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접대 외교' 실상 대해부

"화려한 이면에 '득'보다 '실' 많았다"

[일요시사=정치팀]박근혜정부 출범 1년 최대 성과로 손꼽히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잦은 해외순방에서 현지언어 연설, 한복패션 등으로 ‘화려한 외교’를 선보였지만 정작 '실리는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최근 미국의 일본 집단자위권 지지, 중국의 이어도 자국 방공식별구역 포함 등은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화려한 외교에 가려진 '접대 외교' 실상을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한국을 방문한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끝으로 취임 첫해 정상외교를 마무리했다. 정부를 포함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내놨다. 과연 그럴까.

외견상 화려한
'박근혜식 외교'
 
청와대가 이날 내놓은 '2013년도 대통령 정상외교 결과 및 평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취임 후 5차례 해외순방과 국내에서 가진 10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총 26개국 정상들과 31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상대국은 일본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 4강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중남미까지 거의 전 세계를 망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끌어올렸다. 6월에는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및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도 이끌어냈다.
세계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강(미국·중국)과의 만남에 이어 9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다자외교무대에 데뷔했다. G20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을 만났다.
10월 초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고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하기 위해 4번째 순방길에 올랐다. 
올해 마지막 해외순방이던 11월 서유럽 방문 때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EU 정상과 만났다.
이처럼 활발하게 이뤄진 박 대통령의 집권 첫해 정상외교는 대북공조와 세일즈외교에 초점을 맞춰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자평이다.

5차례 해외순방, 26개국 정상들과 31차례 정상회담
'외국어실력-한복패션' 뽐낸 화려함 속 '실리' 의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문제 등 핵심 외교 사안에 대한 UN 5대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과의 정상외교로 양국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한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국제적 이해와 지지를 확보했다"며 "특히 북한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과 돈독한 우호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미국에 치우친 외교가 아닌 미·중 '등거리 외교'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및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 중국 칭화대학 연설, 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방문국의 언어로 연설하는 등 방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품격 있는 정상외교를 펼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통상·문화·국민 간 교류 등 실질분야 교류협력 사안 협의 등 적극적인 세일즈외교 활동도 활발히 전개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타결하기로 합의했으며, 베트남과는 2014년 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기로 약속했다. 또 러시아와는 나진~하산 철도 연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도록 합의했다.  

아낌없이 퍼주고
받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는 그 내용에 비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력을 정상회담 횟수와 외국어 실력 등으로만 평가한다면 분명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지만 '접대 외교'에 기반해 실속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인 미국 방문에서는 제너럴 모터스(GM) 대니얼 애커슨 회장의 통상임금 문제 해결 요구에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방미 이후에는 8조3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차세기전투기 사업의 단독 후보로 남은 보잉사의 F-15SE를 가격이 더 비싼 록히드마틴사의 F-35A로 변경해 퍼주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프랑스 방문에서는 현지교민들의 촛불시위를 막으려다 프랑스 당국의 거부로 망신을 당했다. 또 프랑스 경제인들에게 불어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은 것도 실상은 박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을 한국 정부가 비준해 프랑스 자본의 한국 철도시장 진출, 비관세 장벽 폐지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는 지난 11월4일 '한국은 공공부문 시장을 외국기업들에 개방할 예정이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메데프(프랑스 기업들 모임)의 본부에 모인 300여명의 기업 대표들 앞에서 완벽한 불어로 연설했다"며 "프랑스 측 청중은 특히 외국기업들에 대해 한국의 공공부문 시장을 조만간 개방하겠다는 발표에 만족해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비관세 장벽을 폐지함으로써 양국 간의 교류에 장애가 되는 일련의 장벽들을 제거하기 위한 대통령 시행령이 오는 며칠 이내에 내려질 것이라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다.
그리고 연설 다음날(11월5일) 대통령 공석 중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통과됐다. 당장 '철도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박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열흘 후 개정안 재가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26일 "박 대통령의 정부조달협정 개정안 재가는 국회의 동의 없이 진행한 것이어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조약안 심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항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그러나 국내 비판 여론을 감수한 퍼주기에도 불구하고 서유럽 순방 이후 EU는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조업(IUU)국가로 지정했다. 최종 IUU국가로 지정되면 유럽과의 수산물 수출입은 물론 EU 국가와의 어선 거래가 모두 금지된다.

동북아 외교
긴장 고조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아 외교에서도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대북외교를 보면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 신뢰와 원칙의 외교는 북한의 '로켓 발사→3차 핵실험→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벼랑 끝 외교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공단을 정상화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 결국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개성공단 가동 재개라는 성과 이외에 더 이상 남북관계는 진전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한 대남선전매체들이 연일 박근혜정부 비난에 열을 올리는 등 갈수록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외교는 지난 6월 박 대통령 방중에서 '높은 수준의 한중FTA 약속' 등으로 퍼주기 논란이 일었지만, 최근 중국은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이어도를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킨다는 일방적 발표로 은혜(?)를 갚았다.
대일외교는 아베정권의 우경화 가속에 정상회담 한번 갖지 못하고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결국 활발한 외교활동에도 불구하고 인근 국가와 외교관계가 좋지도 않으면서 한국의 국제적 입지는 날로 위축되어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최근 박 대통령과 만나 한국의 대중 근거리외교를 겨냥해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 베팅하는 것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은 국제적 입지가 위축된 대표적 예다.  

철도시장 개방, 통상임금 해결 약속 등 퍼주기 논란
동북아 긴장 고조…내용 없는 원칙외교에 입지 축소
야권 "참담한 외교 실패, '외국어' 아닌 '외교'해야" 

이에 대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관계의 진단과 해법' 세미나에서 "(박근혜정부 외교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외화내빈 외교'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천정배 전 의원은 성명을 통해 "을사늑약을 가장 먼저 승인하고 대사관을 제일 먼저 철수한 바 있는 미국은 최근 가장 앞장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환영했고, 중국은 우리나라 EEZ인 이어도를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켰다. 또 일본과는 '먹통 관계'에 있다"며 "박근혜정부가 얻은 외교적 실리는 무엇인가?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얻은 게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천 전 의원은 이어 "우리 외교의 참담한 실패요, 철저한 무능"이라며 "박 대통령은 '외국어'를 할 게 아니라 '외교'를 해야 한다. 외교 부재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외교
민낯 드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도 "박 대통령의 패션 외교, 이미지 외교는 그 민낯이 생각보다 빨리 드러나고 있다"며 "외교는 주고받는 것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의 군사적·보수적 관점에서의 접근을 유지할 경우 외교 역량 부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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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