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둔 지자체 내부 뒤숭숭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5: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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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뒷전…진흙탕 싸움에 날 샌다

[일요시사=정치팀] 2014년 새해가 밝았다. 민생에 더욱 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벌써 올해 6월 열릴 지방선거로 쏠린 듯하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사회의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자신들에 대한 인사권을 좌지우지할 단체장이 바뀌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여 앞둔 지자체 내부의 복잡한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곳곳에선 지방선거와 관련한 잡음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시는 공무원들이 지방선거 관련 동향을 수시로 민주당 소속 안병용 시장에게 보고한 문건이 드러나 구설수에 휘말렸다. 안 시장 측은 "선거동향 보고가 아닌 지역일일 보고"라고 해명했지만 새누리당은 공무원의 불법적 선거개입이 드러났다며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어겼다는 의심을 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선거개입 비일비재

지난 201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행위 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제5회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선거개입 건수는 257건이나 된다. 이는 지난해 치러진 제19대 총선 19건에 비해 13배나 많은 수치다.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근본적으로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줄서기에 나서는 이유는 바로 '인사'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벌어지는 보복인사와 측근인사는 이미 정례화 되다시피 했다. 이처럼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태풍이 불어 닥치는 바람에 공무원 사회는 지방선거에 매우 예민하다. 자신이 줄을 선 후보가 당선되면 승진이나 주요보직에 배정되는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오히려 중립을 지킨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설령 공무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공무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정직, 감봉, 견책의 처벌을 받더라도 각각 18개월, 12개월, 6개월의 시간이 경과할 경우 승진에 대한 직접적인 제약이 없어지게 돼 해볼 만한 도박이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처벌수위가 낮은데다 각 지자체들은 선거법 위반 공무원들에게 봐주기 처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경기도 내 지방자치단체들의 선거법 위반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6월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기도 내 공무원은 경기도 2명, 안성시 3명, 부천시 2명, 성남시 1명, 여주시 1명 등 모두 9명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내려진 행정처분은 모두 훈계나 불문경고뿐이었다. 공무원의 줄서기를 필요로 하는 수요도 높다. 선거는 정보전이기도 하다.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인구가 적은 지자체의 경우는 공무원 조직 내부 여론이 지자체 선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 자치단체장의 경우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을 괴롭히고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 같은 공무원들의 평가가 시민들에게까지 알려지면서 재선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편갈린 공무원, 성향 다르면 겸상도 안해
솜방망이 처벌, 줄서기 해볼 만한 도박?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유형도 다양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모 지자체 공무원들은 자신의 본래업무는 내팽개치고 아파트부녀회, 경로당, 관변단체 등을 돌면서 "우리 시장만큼 일 잘하는 사람 없다. 우리 동에서 몰표가 나와야 힘이 실린다"며 당시 지자체장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사실이 적발돼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민심 적극 대응조치'란 대외비 매뉴얼까지 만든 후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들은 현직 시장에게 이른바 '충성맹세'를 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발각돼 지역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게다가 이를 폭로한 것은 동일 지자체의 전산 담당 공무원으로 해당 시장이 취임한 후 인사상 불이익 등을 당하자 앙심을 품고 있던 중 시장의 이메일에서 이같은 내용을 빼내 경쟁후보 측에 전달한 것이었다.

간접적인 선거개입은 더욱 극성이다.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역주민들에게 알리거나 현직 단체장의 성과를 지역주민들에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가족까지 동원해 선거운동을 돕기도 한다. 모 지자체 공무원들은 부인을 비롯한 자신의 가족들을 유력 후보의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의 행사장에 보내 행사진행을 돕는 등의 일을 시켰다. 공무원 자신이 직접 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처벌 여부도 애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방선거 기간에는 공무원들이 당장 후보들에게 눈도장 찍기에 급급하느라 업무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해당 분야의 행정 공백 상태가 선거기간 내내 이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현 지자체장의 재선이 유력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줄서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많은 공무원들이 줄을 대려하지만 지자체장 입장에선 그들의 도움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인 충성에 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무원들이 각자 후보별로 나뉘어 편 가르기와 불협화음이 연출된다. 성향이 다른 공무원들은 겸상조차 안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현지자체장의 레임덕으로도 이어져 행정효율성은 극도로 떨어진다. 

모 공무원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동료들도 선거운동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윗선에서도 무언의 압박이 내려온다"면서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울 수는 없지만 무시할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지 몰라 불안한 게 지방선거 즈음 공무원들의 심리"라고 설명했다.

줄서야 산다

또 다른 공무원도 "사실상 공무원들 사이에서 여당과 야당이 있다. 누구는 누구 사람, 누구는 어느 성향인지 알게 모르게 다 구분이 된다. 특히 고위 공무원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정권이 바뀌면 다 자기 사람들로 장관을 임명하듯, 지자체장이 바뀌면 다 자기 사람들로 국장들을 임명한다. 능력으로 거기까지 오른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능력과 성과보다는 줄서기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니 일반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당연히 그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근절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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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