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민주당 한정애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3: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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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일자리정책, 첫 단추 잘못 끼웠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당 한정애 의원(비례대표)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역임한 노동운동가 출신 국회의원이다.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한 의원은 자신의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그동안 수많은 활약을 펼쳤다. 한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지도 어느새 1년7개월 가량이 지났다. 한 의원이 남긴 발자취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국회 입성 후 많은 성과를 냈다. 연이은 유해물질 유출 사고로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유해물질 사고 시 해당기업의 매출액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도 한 의원의 작품이다.

한 의원은 또 <한국일보> 노사문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힘썼으며 여성의원답게 다태아 산모에게 주어지는 출산전후 휴가를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연장하고 그 중 유급휴가를 현행 60일에서 75일로 연장하는 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컸지만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 의원은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박근혜정부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다음은 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치 입문 후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의정활동은 무엇인가?
▲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발의해 어렵게 통과시킨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법을 통해 업무상 질병의 주요요인이었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기존 유해물질 관리제도의 미비한 점을 개선해 위험의 외주화 방지, 산재사고의 원청 책임 강화, 산재를 일으킨 원청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 하지만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당초 안보다 규제강도가 대폭 낮아졌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 최초 발의안에서는 유해물질 사고에 대한 과징금을 해당 기업 매출액의 50% 이하로 부과할 수 있도록 정했었다. 그러나 최종안에서는 과징금이 매출액의 최대 5% 이하로 수정됐다. 계속되는 화학사고로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과징금의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합의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 재계에서는 여전히 과징금이 과도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반발이 있는데.
▲ 과징금은 무조건 5%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위반행위의 종류, 사업규모, 위반횟수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된다. 결코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법행위 이후의 처분에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재계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재계는 우선 사업장의 안전관리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법을 준수해 과징금 및 처벌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법안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있다.

- 노동계 출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서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단추를 처음부터 잘못 끼운 느낌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유럽 등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경우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 달 내내 열심히 일해도 130만원도 안 되는 급여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만약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와 함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에 대한 로드맵을 함께 제시했다면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겠지만 현재는 그러한 것들이 전혀 없다. 단지 고용률 70%라는 숫자에 목매기 때문에 나온 정책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제2의 대규모 비정규직 양산만 우려된다. 따라서 현재는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 보다는 기존 시간제 일자리의 질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대규모 비정규직만 양상"
"을 있어야 갑도 있어, 불공정 관계 개선해야"
 

-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한 계층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 지난해 11월26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참석했던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80여개의 기업들의 구인 현황을 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요구도 높지 않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시 계약직에 시급도 내년 최저임금 5210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 대부분이며, 정확한 채용조건도 제시하지 못한 경우도 다수 확인했다. 물론 경력단절 여성, 은퇴준비 장년층에게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비정규직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총무기획분과장이다. 을지로위원회와 관련 을을 지키겠다며 기업들을 인민재판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 새누리당이 현장으로 나와 기업들의 단가후려치기, 일감몰아주기, 대금지연 납부 등의 행태를 직접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대리점주들이 왜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도 안 되는 노예계약서를 직접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양극화의 주요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의 불공정 관계다. 을지로위원회는 특정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상식에 기반해 불공정거래와 고용계약관계 등의 균형을 잡아주는 방향에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을이 없다면 갑도 없다. 불공정한 계약관계를 개선하고 건강한 경제체제를 마련하는 길이 궁극적으로 갑과 을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 환노위의 최대쟁점이었던 철도파업이 끝났다. 정부는 지난 철도파업을 민영화 괴담을 앞세운 귀족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규정했는데.
▲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사회적 논의를 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니까 그 저의가 더 의심받는 것이다. 철도 노조가 귀족 노조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철도 노조가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고쳐야 하겠지만 고쳐야 할 작은 부분을 이용해 철도 민영화로 갈지도 모르는 중요한 이슈를 귀족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물타기 해서는 안 된다.

-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일종의 고용주가 되셨는데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은 실제로 노동법을 잘 지킬까 하는 궁금증도 있는데?
▲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을 준수하는 방향에서 보좌진들을 운영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처우 개선에도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과도한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정감사나 상임위 일정으로 바쁠 때는 주말도 없이 출근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방 식구들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국민들은 더 좋은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거잖아요”라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다사다난했던 계사(癸巳)년이 저물고 갑오(甲午)년 청마의 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모든 분의 소원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저는 새해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노동이 존중되고,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또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아 달라. 국민들이 정치에 고개를 돌리면 정치는 정말 썩을 수밖에 없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한정애 의원 프로필>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조위원장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외협력본부 본부장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위원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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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