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진실 유골함 도난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P씨가 대구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용의자 P씨를 지난 8월25일 오후 11시10분께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자택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P씨는 훔친 유골함을 깨서 유골을 다른 용기에 보관해 왔으며 깨진 유골함은 대구 시내 야산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실 유골은 유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8월4일 유골함 도난 사건 발생부터 8월25일 범인 검거까지 피 말린 493시간15분을 돌아보았다.
8월4일 도난 사건 발생~ 8월25일 범인 검거까지‘유족은 피 말랐다’
최진실 유골 맞나 의문…화장할 때 DNA 파괴 ‘과학적 확인’ 불가능
용의자 P씨는 지난 8월20일 경찰이 공개한 P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본 P씨 지인의 제보로 검거됐다. 경찰은 통화내역을 조사해본 결과 P씨가 범행이 이뤄진 1~5일 사이 양평에서 8차례에 걸쳐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P씨가 범행에 이용한 포터차가 지난 8월5일 새벽 양평 반원면 봉상리 CCTV에 찍힌 것도 밝혀냈다. 지난 8월4일 유골함 도난 사건 발생일부터 8월25일 범인 검거까지 피 말린 493시간15분을 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공개수배 후 P씨 지인 제보
경찰은 지난 8월15일 오전 8시30분께 최진실의 유골함이 안치됐던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 묘원 측으로부터 유골함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도난일은 도난 사실 발견일보다 열흘이나 앞선 지난 8월4일께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은 지난 8월4일 오후 9시55분에서 10시58분 사이에 걸쳐서 일어났다. CCTV에는 범인이 이날 오후 9시56분에 최초로 묘역에 진입, 오후 10시2분경 묘역에 나타나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후 오후 10시44분38초부터 범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범인은 오후 10시44분38초 가지고 온 포대에서 해머를 꺼내 분묘를 내리쳤다. 범인이 유골함을 꺼낸 시각은 오후 10시46분49초다. 이윽고 오후 10시47분53초에 랜턴을 들고 현장에 와 주변의 흔적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후 10시48분35초에 분묘 앞쪽에 있는 조화를 뒤로 가져와 사건 현장을 위장하기도 했다. 이후 오후 10시49분30초에 준비해온 포대에 해머를 넣어 현장을 빠져 나왔다.
지난 8월5일 오전 3시36분경 다시 현장에 돌아온 범인은 주차장 쪽에서 준비한 차로 현장을 밝게 비췄다. 오전 3시36분50초에 걸레를 가져와 화환을 들고 현장을 닦기 시작했다. 약 2분간 현장을 정리한 뒤 38분께 현장 화분으로 위장한 뒤 자리를 비웠다. 범인은 오전 3시40분5초에 물청소를 하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물로 주변을 다시 청소한 뒤 오전 3시41분54초에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다.
범인이 현장을 떠난 뒤 열흘 넘게 도난 사실을 전혀 몰랐던 갑산공원 측은 관리자가 지난 8월15일 아침 7시 최진실 묘소 주변에 조화가 나가떨어진 것을 발견, 다시 제자리에 놓는 과정에서 유골함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오전 8시30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총력을 기울여 범인 검거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소득이 없자, 지난 8월20일 P씨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했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한 공개수배를 전국에 내린 뒤 몇 건의 제보를 받았다.
이 중 24일 오후 8시20분께 대구에서 신고된 제보 내용을 주목했다. 경찰은 다음 날인 25일 오전 6시께 수사대를 대구에 보내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과 용의자 탐문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P씨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8월25일 오후 8시께 대구로 급파됐다. 이후 오후 11시10분께 경찰은 용의자 P씨를 검거했다. 이로써 피 말린 최진실 유골 절도범 검거가 막을 내렸다.
검거된 P씨는 훔친 유골함을 깨고 유골을 다른 용기에 보관해왔으며 깨진 유골함은 대구시내 앞산공원 산책로 옆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P씨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며 최씨와 개인적 원한관계는 물론 열혈 팬도 아니었다.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으며 무속 신앙이나 특정 종교에도 심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P씨는 “지난해 11월 신내림을 받았다. 최씨가 꿈에서 ‘납골묘가 답답해서 못 있겠다. 빼달라. 흙으로 된 묘로 이장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골은 되찾았지만 과연 최진실이 맞는지 그 진위 여부는 여전히 의문 속에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사체의 화장은 600℃ 이상의 고열로 이뤄지기 때문에 남은 유골은 DNA 감식에 필요한 세포가 모두 파괴돼 재만 남은 상태다.
경찰은 회수한 유골의 DNA 감식을 통한 진위 판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양평경찰서 한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검사를 문의한 결과 인체가 불에 탄 순간 DNA가 모두 없어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유골 안치, 유족과 상의
현재로선 유골의 진위여부를 용의자 P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P씨와 유족을 통해 유골이 고인의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유족의 품에 돌아온 최진실 유골 안식처는 어디가 될까. 유골을 받은 유족들은 다시 안치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갑산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유족은 고인의 유골함을 새로 맞춰 다시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골함은 도난 당시 고인의 유골함과 같은 제품이다. 유족은 1시간여 동안 이 작업을 마치고 유골함을 갑산공원 측에 맡긴 뒤 자리를 떴다. 갑산공원 측 관계자는 “유골함을 다시 갑산공원에 안치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장소에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앞으로 유족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며 “10월3일 고인의 1주기에 맞춰 다시 안치하는 걸 원하지만 이 역시 유족과 먼저 상의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