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화수분 재산'의 비밀

재산내역 의문투성이…기부약속도 말뿐?

[일요시사=정치팀]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산 관련 의혹이 가장 많이 불거진 전직 대통령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의혹들은 재임 당시에도, 또 퇴임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가장 많은 재산을 기부했고, 심지어 대통령 재임 기간 월급까지 기부했다고 밝혔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은 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전 대통령 재산의 비밀을 <일요시사>에서 파헤쳐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7일 17대 대선을 앞두고 재산 형성 관련 의혹이 증폭되자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은 당선된 지 2년여가 흐른 2009년 8월 청계재단을 설립해 331억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켜졌다. 그러나 재단 관계자가 대부분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들로 채워졌으며, 본연의 목적인 장학금 지급 등의 활동이 미비해 사실상 주머니만 옮긴 '이 전 대통령의 사금고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대통령 재임기간 공개된 그의 재산내역도 불투명한 부분이 많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베일에 쌓인
MB재산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관보'와 논현동 사저에 대한 '등기부등본' 뿐이다. 우선 지난 4월25일 마지막으로 관보를 통해 공개된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살펴보면 총 46억3146만원으로 기재돼있다.
구체적으로 예금 9억5084만원(배우자 김윤옥 예금 9994만원 포함), 논현동 29-13번지 사저 54억4847만원, 논현동 배우자 대지 14억2636만원, 자동차 2008년식 카니발 리무진 1878만원, 배우자 명의의 다이아몬드(1.07캐럿, 500만원), 김창렬 화백의 서양화 700만원, 이상범 화백의 동양화 1500만원, 골프회원권 2개 2억500만원, 배우자 롯데호텔 헬스클럽 이용권 570만원 등이다. 여기서 기존 사인 간 채무 2억3800만원에 전년에 없었던 사인 간 채무 26억원이 갑자기 생겼고, 은행권 대출도 6억1270만원이 증가해 생긴 총 34억5070만원의 빚을 제하면 전년(57억9966만원) 대비 재산이 11억6820만원 감소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개인 간에 돈을 빌린 것을 의미하는 사인 간 채무 26억원과 농협 채무 6억1270만원이 사저 재건축으로 인한 채무로 기재됐다는 것이다.

'청계재단=MB 사금고' 의혹 끊임없이 제기
출처 불명확한 개인채무 등 '수상한 빚' 많아 

이 전 대통령의 기부 약속을 감안하면 32억여원의 빚을 통한 사저증축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일요시사>에서 지난 17일 이 전 대통령 사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전 대통령은 2012년 4월23일 사저를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서 24억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월 농협에서 돈을 빌려 현재까지도 근저당 설정이 유효한 은행 채무가 24억인 데 반해 지난 4월 공개된 관보에 농협 채무가 6억1270만원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1년 새 이 전 대통령이 농협 채무 18억원 상당을 갚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상 근저당 설정은 채무를 전액 변재하지 않는 이상 중도에 일부 변제가 이뤄졌더라도 등기부 상에는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기간 이 전 대통령의 예금액이 1억7620만원 증가해 연봉(1억9255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예금액이 3억6525만원이 증가하는 등 예금이 꾸준히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비자금 혹은 사인 간 금전 거래로 농협 채무를 상당부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불분명한
사인 간 채무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이 농협에 갚은 것으로 추정되는 18억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사인 간 채무로 은행 빚을 갚았다는 것은 사인 간 채무 이자가 은행 이자보다 낮았거나 혹은 아예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18억원을 통상적인 주택담보 대출이자인 5%로 금융기관에서 빌릴 경우 월 이자만 750만원에 이른다.
누군가 이보다 낮거나 혹은 무이자로 이 전 대통령에게 18억원을 빌려줬다는 것은 사인 간 채무의 대가성에 따라 ‘뇌물’ 논란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퇴임 후에도 이 전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는 임재현 비서관은 '서울신문'을 통해 "사인 간 채무 26억원은 논현동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돈이었지만 누구에게 빌렸고 차용증 작성과 이자 지급은 어떻게 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재산내역은 여러 가지로 수상한 점이 많다"며 "드러난 내역을 보더라도 사저증축 비용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사인 간 채무가 과다하다. 뿐만 아니라 이를 이 전 대통령 재산의 전부라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 기부'도
안 지켜진 듯

연장선에서 이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30일 발표한 "공직에 있는 동안 월급을 기부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졌는지 의문이다.
그간 이 전 대통령의 '월급 기부' 약속은 배우자인 김윤옥 여사가 관리하며 전액을 결식아동, 청각장애아동, 독거노인, 새터민 가정 등을 돕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월급 전액을 기부하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사인 간 채무를 포함한 32억원 상당의 '수상한 빚'을 이용해 사저증축을 단행하면서도 예금은 꾸준히 증가, 9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청계재단에 재산을 기부(2009년)한 뒤에는 급여가 필요해 기부액수를 줄여왔다"고 해명했다. 결국 월급 기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받은 자이드 국제환경상 수상 상금 50만달러의 쓰임새도 자명하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재임기간 받은 상금이 월급통장에 들어가 있는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당시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퇴임 후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과거부터 잡혀있던 2억3800만원의 사인 간의 채무도 예금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갚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이 재산 기부 및 퇴임 후에도 재산 관련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불투명한 재산 공개 여파로 풀이된다.

불투명한 재산내역 속 예금액 꾸준히 증가
"현재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 주장도

문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의혹으로만 남은 재산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2012년 연말 전자공시 기준 자산이 4791억원이 넘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2010년 다스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3년 2월 다스의 미국법인인 ‘다스 노스 아메리카 인크’에 등기이사로 취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사실상 경영일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자신의 저서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서 BBK 주가조작 혐의로 처벌을 받은 김경준씨의 발언과 2007년 미국 재판 자료를 인용해 "이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이 7000억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박근혜 대통령 '공식 재산'은?

삼성동 자택 가격 급증…26억여원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재산'은 26억여원이다. 지난 5월24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3년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재산은 25억5861만원으로 신고됐다. 이는 전년 대비 3억7756만원 늘어난 것으로 서울 강남 삼성동 자택의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재산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동 단독주택 공시지가는 23억원, 차량은 1994만원 상당의 2008년식 베라크루즈(3778㏄) 1대를 소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예금 보유액은 2억3867만원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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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