4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손녀는 무려 12명이나 된다. 하지만 두 딸은 물론이고 12명의 손녀 중 LG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딸과 손녀들은 전부 전업주부이거나 학생들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의 장녀 연경씨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결혼했으며 차녀 연수양은 서양화가를 꿈꾸는 여고생이다.

LG그룹에서 갈라져 나간 GS, LS그룹에서도 딸들의 경영참여는 전무하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독립해서 만든 LS그룹의 3세들 중에는 딸이 12명이나 되지만 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GS 허창수 회장의 딸인 윤영 씨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딸인 지영 씨도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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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