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부대' 뺨치는 박근혜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지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1: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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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낙하산 근절한다더니…"그럼 그렇지!"

[일요시사=정치팀] 새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던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한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 중 무려 45%에 달하는 34명이 '낙하산 인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이른바 '친박 공수부대'는 현 정부 들어 어느 곳까지 침투한 것일까?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지도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대선공신'을 챙겨달라는 여권의 공세가 점점 노골화 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에서 선거 때 노력한 분들을 배려해 달라"고 말해 주변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답변에 나선 현 부총리 역시 "특히 관심을 두고 보겠다"고 화답하면서 보는 이들을 더욱 황당하게 했다. 현 부총리가 공기업 사장들을 소집해 방만 경영을 질타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낙하산 없다?
이명박 뺨치네

낙하산 인사란 해당 기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임명 되는 것이 마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과 같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며 미화하는가 하면, 정 최고위원의 사례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대선공신을 챙겨야 한다며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그동안 공공기관의 방만·부실 경영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낙하산 인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는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만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었다.

"대선공신 배려해야" 노골적 요구에 굴복
78명 중 34명이 낙하산, 이명박정부 능가

실제로 정권 출범 초반에는 대선공신을 제외한 전문가 위주의 인사를 실시하면서 낙하산 인사 근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박 대통령도 당 안팎의 대선공신을 챙겨달라는 요구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한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 중 무려 45%에 달하는 34명이 낙하산 인사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 26명 중 14명, 기타 공공기관장 52명 중 20명을 낙하산 인사로 분류했다.

장 의원실은 18대 대통령선거 기간 박근혜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은 인사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한 조직의 참여인사 등을 낙하산 인사로 지목했다. 이밖에도 총선 이후 여당의 낙천·낙선 인사, 대통령 측근, 전문성 부족·도덕성 미달 등 기타 부적격 인사도 낙하산 인사에 포함했다.

도덕성 미달
전문성 부족


그렇다면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낙하산 논란을 겪고 있는 공공기관장은 누가 있을까? 우선 가장 최근에는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돼 논란을 빚었다. 김 사장은 지난 30년간 경찰생활만 한 인물로 한국공항공사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김 사장은 용산참사 당시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킨 인물이다. 김 사장은 이 책임을 물어 서울경찰청장에서 해임됐었다.

김 사장의 임명과 관련한 의혹도 있다. 김 사장이 임명된 후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김 사장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에서 당시 세 명의 후보 중 꼴찌를 하고도 사장에 임명됐다. 여러 정황상 낙하산 인사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김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되는데 왜 박근혜정부에서 등용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에 대해 야권은 김 사장이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었던 영남대를 졸업했다는 점, 그리고 영남대 객원교수로 활동한 전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2일 임기를 시작한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도 낙하산 논란을 겪었다. 최 사장은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지역위원장 출신의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최 사장은 1차 공모에서 최종후보 3인에 들지 못했는데, 2차 공모에서 사장에 선임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이상무 사장의 경우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 중앙선대위 행복한농어촌추진단장으로 활동한 인물로 공모절차 진행 중 취임계획서가 발견되면서 사전 내정설 논란이 제기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창수 사장도 사장 공모 당시부터 사전 내정설이 불거졌으며 공항과는 직접적 관계가 적은 국토해양부 제1차관 출신이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2억여원을 사전 인출했다는 의혹을 사자 차관직을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임명된 공공기관장 면면을 살펴보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김한욱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제주특별자치도 국민통합행복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10월 임기를 시작한 한국거래소 최경수 소장 역시 박근혜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지난 9월 임기를 시작한 국립공원관리공단 박보한 이사장은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난 대선에서 유세지원단장을 지냈다.

한국장학재단 곽병선 이사장은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맡았었고,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캠프에서 교육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허영 원장은 19대 총선 당시 마산갑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인물이다.

기타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 김영목 총재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외교통일특보를 맡고 인수위에 참여한 인물이며,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은 대선 당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낙하산 인사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은 총 9곳으로, 이곳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엔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새누리당 김성회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0월 재보선 당시 서청원 후보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낙천 후 서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육사 출신으로 의원 시절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지역난방공사의 사장직을 맡기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경우는 지난 7월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지난 8월 공사가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사장 후보자를 결정하고도 선임 절차를 미루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 후보로 선발된 후보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잇따라 사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해수부가 모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임추위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절차 무시
국민 무시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중진 새누리당 김학송 전 의원도 논란거리다. 김 전 의원은 3선의 중진이지만 지난해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위로성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캠프 유세지원단장을 맡았었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공기관장 임명에 신중을 기하느라 인선이 늦어진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인사의 비율은 오히려 이명박정부 때보다 심하다는 지적이다.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박근혜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은 78명으로 임기 첫해 11월 기준 이명박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18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로 의심되는 인사의 비율은 45%(34명)로 이명박정부 32%(58명)보다 높다는 것이다.

해당기관과 관련된 경력도 전무한데…
낙하산이 공공기관 부실경영 근본원인

최근 들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실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을 넘어서면서 공공기관 부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최근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하고 기획재정부도 “파티는 끝났다”며 고강도 공기업 개혁안을 예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는 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낙하산 인사의 경우 정당성이 부족한 탓에 복리후생 등을 미끼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기 시작하면 정상출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낙하산 사장이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장기적 플랜과 안목이 필요한데 낙하산 인사에게 이러한 능력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일부 공기업 노조는 오히려 낙하산 인사를 반기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낙하산이 편하다?
노조도 환영

한국거래소 노조는 올해 초 성명서에서 "신임 이사장은 증권업계 인사가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해 나갈 역량과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고 밝혔다. 증권사 출신이 아닌 힘 있는 고위공직자를 신임 이사장으로 보내달라는 요구였다. 때문에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낙하산 사장과 노조의 합작품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을 보면 민간기업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조항이 즐비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세습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도 시급하지만 일각에선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제도적으로 보완을 한다고 해도 인사권자가 이를 회피하려고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공공기관장의 자리를 정치적 보은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며 "정치권이 이러한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은 구호로만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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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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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